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두아트 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0704_수요일_05:00pm
두아트 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Tel. 02_738_2522 www.doart.co.kr
귀여운 생쥐 제리에게 생쥐 몸집에 5배나 큰 고양이 톰은 맨날 당한다. 톰과 제리가 속고 속이고, 치고 받고 싸우는 과정이 이 만화의 전체 줄거리이다. 귀여운 장난처럼 보이는 둘 사이의 반목은 실은 무시무시한 흉기가 등장하고 그 무기로 상해를 입히거나 심지어는 신체를 난도질한다. 무시무시한 폭력이 난무해도 이것은 순전히 귀여운 캐릭터들의 만화일 뿐이다. 만화 속에서 갈등 관계에 놓인 캐릭터들이 벌이는 토닥거림이란 만화 속에서의 상황을 그대로 문자로만 옮기자면 이거야말로 처참한 일급살인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지만 만화 속에서는 모두 용인되는 것이다. 작가 아담 스콧(Adam Scott, b. 1970)은 이러한 만화의 성격을 그가 현실 속의 부조리 혹은 폭력의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과 결합한 독특한 화풍을 선보인다.
이 곳은 풍광이 유려한 근교, 갖가지 원색이 이루어내는 하늘, 벌판에 아기자기한 집과 정원 그리고 만화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화면은 귀엽기만 하다. 여기에 반짝거리는 원색이미지가 주는 화려한 화면은 작가가 그려내는 상황과 풍경을 마치 반짝이는 하나의 팬시 상품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자면 화면에 등장하는 귀여운 토끼는 권총을 들고 있고, 도끼를 든 딱따구리는 험상궂기만 하다.
다시 한번 한가로운 교외의 풍경. 이 곳은 이제 한가로운 풍광을 즐기는 장소가 아니라 폭력의 발생장소로 더 적합해 보인다. 만화적인 요소는 이렇듯 실제 일어난 사건과의 완벽한 대비를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당황하게 하면서도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대중매체에 의해 무뎌지면서 하나의 이벤트로 탈바꿈하여 현대인들에게 전달되는 방식에 대한 은유로 읽혀진다.
아담 스콧의 캐릭터들과 배경은 원색의 페인트들로 깔끔하게 처리된 구상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이러한 구상적인 요소들을 통해 어느 근교에서 벌어진 잔혹 만화는 내러티브성을 얻는다. 하지만 그가 캔버스를 스튜디오 바닥에 평평하게 내려놓고 캔버스에 페인트를 들이붓는 과정이 작품의 구상적 요소들을 올오버 페인팅의 추상적 색면으로 다시 탄생시킨다. 최종 결말로서의 작품은 매우 구상적이지만 넓고 단단한 캔버스에 들이부은 페인트가 캔버스 옆면에 줄줄 흘러내린 흔적이나 다량의 페인트가 한꺼번에 부어져 기포가 생기고 어지러이 자유롭게 결이 생긴 흔적들이 작가가 이 캔버스를 앞에 두고 행한 제작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Paint by Number』프로젝트는 언뜻 보기에는 초록색 나뭇잎과 흑백으로 처리된 나무 줄기, 푸른 색 배경에 검은 지면이 모두 똑 같은 10점의 시리즈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각각의 작품에서 이러한 나무 사이로 권총과 망치와 같은 흉기, 손, 노려보는 눈동자, 다리 등이 슬며시 보이면서 평소에는 수면 아래에 잠긴 듯 내재해 있던 폭력의 징후들이 순간순간 드러나는 긴장된 순간을 연출한다. 미국이라는 사회의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불길한 상상과 불쾌한 공포를 드러내는 아담 스콧의 잔혹만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류정화
Vol.20070710b | Adam Scott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