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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08_금요일_05:00pm
가나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465-5번지 Tel. 02_720_1020 www.ganaart.com
전시개념 ● 국내외 미술시장의 계속되는 활기 속에 꾸준히 주목 받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 그 가운데서도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의 현대 사진 및 영상을 소개하고자, 가나아트갤러리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중국 작가 10명의 사진 및 영상 작업을 소개하는 제7회 포토페스티벌, CHINA Contemporary Photo & Video를 개최한다. ● 전시에 참여하는 10명의 작가들은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이라 할 북경과 상해를 중심으로 중국의 사진·영상 예술을 이끌어온, 그리고 이끌어갈 창 신 Cang Xin, 췌이 슈웬 Cui Xiuwen, 홍 레이 Hong Lei, 황 얀 Huang Yan, 리 웨이 Li Wei, 리우 렌 Liu Ren, 미아오 샤오츈 Miao Xiaochun, 쉬 용 Shi Yong, 왕 공신 Wang Gongxin, 양 쩬종 Yang Zhenzhong이다. ■ 가나아트센터
이들은 넓은 땅과 오랜 역사, 고유한 문화를 통해 형성된 '중국'의 독특한 시선을 바탕으로 거대한 자연 혹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영향 속에 급변하는 중국의 오늘을 그리고 있다. 사진 특유의 효과와 연출, 그리고 작가들의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져 광활한 자연과 인간의 개입을 해석한 그들의 풍경은 고요와 역동이 공존하는 '동시대 중국'에 관한 새로운 시각적 흥미를 자극할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 동안 회화라는 장르에 국한되어 소개되었던 중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사진은 예술이다. 아니다'의 논의는 이제 고루하다. 사진의 예술성에 관한 논란이 한참일 사이, 사진은 스스로 동시대 미술계와 미술시장에서 예술로서 확고한 영역을 매김하며 이러한 논쟁을 잠재워갔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마치 우리의 삶이 사진 속에서 존재하는 듯한 이미지 범람의 시대에 사진이 예술로서 자기 가치를 정립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카메라를 꺼내 들고'사진'을 만들어내는 작금에 반대로 사진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현대미술을 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컬하다.
가나아트갤러리는 지난 6회에 걸친 포토페스티벌을 통해 동시대 사진예술의 다양한 면면을, 매체의 무한한 기교를, 작가들의 넘치는 상상력을 현대 사진의 역사 속에서, 혹은 '풍경'이라는 주제와 함께 살펴보았다. 제7회 포토페스티벌 CHINA Contemporary Photo & Video에서는 중국 현대 사진·영상을 대표하는 작가 10인의 작업을 통해 한껏 달아오른 중국 현대미술의 힘과 그 동안 회화라는 장르에 국한되어 소개되었던 중국 현대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중국의 현대 사진은 서술적이든 은유적이든 간에,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인간'이 무엇보다 큰 비중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미지 자체에 대한 시각적인 관심이 아닌, 구체적인 주제와 대상과 같은 상당히 재현적인 요소들을 작업의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최근 중국 작가들은 점차 '중국'을 의식하는 것, 즉 중국을 연상시키는 시각적 이미지나 중국과 외부 세계의 경계에 놓인 논쟁 등을 부각시키는 주제를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 동시대 삶의 주변과 인간 내면의 갈등, 그리고 전통과의 새로운 관계와 같은 보편적 차원의 문제들을 시각화 하고자 한다. 그러나 작품 앞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다름아닌 '중국'이다. 그들은 고유한 문화와 외부와의 오랜 단절, 단숨에 이루어진 현대화의 과정과 같은 자신들만의 역사와 광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독특한 '중국'의 시선을 형성해 왔다. 또한 대범하고 활달한 기질, 민족적 우월감, 주술적이고 가시적인 성향 등은 대상과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표현하는데 있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동양' 혹은 '중국'에 대한 신비감을 전제로 하는 서구적 시각에의 편향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간에 그들의 작품에는 분명 '중국의 전통'이, '오늘날 중국'의 이야기가 스며있다. 더불어 조용하고 서정적인, 소박하고 은근한 멋을 즐기는 우리와는 달리 크고 화려하며, 대칭적 요소를 성호하고 선명한 색의 대비를 즐기기 중시하는 특색이 중국의 동시대 사진 · 영상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통은 제한적인 틀로 작용할 수 있는 동시에 오랫동안 주변에 늘 스며있었던 것이기에 이를 차용하는 것은 작가들에게 모험적인 도전일 수 있다. 황 얀 Huang Yan과 홍 레이 Hong Lei는 중국 전통 회화, 특히 송나라(ca.960-1279) 산수화로부터 작업의 근간을 마련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와 정신의 상징으로, 시나 회화의 오랜 소재였던 산수와 화조의 이미지는 이 두 사람의 작업에서 전통에 대한 신비감과 그것이 사라지고 난 공허감을 표현하는 소재이다. 