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회화(Soft Painting)

이정희 회화展   2007_0711 ▶ 2007_0728

이정희_Soft painting-green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91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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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11_수요일_05:00pm

후원_송은문화재단

표갤러리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8-79번지 Tel. 02_543_7337 www.pyoart.com

촉각적 감성으로 그려내는 부드러움 ● 작가 이정희는 천을 재료로 바느질 기법을 이용하여 회화작업을 한다. 전통적으로 가사노동이나 수공예에 사용되어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이 되었던 바느질은 현대미술의 영역에서 작가들의 탐구와 실험에 의해 다양한 예술표현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일상 주변의 사물을 소재로 드로잉한 천을 각각의 면대로 오려내고, 그 조각난 천을 다시 꿰매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섬세한 표현방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감성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부딪히는 소통과 관계의 문제를 작품에 반영해 나가는 작가는 이 번 전시에서 시감과 더불어 촉각적 감각을 전달하여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의 모색을 보여주는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정희_Soft painting-green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91cm_2006
이정희_Soft painting-still life_캔버스에 혼합재료_91×116cm_2007
이정희_Soft painting-still life_캔버스에 혼합재료_97×130cm_2007

감각과 인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시감각은 주로 보는 사람의 주관적 심상에 의해 피상적 대상의 이미지를 인식하게 하는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지닌다. 어떤 것을 바라보는 행위에는 시각적 '거리'라는 불문율이 내포되어 있다. 예술작품을 대할 때도 우리는 대개 '보는방식'에 익숙해져 있으며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리 안에서 생성된 시각적 효과에 의한 가치가 전부인 것처럼 여긴다. 시각중심주의는 순수시각성만을 강조했던 근대미술의 개념을 지배해 왔고, 근대적 미술의 감상이란 대부분 이러한 시각적 거리의 범위 안에서 생성된 평가에 의한 것들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기존의 시각주의가 가지고 있는 관습에서 벗어나 촉각에 호소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감상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의 접촉에 의한 참여적인 소통방법은 시각의 한계성을 넘어 촉각적 인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신체성을 강조하여 세상과 소통하고자하는 포스트모더니티의 페미니즘 정서에 맞닿아 있다.

이정희_Soft painting-frame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cm_2007
이정희_Soft painting-so long_캔버스에 혼합재료_97×130cm_2007

작가의 작품에서는 천 자체가 지닌 재질감, 실의 유연한 움직임과 수공의 선에서 오는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어 부드러운 여성적 심미가 느껴진다. 작품의 화면은 정적이며 간결함과 소박함 속에서 절제된 조형미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대상을 재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묘사는 배제하여 이면에 보이지 않는 본질에 가 닿으려는 욕망을 손 작업의 바느질 행위를 통해 표현해 낸다. 작가에 의하면 작품은 관객들이 작품 앞에 다가와서 이미지를 형성하는 실과 천을 만지고, 느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 모두를 '미완'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에게 소유된 작품은 여전히 미완이며 그 작품이 관객들의 손에 닿아 촉감을 전달하면서 감각적으로 소통된 의미들을 형성하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에는 이렇듯 감상자와 더욱 가깝고 긴밀한 감정의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는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 작품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천과 바느질의 작업방법들은 이미 작가의 손가락에서부터 창작의 속삭임을 듣고 자란 숙성된 소통의 매개들이다. 작가의 손을 거쳐 천과 바늘과 실이 작가의 손끝에서 따스한 온기를 머금기 시작하는 순간, 작품은 시작되고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만지고 느낌으로서 마침내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화면 안에 재탄생된 이미지들은 사소한 정물이지만 단지 정물만은 아니다. 그것은 관객에게 유혹의 손짓을 건네고 열려있는 소통의 창이다. 그러므로 예술가의 형태가 살아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듯, 이미지와 기법들은 생명을 가지고 관객과 대화하며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정희_Soft painting-hand, skin_캔버스에 혼합재료_97×130cm_2007
이정희_Soft painting-To From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cm_2007

작가의 최근 작품에서 특별히 감지되는 변화의 양상은, 기존의 제작방식을 매체사용의 확대를 통해 극적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이다. 이 번 전시작품에서 작가는 과거의 작업에서 거리를 두고 사물을 바라보는 소극적 자세로부터 벗어나 사물이 작품 속에서 한층 더 실제적인 존재감을 확보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작가의 최근작들은 이전의 작품보다 작가가 언급한 시각을 통한 촉각이 아닌 실제의 촉감을 통한 감각적 소통의 욕구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또한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서는 이전 작품의 단순한 정물표현으로부터 프레임, 일종의 기호나 단어, 편지지등으로 소재가 확대되어 작가의 개인적인 감정을 관객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욕망이 감지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더욱 다양해진 천의 감정이 묻어나오는 재질감과 입체감을 통해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촉감이 더욱 강화된 새로운 형상들로 거듭났다. "Frame" 시리즈에서 작가는 프레임을 하나의 정물로 인식하고, 평면의 이미지와 비교함으로써 프레임이 지닌 입체감과 물질적인 속성을 부각하여 드러내고 있다. 재질감이 다양한 천들 위에 바느질로 떠낸 상징적 단어들은 작가개인의 기억이거나 관객의 기억일수도 있으며 과거에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편지를 받거나 써본 추억과 경험을 회상하게 만든다. 작가는 매끄러운 천들 위에 새겨진 단어들의 질감을 관객이 직접 보고 만짐으로써 작품에 사용된 천이라는 매체가 일종의 살아 숨 쉬는 피부와도 같이, 생명력 깃든 사물로 인식되길 바란다. ● 관객은 손끝으로 느끼는 작품의 이미지로부터 마음에 떠오르는 감정을 환기시키게 된다. 마음의 시각을 열고 각자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하여 기억과 감정을 환기시키는 태도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성취해내고자 하는 소통의 다리이자, 형태가 단지 시각적 이미지임을 벗어나는 욕망의 끈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문명이 주는 메마른 현실과 시각이 중심이 되어 만지고 느끼는 감각이 모호해진 디지털 세상 속에서 작가 이정희의 작품에서 맛보여지는 아날로그적 감각의 새로운 조형언어들은 작품과 나,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진정한 소통을 위한 충분한 매개체인 것이다.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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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070711e | 이정희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