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617_일요일_05:00pm
롯데갤러리 안양점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88-1번지 롯데백화점 7층 Tel. 031_463_2715~6
안구_선생님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 그 자체로 고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지극한 기쁨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정재석_어려운 질문입니다. 운명에 대해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은 당황스러운 느낌인데요. 아마도 이전의 본인의 작품들이 다소 과격하거나, 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느껴져서 나온 질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의 관심은 삶에서 '탄생' 과 '죽음' 같은 운명적 측면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 야 하느냐' 라는 문제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어떻게 태어났느냐' 보다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느냐'는 거겠지요. 작품에서의 '개인'은 생물학적인 또는 종교적인 측면에서의 인간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파악된 인간입니다. 개인을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인은 절실하게 완전한 긍정을 향해 있으며, 메시지를 위해 작품에서 부정적인 어법을 사용해왔습니다. 그것은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안구_선생님은 인간과 비인간(inhuman)의 마주침과 갈라짐을 어떻게 배치하시나요? ● 정재석_인간은 불안한 존재입니다. 빛나는 이성은 동물적 비이성과 이기 그리고 욕망과 문득 문득 마주치게 됩니다. 말의 형상은 다중적인 감정을 내포하고 있으며, 인간과 비인간을 오가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이 전의 작품들이 충돌과 대립이었다면 지금의 작품은 연민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구_말(馬)의 본성은 무엇인가요? ● 정재석_작가가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작가의 모습이 작품에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작품에서의 말의 본성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등장하는 말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말은 신념을 믿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그것을 실행에 옮기며 살아갑니다. 그 신념은 물론 집단의 신념이며, 말은 진실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습니다. 말은 인간 중에서도 남성에 가까우며, 한국의 남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안구_언제 말(馬)과 하나됨을 느끼시나요? 또한 작품의 말은 세상의 풍경이 될 수 있나요? 더 나아가서 당신은 풍경과 하나가 될 수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말과 당신의 거리는 어디에서 가까워지고 어떤 점에서 멀어지나요? ● 정재석_본인의 작품은 형식실험이나 우연에 의존하는 하는 쪽의 작품이 아니라, 실제 삶과의 관계 속에서 줄거리를 찾아다니는 쪽입니다. 그래서 말은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주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흑백논리의 거대담론이 무너진 이 시대에 일상적인 인간의 모습은 말의 형상을 통해서 우화적인 형식으로 현재를 반영합니다. 때로는 직설법으로 , 때로는 반어법으로.
안구_풍경 속에서 갈구하는 당신의 그 외마디 외침과 말의 아름다운 비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 정재석_내용과 형식의 차이이겠지요. 아름다운 비명은 말의 형상 뒤편에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통로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안구_그 외침과 비명은 생산적일까요? 아니 !! 생산되고 있습니까? 풍경이 요구하는 것인가요? ● 정재석_예술의 사회적 기능은 미술을 처음 전공으로 선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작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반복되는 질문이며, 영원한 숙제와 같은 것입니다. 당연히 작품의 메시지는 생산적이길 원하며, 관객은 자각 내지는 위안으로 반응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전의 작품들이 '요구' 에 가까웠다면, 현재의 작품들은 '질문'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안구_당신의 외침이 그 풍경과 영원히 아름답게 건강하게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 정재석_시적인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 롯데갤러리 전시기획자 안구영준과의 대화
Vol.20070619c | 정재석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