황 얀의 사진에는 서로 다른 두 시대의 이미지가 중첩되는데, 이는 전통과 현대, 이질적인 양자가 충돌한 오늘날 중국을 대변한다. 더불어 산수화가 그려진 건장한 남성 육체나 전통 도자기 문양이 덧입혀진 마오 쩌둥 Mao Zedong의 도자기 동상은 점차 그 가치가 폄하되는 중국문화의 계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한다. 홍 레이는 형식에 있어서도 송나라 회화의 전통에서 빌어온 원형의 화면을 고집한다. 마치 바로크 시대 인생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허무함을 일깨우고자 한 바니타스 Vanitas 주제처럼, 사진 속에서 피 흘리며 죽은 새, 혹은 풍경 위로 흐르는 피는 곧 민족의 정신과 혼을 망각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뿌리깊은 전통과 급속한 산업화의 충돌에서 파급된 영향에 민감한 작가들은 이를 작업의 화두로 삼았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양 쩬종 Yang Zhenzhong은 현대화로 인해 점령당한 오늘의 단면을 동일한 구도가 반복되는 율동적인 화면 안에서 은유적이고 익살스런 이미지로 풍자하며 인식의 전환에 대한 관심을 표출한다. 쉬 용 Shi Yong은 상하이의 급변하는 모습과 날마다 새로운 일상의 현실, 그로 인한 개개인의 삶의 변화, 특히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환영과 이를 쫓는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을 시적인 영상에 담는다. 한편 중국의 비디오, 뉴미디어 아트의 선두 그룹에 속한 왕 공신 Wang Gongxin은 특정 예술 사조와 여타의 서술성을 배제한 채 흔들리는 이미지 속에 현대인의 불안을 삽입하며, 중국과 서방 세계,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걸쳐진 사회적 통념을 주제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개인주의, 권력의 힘, 미신의 폐해 등을 비판한다. ● 한편, 미아오 샤오춘 Miao Xiaochun은 서양 미술사와 종교적 주제를 현대 문맥에서 재해석한다. 오로지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완성된 그의 사진은 원작의 숨겨진 부분까지 시각화함으로써 당대의 사건을 객관화시키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한 이미지를 통해 동시대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자문하도록 한다.
서구의 1960-70년대와 유사한 사회 현상들이 진행되던 1990년대 중반, 중국의 작가들은 퍼포먼스에 경도되었고 사진 및 비디오는 일회성의 이벤트를 기록하는데 유용한 시각 매체로 받아들여졌다. 대표적인 작가 창 신 Cang Xin은 혀로 사물을 핥는 행위를 통해 다른 이의 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샤머니즘적인 개념을 담은 주술적이고 제의적인 성격의 퍼포먼스로, 리 웨이 Li Wei는 2000년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발표한「거울 시리즈」로 주목 받은 작가이다. 이들은 다른 문화와의 소통이나 동시대 사회의 세계적인 이슈들에 대해 발언하기 위해 세계를 무대로 재기 발랄한 몸짓을 반복하고 이를 정제된 화면에 담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자신의 예술을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 반면, 여성 작가 췌이 슈엔 Cui Xiuwen과 리우 렌 Liu Ren은 각각 남성 중심의 중국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그들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고민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거나 이를 초월한 보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남성 작가들과 구분된다. 특히 중국의 컴퓨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리우 렌은 실제의 이미지와 거꾸로 비친 상을 한 장면에 담아 마치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아련한 꿈 혹은 초현실의 환영과도 같은 공간을 창조한다.
도시의 외관과 삶의 모습들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중국의 오늘, 변화 단계의 흔적조차 남기길 거부하며 자기 변신을 거듭하는 대도시의 중심에서 그 단면들을 즉각적으로 담아내는 동시대 작가들에게, 사진은 어쩌면 가장 유용한 도구일지 모른다. 이들은 기계의 힘을 빌어 복잡한 현대 사회의 모습과 인간 내면의 여러 층위를 고도로 축약된 이미지를 통해 강조하기도 하고, 또 찰나의 순간을 잡을 수 없었던 머이브릿지 Muybridge의 카메라가 움직이는 동작을 인화지 한 장에 연속적으로 펼쳐놓았던 것처럼 복잡다단한 현실을 반복적인 이미지로 늘어놓기도 한다.
개방 이후 중국을 변화시켰던 서구화의 물결은 이제 중국으로부터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기류로 바뀌어가고 있다. 작가들 또한 그들만의 언어로 고요와 역동이 공존하는 '동시대 중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하며 또한 그것으로부터 의식적으로 달아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과 중국 현대미술, 그리고 중국 현대사진의 오늘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예술이 분명 문화와 전통, 사회 현상과 기질의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하나의 산물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 이장은
Vol.20070623a | 제7회 포토페스티발-C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