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리는 나무 - 먼 여행을 떠나다

김무기展 / KIMMUKEE / 金武起 / sculpture.installation   2007_0622 ▶ 2007_0629

김무기_The murmuring Tree-Making a Long Journey_혼합재료_2007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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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기 홈페이지_www.kimmukee.com

개막식_2007_0622_금요일_06:00pm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국제교환작가 귀국보고展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실 및 작가 개별 작업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656번지 Tel. 031_962_0070 www.artstudio.or.kr

국립현대미술관(관장:김윤수)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양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2007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3개월 간의 교환 입주해 작업해 온 김무기의 귀국 보고전을 6월 22일 (금)부터 8일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05년 상반기부터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입주작가들의 해외진출 기반 마련과 새로운 작업동기를 부여하고자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당 해년도의 창동과 고양의 장기 입주작가들을 대상으로 유럽 및 아시아 등지의 유수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연계를 맺어 해당 작가에게 상호 작업실 및 숙소,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간 독일의 뒤셀도르프시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던 고양스튜디오 입주작가 김무기는 이번 전시『중얼거리는 나무 - 먼 여행을 떠나다』에서 교환입주 기간 동안의 경험과 다양한 교류를 통해 느낀 점들을 표현한다.

김무기_The murmuring Tree -To Fly 0607_혼합재료_70×70×200cm_2007

금속 철사를 용접하여 자연과 문화 사이의 불안한 소통을 나무의 형태로 표현해온 작가 김무기는 뒤셀도르프에서 작가의 기존작업 '중얼거리는 나무'에 또 다른 변형을 주어 '먼 여행을 떠나다' 시리즈를 작업하였다. 철사 용접은 노란 스파게티면으로, 자신의 주변 풍경을 담던 모니터 화면은 서로 다른 말과 언어를 연결 시키주는 휴대용 전자사전으로 대체되었다. 재료에 대한 꾸준한 탐구를 해오던 작가는 이번 독일교환입주를 통해 스파게티면을 이용, 스파게티줄기들이 부성부성하게 겹쳐져 마치 관목의 형상을 이루는 작업을 시도하였고 닳고 낡은 신발과 눈의 위치에 붙어있는 휴대용전자사전을 통해 다른 세계로의 여행에 대한 낯설움, 여행자로서의 방랑 그리고 친숙한 언어로부터 낯선 언어와 문자를 '그대로' 번역함에 오는 이방인으로 침묵 표현하고 있다. 6월 22일 개막식 이후 진행될 전시 설명회에서 김무기 작가는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소감 및 독일에서의 경험들을 참석자들과 공유하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직접 소개할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일반인의 참여가 가능하며 스튜디오의 작가 개별 작업실 또한 개방될 예정이다. ■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김무기_The Murmuring Tree -Giant_스파게티_350×300×260cm_2007

나무의 뿌리는 그 가지와 같다 Johannes auf der Lake ● 교수이자 수사학자인 친구 게오르게 이잠바드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서 림바우드는 역설적으로 'Tant pis pour le bois, qui se trouve violon'(1)라고 명확하게 언급한다. ● 림바우드의 명언에는 그의 음악학적인 방백은 제외하고라도 다양하게 나무의 현상을 나타내는 측면이 있다. -나무는 목관악기를 제작하는 용도와 같이 실용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장 다양한 내적인 감수성, 감정과 이성을 상징하는 투사 도구이자 매체로서의 비유적인 측면으로도 이용되어진다. 세계 어디에서나, 알려진 모든 역사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알렉산더 데만트는 자신의 나무에 관한 광범위한 문화사적 연구에서 '어떤 것도 나무만큼이나 인류의 운명과 밀접하고도 다양하게 밀착되어 있지 않다. ....모든 나무는 인간이 영과 육으로 이루어진 것과 똑같이 땅과 하늘의 창조물이다.'(2) 그리고 '....호모사피엔스와 마찬가지로 나무는 동시에 세 가지 양상으로 서식한다. 뿌리는 자연의 깊숙한 곳에 내린다.... 줄기는 현실의 중간 영역에 서있다.... 그리고 상부는 스스로를 왕으로 만든다.'(3) ● 물론 자연미와 군주성의 상징에 관한 이러한 현학적인 연관성의 변이 또한 한국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건국신화에서 뿐 아니라, (그것에 따르면 환웅이 하늘에서 신성한 박달나무아래의 땅으로 내려왔고, 웅녀는 그 박달나무 아래에서 첫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기도했다) 경주에 있는 5세기 무렵의 금관총에서 발견된 왕관을 장식하는 조각적인 요소로도 등장한다.(4)

