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613_수요일_05:00pm
갤러리 상 157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9번지 Tel. 02_730_0030
'웃음행성' _ 갤러리, 예술가, 관람객이 함께 만드는 문화실험장 ● 다양한 문화의 층위를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예술계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보람이다. 문화란 것이 예술에 국한되지 않지만 삶의 측면들을 문화라는 시각과 예술이란 시각으로 다듬고 가꾸어나가는 데 있어 예술이 가진 가치를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역사적인 의미부여를 중요시하는 미술관에 비하여 갤러리와 예술가는 현실적인 문화행위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예술행위가 바로 경제활동으로 직결되어야 하는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갤러리가 선택하는 예술행위의 현실성은 강조된다. 현시점에서 갤러리의 선택은 고급예술의 이미지를 판매하는 명품관이나 예술가의 시장성을 관리해주는 매니지먼트회사의 성격을 지닌 단일 창구로 몰리는 형국이다. ● 갤러리상은 가능한 다른 선택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 선택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점은 예술가, 갤러리, 관람객이라는 삼각형을 이루는 꼭짓점의 적절하고 조화로운 균형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현실적인 예술문화 활동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술가와 갤러리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발전하며 재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 순환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실험적인 이 프로젝트의 구상은 하나의 물리적인 공간을 우리의 목적에 맞게 창조해보는 것으로 시도되었다. smileplanet은 이 실험의 결정체로서 갤러리와 예술가, 나아가 관람객이 즐기며 또 다른 문화적 시도가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윤정원의 작품은 작가의 시선에 의해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들을 선택함으로써 시작된다. 또한 시장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생산품을 거침없이 재료로 사용한다. 작품의 특징은 실용성과 비실용성의 경계를 넘나들고 해학과 비평의 지점을 오고간다. 많은 키치적 작품들이 그렇듯이 대중적 이미지와 명품스타일의 차용을 통해 상품지구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 그러나 smileplanet의 예술가로서 윤정원은 비평적 해석의 차원이외의 어떤 것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은 작품의 내용을 재미있게 구성함과 동시에 작품 활동의 경계에 대해 우리가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을 허물어버린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낡은 옷을 새로 꾸미기도 하고 터무니없이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가방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작품의 종류는 옷이나 가방뿐 아니라 생활을 구성하는 다양한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smileplanet이란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사물은 그의 작품이다. 바로 '윤정원세상'이 되는 것이다. ● 또한 그는 자신의 작품을 smileplanet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하여 예술가를 신비화하는 대신 자신이 선택하고 매만진 작품들을 상품처럼 유통시키는 대담한 시도를 한다. 과연 그의 행위는 기존의 갤러리 스타시스템보다 더 상업적인 것인가? 또는 덜 상업적인 것인가?
smileplanet안에서 윤정원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 판매, 제작할 수 있다. 갤러리상은 최소 1년 이상 예술가 윤정원과 협력하여 지속적인 작품제작과 판매를 위해 공간과 마케팅부분을 제공한다. 공간의 디자인은 또 다른 예술가 두 명의 아이디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여 설계되었다. 마치 전시장과도 같은, 상품 매장과도 같은 구성이다. 또한 공간 한 가운데를 당당하게 점유한 커다란 바테이블은 smileplanet을 관람객에게 적극적으로 열어놓는 역할을 한다. 좀 더 오래 머물면서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를 통해 전시장과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안으로 스며들게 될 것이다. ● '웃음행성'은 예술을 둘러싼 공허를 깨고자 시도한 첫 번째 작품이다. 윤정원의 작품을 넘어서 공간을 둘러싼 모든 행위들까지. 이 세상에는 수많은 공간들이 있고 이곳도 그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담지 한 공간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곳의 주체는 다름 아닌 예술가와 갤러리 그리고 관람객이 될 것이다. ■ 신혜영
"smileplanet by yoon jeongwon" ● 1. 갤러리 ● 현대미술에서 갤러리가 차지하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대단히 복합적이고 추상적인 의미가 함축된 문화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현 시대에는,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갤러리의 위상이 더욱 중요해 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갤러리라고 지칭되는 공간과 제도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 일반인들이 갤러리에 간다는 것은 적어도 영화관에 가거나 음악회를 간다던가, 대중가수의 공연을 보는 것, 그리고 백화점에 가거나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는 것들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적극적인 미술 애호가나 소비자를 제외한 일반인들에게 갤러리에 가는 것은 마치 청담동의 명품숍을 드나드는 것 이상으로 쉽지 않은 결심을 요구 한다. 이러한 문제는 현대미술이 가진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적 특성에서 기인하겠지만 어쩌면 현대미술의 대중적일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미술작품은 일반인들이 쉽게 살 수 없는 고가이기 때문이며 적어도 어느 정도 학습된 취향에 의해 선택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고급문화의 전형으로 받아드려지기 때문이다. 이 점은 오늘날의 미술제도(미술생산자, 미술관, 갤러리, 미술평론가, 미술잡지 등의 미디어, 학교에서의 미술교육, 그 밖의 다양한 미술에 관련된 이미지와 관점 등)가 스스로 만들어 온 자기 아우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미술품이 왜 고가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그럴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갤러리를 둘러싼 우리의 관념을 이해할 수 있다.
