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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07_토요일_02:00pm
강혁_김은영_백병환_백정기_이지선_황유
신한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1-12번지 4층 Tel. 02_722_8493 www.shinhanmuseum.co.kr
예전에는 거실에서 수동적으로 선택을 기다리던 TV가 오늘날 DMB라는 날개를 달고 전방위적으로 유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길가에서 손바닥만한 단말기에 코를 박고 TV를 시청하는 풍경을 보면 'TV 권하는 사회'란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달라진 미디어의 위상이 어찌 TV뿐이랴. 통신회사에서 쏘아 보내는 시간에 맞춰 울리는 휴대폰 알람으로 잠을 깨고 웹 서핑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시대에, 미디어는 생활과 따로 구분하기 힘든 환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일상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아트는 어떤 의미일까?
뉴미디어의 등장 자체가 이슈였던 초기, 미디어는 환상기계로써 장밋빛 전망을 내어놓으며 미술계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뉴(?)미디어가 실용적인 기능을 부여 받고 일상도구가 되어버린 오늘날 미술계의 미디어 담론은 오히려 사그라져가는 분위기다.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각종 첨단 미디어 유저인 청년들은 손안에 들어온 일상도구에 흥미를 잃고 캔버스 앞으로 돌아가 버렸다. 일부 전문 분야에서 미디어 아트의 흐름을 이어 새로운 이슈를 생산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native player』전은 일상화된 미디어를 다루는 작가들의 태도를 통해서 미디어 아트에 새로운 토픽을 제안하고자 기획되었다. 전시에 참여하는 6인의 젊은 작가들은 뉴미디어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체화한 세대들로서 미디어의 테크놀로지와 프로세스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미디어의 선택은 메일로 연락을 할 것인지, 핸드폰을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의 무념, 무심한 태도는 오히려 낡은 리얼리티의 전형이 되어버린 미디어에 새로운 긴장상태를 부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피스 프로그램, 비디오, tv, 게임, 핸드폰 등 그야말로 실용품으로서의 미디어를 비합리적인 환상기계로 전용함으로써 미디어의 원초적인 속살을 쿨하게 드러낸다.
강혁과 이지선은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예술적 표현 도구로 활용한다. 이지선은 효율적인 프레젠테이션의 화신인 'power point'파일에 축축한 이미지를 부여해 낭만적 감성을 담아내는 주술을 부린다. 단정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슬라이드 쇼는 자살의 심리적 정황을 보여주는 낱장의 사진과 증언들이다. 작가는 자살의 흔적을 죽은 자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호소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보고 이를 수집해 관객에게 전하는 영매의 역할을 자처한다. 강혁의 '읽을 수 있는 그림'은 일종의 워드 프로그램으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대신 색면을 사용했다. 작성된 색면을 다시 문자로 읽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사용자는 소통의 한계를 느끼고 읽기를 포기하게 되지만, 그 순간 색면들은 유희의 대상으로 피어난다.
황유의 작품 속에는 전설이 되어버린 게임 겔러그, 다이얼 tv, 엔카 등 늘 해묵고 낡아서 시대에 뒤떨어진 미디어가 등장한다. 하루라도 빨리 첨단 기술로 무장하는 것이 미덕인 세상에 구닥다리 미디어를 활용함으로써 시대착오적 향수를 느끼게 한다. ■ 백정기
Vol.20070708f | Native Play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