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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16_토요일_04:00pm
참여작가 곽철종_김우임_주연(김현숙)_낸시랭_문영오 여동헌_우혜민_이동재_이인청_최혜광_허 욱_홍현숙
후원_경기문화재단
영은미술관 제1, 2전시장 경기 광주시 쌍령동 8-1번지 Tel. 031_761_0137 www.youngeunmuseum.org
미술관이 일반시민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20세기 이후의 일이었다. 당시 미술관은 지난 수백년간 예술의 패트런(patron)이었던 귀족계급이 몰락하고 그 자리를 도시의 부르주아들이 대체하게 되면서 기업형 미술관이 출현하기에 이른다. 이후 컬렉터들에 의해 사장되어 있던 소장품들이 개방되면서 미술관은 대상이 일반시민으로 다시 바뀌고 대중성을 위시한 공공미술관으로써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다시 말해 미술관은 정치적 기능에서 경제적 기능으로, 경제적 기능에서 사회적 기능으로 전이되면서 대중화가 되어온 것이다. 과거 권력구조의 미술관에서 현재의 대중화된 미술관으로 변화되는데 끼친 영향을 미술사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20세기 중반 미국의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소비문화와 대중미술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범람하는 기성의 이미지를 미술에 도입하면서 미국화단을 지배했던 구상회화의 한 경향인 이른바 '팝아트(popart)'였다. ● 팝아트는 이미 50년 전 서양에서 시작되었지만 최근 동양의 관점에서 재해석되거나 현대적 재료와 표현기법으로 재구성하여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로컬 팝아트적(local popart)성향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뉴 팝아트적 성향의 예술품은 기성의 이미지를 가공하거나 재가공하는 과정을 거치기에 다소 소란스럽거나 가볍다는 여지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동시대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메세지와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를 좁히고 심리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 이러한 배경 하에 기획된『팝콘믹스展』은 대중사회의 문화, 예술, 매스 미디어와 같은 주제를 다루며, 광고 등 대중문화적 시각이미지를 미술의 영역으로 수용해왔던 '팝아트(pop art)'와 동시대 현대미술을 가리키는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의 합성어로써 현대미술을 통해 팝(pop)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대중성과 일상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다각도로 조명해 보이고자 하는 전시이다. ●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현재 한국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현대미술가 12명의 참여를 통해 그들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대중적 시각이미지와 일상의 아이콘 혹은 미학적 코드들로 집적된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을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곽철종은 털가죽을 사용하여 몽상적 이미지를 만들며 익숙하지만 낯선 질료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표출한다. 욕망을 성취하려는 작가의 제스처는 유년시절 즐겨했던 하나의 놀이처럼 '유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로써 미술작품이 동경이나 권위적인 대상이 아니라 시각, 촉각, 후각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감상되는 '이상적 관계'를 추구하고자 한다. ● 허욱은 '받아들이고 되돌려주는 행위'라는 일련의 순환과정을 작업의 모티브로 보여준다. 쌓기-쌓이기는 패널들을 붙이고 조각적인 드로잉처럼 자르고, 또 다시 천을 씌우고 색칠하여 여러 오브제로 제작하였다. 이 오브제들을 붓이나 물감이 지나간 흔적을 지우지 않은 채로 살려두는 작업방식을 통해 우리는 반복과 차이의 감각적 경험을 맛보게 된다.
김우임은 결과적 삶을 좇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우스꽝스러운 '얼굴 표정'으로 긴장감에서 해소되는 순간의 여유를 권유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해온 작가는 껍데기에 감추어진 몸이 아닌 알맹이로 드러나는 얼굴, 그 표정에 주목한다. 어떠한 과장과 허위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바로 김우임의 회화 속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다. ● 주연(김현숙)의 '프라모델 plamodel' 연작은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사용방식과 추억을 유희적으로 해석하여 보여준다. 단순한 놀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틀어 한 사람의 의식세계와 삶의 경계선을 그려나갈 만큼의 영향력을 갖는다. 그의 작품을 통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자리 잡은 의미 있는 무엇, 또는 삶의 방식을 찾는 계기가 된다.
