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s of Rainbow

강희원 회화展   2007_0518 ▶ 2007_0527

강희원_작업실광경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06

초대일시_2007_0518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꽃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번지 B1 Tel. 02_6414_8840

형과 색으로 빚어지는 내적 결기(決起) 예술이 현실을 반영한다는 말속에 깃든 작가의 자리는 어디쯤 되는 것일까. 그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만큼 작품에 드러나는 것이라면, 그가 작품에 쏟아내는 만큼 현실이 보이는 것이라면, 적어도 이 경우 작가는 예술과 현실의 사이에 위치한다. 강희원은 현실로부터 물려받아 생성해낸 작가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비자연적이고도 걸러지지 않은 색채를 사용하고 왜곡된 형태를 통하여 그녀만의 개인적이고 내적인 역사를 외화한다.

강희원_이것이야구다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05
강희원_이것이우리들의노래다_캔버스에 유채_103.5×162cm_2003
강희원_사랑_캔버스에 유채_162×130.3cm_2005

강희원의 작품에서 보이는 거칠고 직설적인 양식은 선천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정한 작가의 기질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불안, 공포, 고통으로 이어지는 다분히 근대적인 주제들의 표현 속에서 에밀 놀데가 추구했던 원시적 회화 기법과 맞닿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원천적이고도 근원적인 자연의 현상과 내적 감정의 표출을 위해 선택한 강렬한 색채의 사용에서 잘 드러난다. 객관적인 현실로부터 차갑게 면면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흡수하고 발산하는 주관적인 체온을 거쳐 한 단계 물질성을 제거한 형태적 표현은 색의 깊고 민감한 복잡성이 아닌 단순성에 기초한다. 그것은 고립된 하나의 색에 집중하여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색의 작용을 통합화시키려는 노력에 의거하는데, 그렇게 어울린 다양한 색채들은 무수히 생성되는 관계 속에서 상호존립하며 전체의 회화적 구성에 기여하는 형태들을 만들어낸다. 「The Quest」에서 보여준 색과 형태의 무궁한 배합은 한계로서의 형태가 하나의 색이 다른 색과 경계를 이루는 평면으로서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바로 그 한계를 통하여 물질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강희원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색의 가치는 추상회화의 상징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 「안소니아 호텔」에서 나타난 상처받고 고독한 자화상과도 같은 정념의 표현은 작가 내부의 혼이 담긴 주관적 감정표출의 솔직하고도 조화로운 구사를 보여준다. 굽이치는 색의 덩어리들은 그 유동성을 드러내며 전체적 구성을 주도하고 그렇게 형상화된 색면을 따라 드러나는 정감의 조용하고도 격정적인 분출은 색 자체로 드러나는 상황의 표현이며, 다분히 주관적인 정서의 방출을 통한 울림의 전개이다.

강희원_안소니아호텔_캔버스에 유채_91.5×122cm_2002
강희원_어느날문득그냥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06
강희원_육면체적삶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05

샌프란시스코의 찬란한 햇살아래서 작업되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우울함을 간직하고 있는 강희원의 비교적 초기작들은 다분히 표현주의적인 성향을 지닌다. 이후 다양한 색과 형태의 실험으로 이루어진 근작들은 밝고 강렬한 색의 사용이 두드러지면서 작가의 내면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정념에 타들어가는 불꽃처럼 더욱 더 전면에 가시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작업을 하지 않는 지독한 허무를 감내할 수 없다는 연약함으로 태어나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 작가의 말속에서 또 한 번 여전히 예술과 현실의 사이에 놓여있는 작가의 자리를 확인한다. 즉, 강희원에게 있어 예술과 작업의 유기적 관계는 오직 현실에서만 그 존재증명이 가능하다. 내적세계로의 침잠에 필연적으로 그 발산이 잇따르는 강희원의 표현적 기제는 마치 자극과 반응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원형적 운동기제와도 같이 절실한 것이다. 형태를 경계짓는 유기적 개별자로서의 강렬한 색채들은 그 절실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대변해주고 그렇게 서로는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된다. ■ 송가현

Vol.20070526c | 강희원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