아빈_호색기행(雅彬_好色奇行)

고아빈 회화展   2007_0711 ▶ 2007_0724 / 월요일 휴관

고아빈_꽃心-꼬심2_장지에 채색_112×145.5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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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11_수요일_07:00pm

오프닝 맥주 파티_스페이스 키친 초대일시_2007_0711_수요일_07:00pm

2007 갤러리킹 기획 초대전

갤러리킹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7-15번지 2층 Tel. 02_6085_1805 www.galleryking.co.kr

신 춘화(新 春畵)의 기억 만들기 ● 요즘 전시장에서 만나는 한국화 중에는 옛 그림 구조와 형식을 차용하여 이를 작가 자신이 경험한 소재나 내용들과 병치 또는 변화 시킨 작품들이 많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시도가 눈에 띠는데 아마도 '전통의 재발견'이라는 문맥이 작가의 주관적 경험을 최소화하면서 작가와 관객이 동일한 선상에서 소통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고아빈_好色奇行-AFRICA_장지에 채색_35×25.5cm_2007
고아빈_好色奇行-INDIA_장지에 채색_35×25.5cm_2007

고아빈의 작품도 이런 시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빠짐없이 춘화(春畵)를 화면에 배치한 고아빈의 작품은 옛 춘화를 오늘의 기억으로 재생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고 있다. 춘화는 시대를 초월하여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그림으로 대체로 저속하고 거칠고 직설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고아빈의 작품은 조작된 이미지로 재구성한 춘화로 음탕하기보다 은밀하며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느낌이다. 내용으로 보자면 옛 춘화 형식을 차용하여 오늘날의 다양한 인종 간 성적 체위를 직설적으로 풍자한다. 일견 관음증의 재미를 안겨주지만 작가는 성(性)의 이중적인 속성 즉 가장 숭고하면서도 가장 추악하다는 일반적 상식에 대해 관조하면서 동시에 현재화 된 춘화도에서 새로운 매력을 찾는데 보다 더 관심을 보인다.

고아빈_GLOBAL SEX_장지에 채색_61×162cm_2006
고아빈_GLOBAL SEX 1_장지에 채색_61×162cm_2006

"포르노 영상물에 환호하고 사진의 사실성에 침을 삼키는 요즘, 고작 벗은 몸에 성행위를 하고 있는 그림 따위가 어떻게 에로스를 충족시켜줄 수 있단 말인가?" 라고 작가는 자문(自問)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춘화도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역설적인 접근인 셈이다. 역설은 다시 이중성으로 포장되고, 이를 눈치 챈 관객은 긴장관계로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작가가 장치해 놓은 이중성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작품 는 민화풍의 연화도를 확장시켜 놓은 배경 위에 피부색이 다른 사람끼리 벌이는 성적 판타지를 담았다. 연꽃은 민화에서 다산을 상징하지만 불가(佛家)에서는 깨달음을 상징한다. 연꽃과 춘화가 전혀 다른 만남의 관계를 형성한다. 춘화의 구성도 개인적 행위에 머물지 않는다. 가장 은밀하고 개인적이어야 할 섹스가 엉뚱하게도 글로벌 섹스로 확대 재생산하여 관객에게 충격을 가한다. 순간 관객은 무거운 역사와 습속에 억눌려 왔던 사고의 전복을 시도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깨닫게 된다.

고아빈_꽃心-꼬심1_장지에 채색_112×145.5cm_2007

한자문화권에서는 섹스를 운우(雲雨)로 표현했다. 섹스가 음양 조화라는 화해의 현상으로 파악했다는 증거다.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으로 삼아 이 둘의 합일에 이르는 과정을 매개하는 구름과 비는 양자의 중간에 위치하여 상호를 매개하고 있고, 이는 인간의 섹스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음양의 조화로움은 한자문화권의 예술이 추구해온 이상이자 삶의 원리였다. 그런데 작가는 이 근엄하게 조화를 이룬 세계를 가볍게 비튼다. 작품 「꽃心-꼬심」은 그러한 작가의 의도가 잘 나타나 있다. 장지 위 핑크색이 눈부시다. 간이 꽃밭을 만들어 그 위에 펼쳐지는 핑크빛 정사. 여성은 색깔부터 강한 톤이고 자세도 능동적이다. 이에 반해 남성은 반대로 연약한 존재로 그려졌다. 「오늘밤 눈을 뗄 수 없어요. 당신에게서 말이예요」라는 글귀가 화면 중앙에 전서체로 자리 잡았다. 이 대목이 흥미롭다. 춘화와 대척점에 있는 문인화의 화제(畵題) 형식을 비틀어 차용하는 재치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민화의 책거리 구도를 전체에 적용한 방식도 눈길을 끈다. 선반처럼 배치한 책거리 공간에는 있어야 할 화병이나 책 대신에 춘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춘화 속 인간들을 의도적으로 박제화 하고 희화(戱畵)시켜 종래 춘화가 가진 환타지를 해체시켜 나간다. 이는 결국 작가가 춘화가 장롱속의 빨간책으로 남기는 것을 거부하는 몸짓으로 해석할 수가 있지 않을까. 고아빈의 작품은 은밀히 보아오던 옛 춘화를 일종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아이콘으로 사용하여 젊고 가벼운 오늘의 미술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믿어진다. ■ 송인상

Vol.20070711f | 고아빈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