낸시랭의 주요작품인 'Taboo Yogini' 시리즈는 선과 악의 중간에 존재하는 '요기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해부학적 신체의 잔해로 이루어진 날개와 다리, 공격적인 금속들로 이루어진 로봇의 몸체는 여성이나 아이의 머리로 이루어졌다. 선과 악의 혼재된 모습으로서의 이중적 여성상은 작가자신이기도 하다. ● 홍현숙은 공간설치 및 개념작업을 주로 선보이며,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포괄적인 예술작품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그의 작품은 어린이들의 장난감 이미지를 차용하여 스티로폼으로 조심스레 조각을 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마감을 한 후 철사에 메달아 원형기둥에 설치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원형기둥의 하단 좌대는 곧 테이블과 의자가 되어 관람객의 휴식공간을 제공하다. 이것은 관객참여 작품으로 공공미술조형물의 성격을 띄는 것이 특성이다. 이 작품의 주요 모티브인 소형 조각물들은 바람, 진동 등의 미세한 충격에 의해 움직이는 조각물들로 칼더의 모빌 작품을 연상하게 되며 이것은 키네틱 조각의 연장선상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문영오는 주변의 소비적이며 소멸적인 존재물들을 모두 기억이라는 추억 속에 간직한다. 강한 보색대비를 통해 강렬하면서도 밝은 이미지는 사물에 대한 작가만의 개념적 의미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아련한 추억과 미래에 대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서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이동재는 캔버스를 커다란 픽셀의 장으로 설정하여 쌀알을 조형의 최소 단위인 점으로 도입하여 작업한다. 그의 작업은 작가의 손공이 수반되는 장인적인 노력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픽셀의 표현기법으로 다가온다. 대중친화적인 팝아트의 소재인 워홀이나 먼로와 같은 이미지를 차용하여 사회적, 역사적 의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여동헌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형태로써 우리의 시각을 자극하며 즐거움과 흥분을 동시에 유도한다. 작품에 나타나는 특징은 평면성과 입체를 혼융하며 색채 또한 원근법이나 명암법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물감도 튜브에서 짠 그대로를 섞지 않고 바른 듯 채도가 높은 원색과 형광색들로 색상을 구사하고 있다. 강렬한 색상은 웨이브의 역동적 형태와 더불어 고유한 물성을 드러내며 흘러내리는 듯한 강한 인상과 경이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 우혜민은 '지퍼'라는 산업시대의 생산물을 작품에 도입하였으며 이로써 판화기법을 재해석하였다. 영상매체와 인쇄매체 등을 통해 익숙해진 가상의 이미지들과 현실의 풍경을 임의로 차용하면서 작가는 마주보고 있는 거대한 캐릭터에 대해 재해석하고, 다시 가상과 현실 세계가 갖는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이인청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모습들을 캐리커처로 보여준다. 다소 과장되지만 가볍고 유머러스한 모습은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여 관람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꾀한다. 쓸쓸하게 상념에 잠긴 사람들, 지쳐있거나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군더더기를 대담하게 생략한 선과 색, 면만으로 함축적이고 간략하게 묘사함으로써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최혜광은 선인장, 기린, 인간의 신체 일부분, 동식물 등 주로 생명체의 형태를 왜곡시켜 조형화시키는데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선인장이나 기린의 형태는 척박한 환경을 이기기 위해 "돌연변이"로 변화했는데 바로 이것이 작가에게는 평범함을 벗어난 "일탈"이며, 척박함의 환상이다. 또한 거대하게 확대된 신체의 일부를 보여주는 최근작품은 일상에서 낯설지 않은 단면을 확대하여 특별한 순간의 진실을 표현하는 작가 자신의 메타포이다. ● 『팝콘믹스展』의 출품작 속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우리들이 익히 아는 것과 익숙한 것으로서 대중들이 즐겨하고 쉽게 친숙해지게 된다. 또한 이번 전시는 기존의 난해하기만 했던 비구상 계열의 현대미술과는 대조를 보이며 일반시민의 시각으로도 충분히 나름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은 관람객과 예술품이 상호 소통하고 이해관계를 형성할 때 비로소 '살아있는 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예술은 유희적 관점이든 관조적 관점이든 간에 인간의 감흥을 이끌어낼 때 비로소 존재한다. ■ 영은미술관
Vol.20070612d | 팝·콘 믹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