김무기_The Murmuring Tree - To Fly 0607_혼합재료_70×70×200cm_2007

나무의 강력한 상징이 우리 자신의 시대와 현대예술 속으로 계속 발산되어야한다는 것 역시 현대 한국사회가 초현대적이고 기술면에서 예술의 수준으로 발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전통적 가치들과 개념들도 함양한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다. 2005년에 대한항공 직원이 지원자 수련의 일환으로 '대한항공 숲'에 사천그루의 묘목을 심은 것이 그 한 예이다. ● 그런데 예술의 수준에서 보면 나무옹호자들의 범위는 광대하고도 다양하다. 직접 뒤셀도르프에서 오래 활동했던 백남준은 자신의 유명한 'TV정원'이라는 작품에서 그 주제를 취했다. 더 젊은 세대의 작가들도 다른 방법으로 나무라는 그 주제를 가지고 작업해 왔다. 예를 들면, 사진작가 배병우는 요즘에도 한국에서 신성시되는 소나무를 다루고 있다. 자신의 연작 '만남과 떠남'에서 그는 순수, 인내, 인고라는 상징을 지닌 이 상록수를 연구하고 영원한 '자연의 리듬 자체'를 작품 속에 묘사하고자 한다.(5) ● 미술사가인 정준모는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인 가치의 이런 형태로의 연결은 정확히 요즈음 한국의 특징이라 했고, 그것을 '하이브리드 문화'라는 용어로 표현하였다.(6) 이런 식의 하이브리드화(이종교배)가 현재와 과거, 현재와 미래의 관계를 대표한다는 점은 '이중 현실'이라는 주제로 지난 해 서울에서 개최된 가상현실과 실제 세계 사이의 경계를 각각 논의한 미디어 비엔날레에 의해 제기되었다.(7) 이러한 과거와 미래의 하이브리드라는 그물은 김무기의 조각 작품에도 같은 맥락으로 살아있다. 운주사의 500년 수령의 살아있는 나무의 실체와 직접 대면한 그는 대단한 감명을 받아 그 후로 '나무의 문화'라는 주제에 몰두해 왔다.(8)

김무기_The Murmuring Tree - Old Cabin 06_혼합재료_200×2000×220cm_2006

그는 다양한 스타일과 변형 가능한 차원으로 금속 철사를 용접하여 자연과 문화 사이의 불안한 관계가 소통의 문제라는 조각적인 해석을 하고, 나무특유의 정신과 나무의 형태에 있어 살아있는 구조물(생명체)라는 양극단의 양다리 걸치기라는 시각적인 관점을 표현하고 있다. ● 자연 속의 모델과 문화사의 축적 사이의 소통이라는 창조적인 과정에서 김무기는 자신의 가까운 환경에서 얻은 요소들을 반복적이고 사려있게 개조하고, 그렇게 하면서 솜씨좋은 조각적인 해결책을 각각 일상의 생생한 현실로 재통합한다. 예를 들면, '세상의 나무'라는 연작 중 하나인 4미터 높이의 작품 '그들의 정원'의 상부에는 다섯 개의 작은 모니터가 작가의 집과 스튜디오의 주위에 펼쳐진 숲의 풍경을 다른 장면으로 비춘다.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장 전경

뒤셀도르프에서 김무기는 '중얼거리는 나무' 연작에 '먼 여행을 떠나며'라는 또 다른 변형을 추가하였다. 이 작품 또한 삶의 특별한 상황에 대한 그의 반응이며 다른 세계로의 여행자로서 자신의 '하이브리드' 상태를 반영한다. ● 유럽의 일상적 의사소통의 고전적인 상징의 중심에 놓인 보통의 식탁은 나무로 된 대좌이다. 그것은 황금빛의 노란 스파게티 줄기가 관목처럼 돌출하여 약 3피트 높이의 부성부성한 상부를 이루는 두개의 신발을 받치고 있다. 그 신발의 닳고 찢어진 분명한 표시는 단순히 주장하는 요지 이상의 것을 나타내고 있음을 명확히 한다. 적어도 예전에 그것은 착용자의 먼 방랑에 동행하였다. 또한 황금빛의 관목 속에서 빛나는 작은 모니터는 눈의 위치에 켜져 있고 여행이라는 의미를 다룬다. 본래 모니터는 하늘색 바탕 위에 바빌로니아어의 간극을 뛰어넘어 말과 언어의 세계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소형 휴대용 전자사전이다. ● 그것은 문자(표시)와 디스플레이의 도움으로 친숙한 세계로부터 또 다른 낯선 세계로 문자 그대로 '번역하여' 몰이해와 침묵을 관통할 수 있게 해준다. ● 만약 위에 언급된 조각 작품이 '중얼거리는 나무' 연작의 일부라면, 나무의 중얼거림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그것은 부드럽고 거의 들리지 않는 개인적인 목소리일까? 아니면 천천히 사라지는 일반 배경음의 반향일까?(10) 그것은 마음속의 특정한 대화자도 없는 자기도취의 독백을 말하는 것일까? 혹은 가상의 대화자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조절한 목소리 톤으로 좀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려는 의도일까?

