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525_금요일_05:00pm
갤러리 PICI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2-22번지 Tel. 02_547_9569
작가는 인간, 환경,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을 화두로 지극히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Identity)을 다루며, '사고의 흐름'을 형태화 시키는 단색계 (Monochrome) 추상회화 작업을 해왔다. 작품 속 물성을 극도로 드러내며, 오브제의 흐름과 함께, 작가에 의해 선택된 어느 시점에서 정지된 것처럼 화면 위로 형태화 되는 '개념적 이미지'는 작가가 오랜 시간 동안 생활과 작업을 해왔던 미국 (뉴욕, 뉴저지)에서의 개인시간과 공간에서 발견된 흔적을 새로운 미학적 실체로 나타내고자 한 결과물이다. 시간과 공간 속 사고의 흐름을 재현하기 위해서 작가는 화면 안에서 끝없이 '채움'의 행위를 보이는데 이것은 '비움'을 만들기 위함이다. 즉, 물감, 안료, 그 밖의 재료들이 화면 위를 덮음으로 다음단계인 벗겨지고 긁혀지는 효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가시화적인 사고의 흐름을 가시화시키는데 있어 작가가 유도한 '필수적 형상'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 속 요소이기도 한 것이다. 흔적화 된 붓 자국과, 숨겨진 듯한 드로잉은 유동적 시간의 흐름과 함께 화면의 지평위로 나타나는데 이 모두는 작가의 자율적 의지이고 미학적 노동의 결과물이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첫 개인전에서는 인간, 환경, 자연이란 전체 화두의 변화는 없지만, 그 대상이 개인에서 현대사회에 대한 미적 체험을 통한 감동과 관조의 자세로 변화하면서 보이는 첫 번째 작업시리즈이다. ● 2007년 첫 개인전'Boutique Landscape' 연작에서 작가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허구와 허상의 풍경을 화두로 삼는다. 작가는 현대사회 속에 존재하는 실상과 허상의 모습을 '중간지대'라는 새로운 가상의 풍경으로 함께 표현하고자 한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오가며, 허구와 진실의 중간지대라고도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진 현대인들의 초상과 그들로 인해 만들어진 새로운 사회풍경이 표현된다. 작품 속 '중간지대'는 대상의 단순화된 모습과 주관적 색채로 묘사되며, 실제의 자연모습과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어울림이 생성된다. 공간 안에서의 서로의 관계를 살피면서 여러 가지 분석을 시도하기 위해 작가는 직접적인 서술방식보다 제유적 방법(Synecdoche)을 선택한다. 'Boutique Landscape' 시리즈에서 몇몇 작품들은 아주 추상적 이미지나, 사실적이면서 광대한 또는 부분적인 자연의 풍경과 함께 미국최고의 보석회사 'Tiffany'의 브랜드 컬러인 푸른색을 아주 멀고 낯설게, 그리고 이국적이게 나타내고 있다.
작가 는 푸른색을 통해 자신을 특별하게 느끼게 해주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상품 구매 속에 감추어진 현대인들의 하이브리드 (Hybrid)적인 정체성의 가벼움을 살피고자 한다. 스스로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이 존재하는 문화에 익숙해 가는 정체성 (Identity) 확립을 무시한 체 오직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복잡 다변화된 현대사회구조와 그 편견에 대한 풍자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정체성 표현을 풍자적 요소로 재현하고자 한다. 최근 작업에 많이 등장하는 이 같은 시도를 위하여 작가는 순수한 매체의 사용과 서술적 내용의 배제에서 오는 뚜렷한 조형감각이 느껴지는 색 줄무늬와 자연에 대한 감상적인 노스텔지아(Nostalgia)를 배제한 이지적 형상을 창출시키는데, 이것은 작가의 자율적 의지로의 자연스러운 치환과 함께 미묘한 방향 감각 상실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형식주의적 추상'(Formalist Abstraction) 이거나, '기계미학적'(Machine Aesthetic) 인 요소의 형상들은 '제유화'된 현대인들의 실체이다. 실제의 자연을 의미하는 작품 속의 지평적 이미지는 어느 순간 흘러내리거나 소멸되어버리는데 이것은 껍질 속 내면에 감추어진 불확실하고 주저하는 현대인들의 감정선의 표현이며, 자연과 세상과의 경계이다. 실체가 녹아 내리고 미완성적으로 보이는 '중간지대'에는 현대인들에게 어색하지 않는 '텅 빈 충만' 과 익숙해 버린 '가득한 공허' 가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허구와 허상의 풍경' 과 함께 한다. ■ 김소현
Vol.20070525a | 김소현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