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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27_수요일_05:00pm
미술공간현 기획초대展
미술공간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02_732_5556 www.artspace-hyun.co.kr
I'm not ready ● 어린 내 눈에 가장 예뻐 보였던 것은 가끔 TV에서 볼 수 있었던 체조선수의 손에 잡힌 리본 - 팔랑팔랑 움직이는 고운 선은 나비보다 가뿐하고 경쾌하였다. 탁 트인 공간에서 리본을 들고 즐겁게 춤을 추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여서 언니와 나는 그런 모습을 따라 하며 놀기를 좋아하였다. 우리는 끈이 길수록 더욱 멋져 보인다고 믿었고, 그래서 올림픽의 체조선수들 보다 더 길게 리본을 만들기 위해 신문지를 얇게 오려 붙여 만든 긴 끈을 잡고 집안과 동네를 뛰놀던 기억이 있다.
그런 아련한 추억의 리본놀이 이후 내가 다시 기나긴 끈을 잡고 서성거림은 그때보단 20여 년이 훌쩍 넘은 요즈음이다. 최근 작업인 런던에서의 설치작업은 많은 양의 띠를 사용하여 공간을 덮어 보는 시도였는데, 한 가지의 재료를 주어진 공간에 채우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행위가 함께 나타나기 마련이다. 쥐고 있는 선을 잡고 왔다 갔다 하는 방법을 무수히 반복하는 나는 어느새 리본놀이의 아이가 아닌, 한 마을의 버스 운전기사가 되어 달리고 있는 듯하다. 끊임없이 나의 정거장을 왔다 갔다 하는 규칙의 반복 속에서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 혼자 노래도 부르고 또 괜히 속상하여 남몰래 축 쳐져 있어야만 하고, 어느 날은 불쾌한 승객도 만나고, 때론 깜박하고 정류소를 하나 뛰어 넘는 바람에 누군가의 원망도 듣고... 그렇게 계획을 달리는 나는 뿌듯하기도 하지만 내일은 더 잘 달렸음 하여 이런 저런 보충을 다짐하는 등의 평범한 일상과 반복적인 나의 작업을 함께 머릿속에 그려본다. 미숙하여 준비중이기 만한 나는 언제쯤 준비완료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온통 나의 끈들로 빼곡이 갤러리를 채워도 나의 연습은 끝나지 않는다. 공간 속의 드로잉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나의 끈들은 그렇게 공간을 가르고, 덮고, 바꾼다. 한 면이 덮임으로써 다른 낯선 공간이 창조되고, 이전의 느낌은 사라지고 새로운 감정이 생긴다. 긴 끈을 놓지 못하는 나는 미숙한 그대로 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전시장의 바닥에서부터 천정까지는 마치 새로운 벽처럼 보이는 완벽한 면이 생겨난다. 한쪽에 그렇게 면이 생기면 다는 모퉁이로 넘어가 똑같은 방법으로 하나하나 고정시켜 또다시 새로운 면을 만들어 낸다.
설치가 이렇게 계속 이루어지고 전시장은 줄지어진 선들로 분할되어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렇듯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그 후 다른 상황이 만들어짐인데, 물리적인 공간의 변화보다도 감정적인 변화로 오는 상황의 충격과 재미가 더욱 내 작업의 이유가 아닌가 한다. 대량의 띠들을 공간에 풀어놓으며 모서리를 막고, 기둥을 싸고, 내부를 분할하며 적극적인 방법으로 공간 속 드로잉을 연습하는 대형 설치 작업 'I am not ready '를 다시 한 번 '미술 공간 현' 에서 연작화 해 보고자 한다. ■ 손몽주
Vol.20070627c | 손몽주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