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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07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www.brainfactory.org
김재환의 작업은 '조각'이라기 보다 '조립'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얼핏 전통적인 나무 조각상처럼 보이고 실제 아내의 몸을 모델로 하였다는 점에서 현실의 재현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내부의 시스템은 온전히 의미론적이다. 의료용 인체 모형처럼 뚜껑을 열 수 있는 인체의 내부는 물리적인 몸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작가의 상상에 의해서만 고안되었다. 작업의 핵심적인 의미는 그가 고안한 인체 내부의 시스템에 있다. 기계인형처럼 톱니바퀴, 도르래 등의 부속품들로 구성된 몸의 내부는 자극과 반응의 매커니즘을 구현한다. 이러한 자극과 반응의 시스템은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과 관련된 것이다. 작가 스스로 고안한 인과관계의 원리에 의해서 여성의 신체는 작동하고 멈춘다. ● 기계인형은 인간의 매커니즘을 소비품으로 전환시키는 사이보그의 초기 형태이다. 인체를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축소시키고 제어 가능한 조립품으로 변환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육체에 가하는 억압의 형식이다. 마음대로 작동할 수 있는 대상이 됨으로써 예측불가한 위험성은 완전히 제거되고, 여성의 신체는 신비를 상실하여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남성 주체에 의해 고안된 시스템이 여성의 신체에 부과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김재환의 작업은 그 자체로 가부장적 체제에 대한 은유가 된다. 이러한 작업들은 여성과의 관계에서 작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소통의 문제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여성에 대한 오해를 야기하는 남성의 언어체계를 드러내고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획득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 보여지는 세점의 연작 중 첫번째 작품은 정절 교육을 위한 성인용 교재로서 제작되었다. 여성의 정절에 대한 도덕적 요구는 남성의 욕망이 사회적 가치 안에 투영된 결과물이다. 여성에게 도덕적 가치를 훈육하는 계몽적 오브제로서, 이 작품에는 여성 신체에 대한 남성 주체의 해석이 투영된다. 정절을 지키기 위해 가슴을 칼로 찌르면, 입이 웃는 표정으로 변하고 머리 속 계측기의 바늘이 움직여서 행복의 질량을 상징하는 숫자를 가리킨다. 자궁 안 작은 창문에는 여성 본연의 올바른 모습을 상징하는 그림이 나타난다. 전통적인 법규를 따르면 모든 것이 해피앤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 이 작업의 역설은 가슴을 찌르는 행위가 일종의 성기삽입을 의미하는 중의적 기능을 한다는 점에 있다. 성행위를 통해 행복해진다는 의미를 은밀히 함축함으로써 계몽적 가치관을 조롱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작업은 비가 오면 여성이 체액을 분비한다는 속설에 대한 것으로, 여성의 머리 속에 금속통이 들어있어서 비를 맞으면 물이 가득 차면서 일종의 동력을 만들어 가슴과 성기에서 물이 나오게 한다는 의미를 구현했다. 마지막 작업은 식욕과 성욕의 연관성에 관한 사고체계를 반영한 것으로, 남성 성기를 의미하는 비녀를 뒤통수에 꽂으면 오른손은 밥을 먹고 왼속은 성적 움직임을 암시하는 동작을 하도록 고안되었다. ● 여체상의 표현 자체에서 드러나는 섬뜩함, 쓸쓸함, 고독함, 나약함은 김재환이 바라보는 여성에 대한 관점을 드러낸다. 표정이 없이 기계화된 여성의 모습은 작가가 좋아한다는 B급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이하고 창백한 느낌을 주지만, 주인에게 생명을 부여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기계인형의 서글픈 운명을 전해준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남성중심 사회의 거짓 추론 시스템과 제도적인 언어의 유한성을 드러내면서, 상호적 관계의 부재상태를 전한다. 동시에 이 여체상은 불가해한 힘을 가진, 정복할 수 없는 낯선 유기체로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제도적 권력 앞에서 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여성에 대한 연민의 표현이자 여성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그만의 오마쥬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가부장적 체제 안에 속한 남성으로서, 그 체제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여성을 바라보고자 하는 시선에서 출발했다. 그 시선은 체제에 완전히 속하지도 완전히 분리되지도 않은 틈새에 위치하며, 사회비판적이기 보다 미학적인 입장에 서있다. 편견의 매커니즘은 일종의 시적 비약과 더불어 상징화되고 있다. 정교하지만 아날로그적이고 세심하게 구축되어있지만 어딘지 우연적인 작업의 시스템은 부분적 이미지들간의 조합과 충돌이 만들어내는 미적 효과를 지닌다. 그 매커니즘은 그 자체로 새로운 의미체계를 형성하면서 언어의 조립이 만들어내는 시적인 힘을 드러낸다. 어이없는 해석을 야기하는 거짓 추론의 시스템 자체가 함축적 메타포로 구현되어 일종의 블랙유머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 이은주
Vol.20070609f | 김재환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