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Language

서화숙 영상·설치展   2007_0808 ▶ 2007_0814

서화숙_Real World_라이트박스, 와이드칼라프린트_가변설치_200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미술공간현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0808_수요일_05:00pm

미술공간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02_732_5556 www.artspace-hyun.co.kr

Express yourself with the body. It is you. 몸으로 말해요, 그게 당신입니다. ●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드러나는 누군가가 외친다. 그 외침은 우리의 시각을 자극한다. 붉게 충혈 된 눈과 벌어진 붉은 입 그리고 붉은 구멍 등을 통해 나온 존재를 우리는 인식한다. ● 서화숙이 이번 전시『바디랭귀지』를 통해 선보이는 작업들은 최근 4년여간의 창작 활동의 결과로 대부분 암흑과 대비되어 부각되는 가면처럼 흰 칠이 된 얼굴과 인체의 조형화된 등(背)이다. 빛과 어둠의 대비 그리고 이미지가 가지는 색상의 밝고 어두운 대비가 전시장의 전체적인 인상이 될 것이다. 이 대비는 비단 시각적인 요소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작업 방법에도 깊숙하게 관여한다. 작가는 작업의 대상과 사진이라는 매체 사이에서 칠하고 긁어내거나 지우고 다시 그리는 식의 상반된 방법을 사용한다.

서화숙_Real World_라이트박스, 와이드칼라프린트_가변설치_2005_부분
서화숙_Some Body Talk_와이트컬러프린트, 아크릴판_각 53×40cm_가변설치_2006

서화숙의 작업은 대부분 지우기로부터 비롯된다. 작가는 사람의 몸을 가지고 작업함에도 불구하고 성별을 뚜렷하게 구별하기보다는 오히려 얼굴-대상(visage-objet, 롤랑 바르트)의 표면적 본질을 지우거나 성별이 모호한 인체의 부분을 택하면서 성을 지운다. 작가가 선택한 지우기 방법은 얼굴-대상에 가하는 직접적인 흰 칠이다. '왜 흰칠인가?'라는 질문에 작가는 무용수들이 온 몸에 흰 칠을 함으로써 자신을 버리고 비로소 속내, 속울음을 드러내는 일본 춤 부토(Buto)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대답한다. 일본 무용 평론가 쿠니요시 가즈코가 부토에 대해, 『자신을 버리는 장치, 방법, 정신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자신을 얻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상의 숨겨진 본질을 끄집어내기 위해 방해되는 사회적 개인, 그 얼굴을 흰 칠로 지운 것은 작가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게 보인다. 자신의 얼굴이 흰 칠로 지워짐과 동시에 부여받은 익명성이라는 자유는 그들로 하여금 타인의 앞에서 그동안 감추었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도록 돕는다. 자신이 지워진 순간부터 자신의 진실에 더 근접한다는 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흰 칠은 또한 작가가 얼굴-대상에 드러나는 감정을 잡아내는 데에 시각적으로 거추장스러운 방해요소 제거에 일조를 한다. 이제 얼굴-대상에 남은 것은 눈과 입이라는 구멍을 통해 쏟아지는 감정뿐이다.

서화숙_속삭임_Pal 방식 컬러 비디오_00:02:42_2006

"나 지금 네게 할 말이 있어. 널 마주 보고서는 도저히 꺼낼 수 없었던 그 말... 자, 귀 기울여봐. 지금부터 내 비밀들을 털어놓을 테니. 사실은 말이지..."

서화숙_대화_Pal 방식 컬러 비디오_00:01:00_2004 "아무리 내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쳐 보아도 넌 아무 말도 듣지 못한다. 나조차도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너라고 들을 수 있겠니? 모두가 허튼 짓일 뿐,,,,,,이제...그만해라."

작가는 자신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지우기를 시도한다. 지우기를 통해 일차적으로 생산된 사진 위에 문자, 기학학적인 문양, 장난스러운 이미지를 긁거나 그리는 효과 등을 덧입힌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원래 대상이 표출한 감정을 지움과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최종적으로 반영한다. ● 지우기의 또 다른 방법은 모호한 선택이다. 서화숙은 인체 중에서 성별의 구별이 애매한 등(背)을 선택함으로써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왜곡하거나 생략하지 않고 성을 축소시켰다. 대신 성이 축소되면서 반대로 등(背)은 대상으로서 확고해진다. 대상화된 등(背) 위에 작가는 부항을 가지고 붉은 구멍들을 낸다. 이 구멍은 얼굴에 최종적으로 남겨진 눈이나 입과 같이 감정을 드러내기 위한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 작가는 그 창구를 통해 거대한 메세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다.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새기면서 만들어 낸 구멍들은 결국 작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픈 소박한 욕망 해결을 위해 집중된다. ● 이번 전시 역시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서화숙이란 존재를 알리기 위한 구멍 만들기일 수도 있겠다. 이『바디랭귀지』전시로 만든 소통의『구멍』으로 많은 빛이 들어오길 기대해 본다. ■ 이보경

Vol.20070710c | 서화숙 영상·설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