독일 뒤셀도르프 개인전 전경

김무기의 나무 연작에 관한 글에서 이선영은 이렇게 밝힌다. ● '....중얼거림은 말보다는 침묵에 훨씬 더 근접한다. 나무의 침묵은 세상을 받아들이기 위해자신을 잊고자 하는 자에게 교훈을 준다.'(11) ● 그러므로 나무의 웅변적인 침묵, 즉 그들의 중얼거림은 우리 자신과 세상에 대한, 결과적으로 나무의 서식에 대한 우리의 개인적인 책임을 환기시키려는 의도이다. ● 짧은 비교로써 김무기의 개념과 그의 아주 독특한 조각 작품이 역사적으로 유럽의 맥락과 동시에 얼마나 많이 그에게 뿌리내려 있는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명백히 한국적인 '하이브리드의 특징'이 언어적으로 아주 다르고 낯선 세계의 의미로도 얼마나 소통되는지를 암시할 수 있다. ● 1821년, 영국 풍경화가인 존 콘스터블은 '느릅나무 줄기의 연구'(캔버스에 유화)를 완성했다. 매개체상의 커다란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은 로버트 포그 해리슨의 해석을 정확하게 구현한다. 즉, 그것은 자연과 인간 기분의 강렬한 라포르(소통)가 로고스와 작품 묘사 사이에서 예술적으로 형성된 관계임이 밝혀지는 웅변적인 침묵의 현상이다. ● 조셉 보이스, 마크 디온, 헤르만 드 브리스 등의 이름은 위에서 한 비교가 현대 예술분야에 충분함을 만족시킬 것이다; 뒤셀도르프에 그 세 사람 모두의 당당한 나무작품이 있다. ● 그 작품들은 우리가 '자연과 관련하여 포스트 바빌로니아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는 평가에 대한 본보기이다. '언어, 이해, 통찰력의 어떤 다양성도 피할 수 없다. 바벨이후 그렇다. 하지만 또한 암시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의 척도를 - 우연성에서, 복잡성에서, 역사적 사실성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이다.' ● 그리고 김무기의 언어와 작품에서도.

주석 ● (1) 제럴드 섀퍼, lettres de voyant, 1975 / (2) 알렉산더 데만트, uber allen Wipfeln, 2002 / (3) 데만트 / (4) 현재 한국 국립박물관에 있는 국보 중 하나. 카탈로그 Korea, Die alten Konigreiche, 1999 / (5) 카탈로그 Im Jahr des Tigers-Gegenwartskunst aus Korea, 1998 / (6) 카탈로그 Im Jahr des Tigers / (7) Korea Koreanische Kinst und Kultur / (8) Kim Mu-Kee Solo Exhibition, National Goyang Art Studio, 2006 / (9) 작품 4m70cm인 '세상의 나무-4'와 380cm인 '세상의 나무-2' / (10) 미쉘 포우콜트는 Les Mots et les choses에서 '자연의 끝없는 중얼거림'에 대해 말한다. / (11) 이선영, '자연의 법칙과 예술의 규칙과의 만남', 고양스튜디오에서의 김무기 개인전 평론에서 / (12) 로버느 포그 해리슨, '숲: 문명의 그림자', 1992 / (13) 저자는 김무기와 함께 조셉 보이스의 작품 '7000 Eichen'를 촬영한 오크나무, 호프가르텐에 있는 마크 디온의 식목장을 가보았고, Herman de Vries의 작품 Wynfrith me Caesit 를 뒤셀도르프의 아트아카데미 앞에서 감상했다. / (14) 독일어 원본은 호프-세일러, 리차드, 인젠시프, 한스워너 등에게서 인용됨, Natur Stucke, 1996

Vol.20070624c | 김무기展 / KIMMUKEE / 金武起 / sculpture.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