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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21_목요일_06:00pm
박건희문화재단 대안공간 건희 서울 종로구 종로6가 43-3, 43-4번지 Tel. 02_762_7332 www.geonhi.com
여기에 없지만, 거기에 있는 것들 ● 평소엔 너무 흔해서 잘 챙기지 않다가, 당장 필요해지면 아쉬워지는 물건들이 있다. 볕이 쨍할 땐 쳐다보지도 않았다가 갑자기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아쉬운 우산도 그렇고, 잠깐 떠난 여행에 꺼져버린 핸드폰은 미처 챙기지 못한 배터리 충전기를 떠올리게 한다. 흔하게 굴러다니던 동전 몇 개도 정작 쓰려고 하면 온데 간 데 없어 아쉽고, 여기저기서 주워 모아 애물단지 같던 라이터도 막상 담배를 입에 물면 주머니에 없다. 항상 그곳에 있어도 평소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간절해지는, 그리고 그때에만 선택되어지는 것들이다.
김지원은 지금껏 너무나 사소해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건 혹은 물건들을 작업의 중심에 세웠다. 대학원 시절의 습작들이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습관을 주제로 이루어졌고,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자신의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소품을 통해 감정을 풀었다. 무심히 하는 익숙한 행동이라 자신은 미처 몰랐던 사소한 습관들을 거울에 비춰 보여줬던 사진들과 부엌의 고무장갑이나 빈 집에 굴러다니는 소주병을 찍은 사진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물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소한 물건들은 김지원의『there are…』에서 주인공이 된다. ● 물론 '일상'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흔하다. 본래 흔한 것이었기 때문에 주변부에 머물렀다. 거시적이고, 보다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기록되는 것들 뒤에 그림자처럼 존재하던 게 일상이었던 탓이다. 하지만 일상의 서사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선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다양한 분야에 '일상'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달라붙었고 한 때 유행처럼 많은 전시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소한 것에 대한 김지원의 관심도 어쩌면 '일상'의 부상emerge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작업에서 작가는 평소에는 챙기지 못했다가, 막상 필요해지면 아쉬워지는 사물에 초점을 맞추었다. 'there are…'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물건들은 항상 '거기'에 있는데도, 가끔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특정한 것의 존재를 분명히 확인해주는 'there are'는 지금 이곳에 없기 때문에 '만약에 지금 그것이 있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 섞인 가정법으로 이어진다. 그러한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당혹스러움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임은 물론이다.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경험으로 와 닿는 순간이다. ●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잠시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경험이라는 미명 아래 흔한 사물을 찍는 행위가 혹시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거예요'라는 순진한 동어반복으로 그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가 다른 방식이 아닌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일상, 그리고 사소한 사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의문은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다. 우리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험이 가장 보편적인 경험으로 탈바꿈하고, 가장 일반적인 것 같은 순간이 개개인의 해석에 따라 그 모습을 바뀌는 과정이 사진이라는 매체로 보여 진다는 것. 이를 통해 작가는 '거기'에 있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객관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관적인 영역으로 넘어서는 '고정되지 않은 의미로서의 사진'이라는 지점을 되짚는다.
김지원의『there are…』에서 만나게 되는 '여기에 없는 것들'은 '거기'에서 벌어진 경험들(각자의 상황과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 공감의 영역)을 우리 앞으로 소환시킨다. 그리하여 우리는 있는 그대로, 조금의 연출 없이 자신의 배역을 충실히 연기하는 사물들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된다. 물론 그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재조합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 전미정
Vol.20070623e | 김지원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