2. 미술과 돈 - 대중화된 상념들 ●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5부작 특집으로 방영한 프로그램은 친절하게도 현대미술이 왜 돈이 되는 투자인지, 그리고 더욱이나 그 투자가 문화적(?) 투자이고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행위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21세기는 문화투자의 시기이고 창조성이 우대 받는 시대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미술에서 지금이 거대 자본과 기획력을 가진 본격적인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바로 그 시점이며, 스타를 만들고 좋은 각본으로 잘 포장하여 국제적인 흥행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한국 문화의 성장과 더불어 외화벌이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블루칩임을 각인시킨다. 미국이나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특히 영국의 최근의 사례와 같이 한국 미술과 문화 또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을 담당하는 주체는 당연 첨단화되고 기업화된 갤러리의 몫이다. 물론 뛰어난 천재적 작가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의 국제적 중요도도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방송은 거대시장 안에서 미술의 다양성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대답해주지 않는다. 음반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거대기획사의 엄청난 자본력을 통해 만들어진 스타시스템은 결국은 다양한 인디음악과 실력 있는 가수들의 몰락을 가져왔고, 창조적 에너지의 장을 축소시킴으로서 그 결과 획일화된 몰개성 몰 취향의 대중가요들만 양산하게 되고,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으며 다시 전체적인 음반시장의 침체를 겪고 있는 것처럼 미술 또한 이와 같은 순환 구조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스타가 아니면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누구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위와 같은 상념들은 문화가, 그리고 미술(미술품이 아니다)이 판매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진정 그것들이 판매되고 소유되는 무엇인가? 문화와 취향을 소유할 수 있는가? 소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는 것일까? 결과로 제시된 물질로서의 미술품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담고 있는 가치와 시대정신은 다중이 공유하는 것은 아닐까?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되면 앞서 언급한 갤러리의 의미와 위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물론 오랜 시간을 걸쳐 다듬어져 온 지금의 갤러리시스템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더욱더 공고해지는 상업적인 마인드와 그에 따른 현상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미술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관념에 대한 질문에서 다양한 대안적 실천까지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3. 대안적 방식과 실천 프로젝트 - 멀티스페이스● 여기 갤러리 공간이 있다. 갤러리라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가 문화적 사건들이 벌어지는 장소라면 이 장소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사건들의 구체적인 의미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작가(생산)와 갤러리(유통) 그리고 관람객(소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 세 가닥 주체의 함수관계에서 생겨나는 접점과 경계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 라는 고민에서 프로젝트 "smileplanet by yoon jeongwon"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작가와 갤러리와의 관계설정, 즉 전시라는 과정과 작품의 판매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서의 관계와는 다른, 대안적 관계에 대한 가능성과 갤러리 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주는 방식들에 대한 토론들이 있었고 이를 토대로 관람객, 혹은 수용자의 입장과 문화적 취향의 교환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보다 구체적인 가능성으로 현실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그리고 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세 가닥의 주체(작가, 갤러리, 관객)가 각자의 포지션을 정립하고 이에 적극 반응하는 것이었으며, 이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하겠다. "smileplanet by yoon jeongwon"은 중층적인 레이어가 복합된 공간(Multi-Space)이다. 수동적 수요자로서의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공간을 향유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탈바꿈시키며 미술과 문화적 담론을 교류하는 개념적 공간으로서의 갤러리, 이를 가능케 하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바(Bar), 작가와 관객(손님)이 직접 교류하고 작업의 일부에 참여할 수도 있는 작가의 열린 작업실, 작품(상품)이 현실적인 가격으로 직거래되는 숍, 위의 요소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각자의 영역을 차지하는 방식에 대한 멀티스페이스 개념의 공간구성,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작가와 미술의 새로운 활용방식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 담겨져 있다.
4."smileplanet by yoon jeongwon" ● 작가 윤정원이 smileplanet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실천방식들은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다양한 사회적 생산물과 아이디어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만들어진 작품-생산품(Product)으로서 이들은 사회적 재생산과 재활용에 대한 의미를 은연중에 환기시키고 있다. 작업의 결과물들은 플라스틱이나, 레고조각, 발견된 생산물, 바비인형, 그 밖의 빈티지 패션이나 작가가 손수 디자인한 의상들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카오스적이고 키치하며 판타지한 세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데, 재미있는 것은 차용된 물질들 때문에 두 가지의 전혀 상반되어 보이는 작품과 상품의 경계가 흐려지고 둘의 구분이 모호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지점은 작품(생산품)과 관객(소비자)들이 만나는 새로운 접점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멀티스페이스로서의"smileplanet by yoon jeongwon"이 실현될 수 있었던 적극적인 요소 중의 하나였다. 여기서 우리는 갤러리의 대응방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갤러리스트의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식이 없었다면 이와 같은 실험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갤러리의 공간을 완전히 탈바꿈 시키는 것은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결정에는 갤러리의 위상과 성격, 정체성에 대한 어려운 질문과 결단을 필요로 한다. 또한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응을 통해 각 주체들 간의 이견들을 좁혀가며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과 발전적인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smileplanet by yoon jeongwon"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살아있는 문화 공간, 점점 더 복잡하고 상업화되어 가는 인사동에서 작지만 다양한 의미들을 생산해 내며 누구나 편하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웃는 행성'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 유영호
Vol.20070621a | 윤정원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