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Life

이상미 회화展   2007_0523 ▶ 2007_0529

이상미_Silence-Still Life_캔버스에 혼합재료_53×200cm_200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갤러리 가이아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0523_수요일_06:00pm

갤러리 가이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45번지 Tel. 02_733_3373 www.galerie-gaia.net

이상미의 일상과 회화의 미: 평면성의 한계, 그리고 극복의 순환 고리 ● 이상미의 작품세계는 "회화의 한계와 극복"으로 축약된다. 회화의 한계를 인식하고 극복하기 까지는 넘고 넘어야할 산이 많다. 회화의 한계를 지각한다는 것은 평면성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서 학습의 과정에서 도출되었다면, 이제는 평면성의 한계는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에서 극복되어야 한다. 단색으로 이미지의 형상을 담아내어 드로잉적인 회화를 시도하여 회화의 한계를 지각했던 작가가 지금은 회화의 선적인 요소로 평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한다. 모든 예술이 항상 물질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 이 진리에서 극복의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은 마치 일상의 진부한 순환고리에서 미학적 요소를 가시화 하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다. 대상의 형태에서 선적인 요소만을 추출하여 화면에 담아내거나, 대상의 형상을 단색으로 사물의 실제성(Reality)을 제거하거나, 이미지와 화면을 구성하여 기하학적인 요소를 강조하던 기존의 무기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실로 구성된 사물의 형태와 화면의 평면성이 유기적인 관계로 전환하는 그녀의 방법이 독특하다.

이상미_Silence-Still Life_캔버스에 혼합재료_64.1×53cm_2007
이상미_Silence-Radio_캔버스에 혼합재료_45×65cm_2006

이상미의 주 관심사는 무의미한 일상의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즐거움을 일상에서 찾아가는 작가이다. 일상과 회화가 어떻게 만나는지에 대한 의문은 회화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듯이 일상에 감정이 이입되어 미적 원리가 대두된 것도 오래된 일이다. 또한 일상에서 사용되는 사물이 화면에 배치되어 생활의 연속성이 미적 가치로 된 것도 오늘만의 예술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상미는 어떻게 일상에 반응하고 감정을 이입하며 이입된 감정을 어떻게 화폭에 담아내는가. '실은 내면속의 자아와 일상에서 작가의 존재를 이어주는 기능을 한다' 라는 그녀에게 있어서 실은 조형의 원리이자 일상=예술이라는 새로운 미적 소통의 고리이다. 색과 선으로 그리던 행위가 여기서는 붙이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대체되었다. 모더니즘문맥에서 이물질의 등장으로 회화작품제작의 방법이 확장되었고 그로 인해 작품의 유형이 변화가 초래되었다면, 이상미는 작품의 존재방식이 붙이는 예술적 행위와 일상적인 행동방식의 융합에서 출발하여 차이가 있다. 사물의 형상성이 굽이굽이 흐르는 실선의 율동으로 가시화 되고, 사물의 주변은 단순하고 정결한 선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작가의 땀방울이 화면의 균일성과 통일성 그리고 일원성으로 열매를 맺었다. 철저하고 꼼꼼하고 세심한 작가의 손놀림으로 진부하고 평범하고 건조한 일상이 미학적 유희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의 집중력과 관찰력이 미에 대해 습득한 지식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의 원점에서 출발하는 원동력이다. 관학적인 것보다 일상의 미가 한층 더 정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실선을 따라가는 관찰자 시선의 율동은 화면에서 춤을 추듯 유유히 미끄러진다. 위에서 아래로 좌측에서 우측으로 내용존재를 읽어가던 기존의 관조방식에서 이탈하여 이제는 창작의 유희와 일상적 미의 틈새-선에 따라 유유히 흐른다. 섬세한 실선이 눈의 섬세함으로 해석되어 보편적인 일상의 미학이 회화의 특수한 미로 경험된다. 진부란 무엇이고, 창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동반한, 그러나 답이 없는, 미적 경험의 세계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주소에 희망의 실선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상미_Party-Radio_캔버스에 혼합재료_24.2×33.4cm_2007
이상미_Party-Still Life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2×130.3cm_2007

작가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상의 사물에 감정을 배 제한 그녀의 화면은 단조롭고 평범한 현실의 현주소를 미적 경험의 세계에서 확인하게 한다. 작품의 화면이 시각적으로 단조롭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과 선의 흐름, 이미지의 형상과 화면의 조화, 단색조과 드로잉의 융합, 미술사와 하루의 일상, 물질과 회화의 정신성 그리고 진부함과 특수함의 소통에서 그녀만의 독특한 미(Aesthetic)적 존재가 드러난다. 이러한 그녀의 작업세계는 다양한 연상 작용을 유발한다. 일상의 미학화라는 측면에서는 온 카와라가 연상되고, 감정이 배제된 일상적인 사물의 이미지와 회화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는 팝아트의 세계에서 관조되고, 물질성에서 비질물화로 전환하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은 1960년대 미술계를 지배했던 누보레알리즘이 떠오르기도 한다. 반면에 밝고 어두움의 대조와 실선의 드로잉적인 조형성은 미술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조우하고 있다. ● 이상미의 작품은 다양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미술사적인 지식에서 작가의 작품을 관찰할 수도 있고, 선의 유희와 단색조의 융합에서도 평가는 가능하다. 어디에 우선권을 부여할지는 관찰자의 몫이지만, 일상=창작이라는 미적 기준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회화의 평면성과 한계 그리고 극복도 미적 기준에서 구체화 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미는 이미 작가-작품-관객이라는 일방향적인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일상=창작 그리고 작가=관객이라는 새로운 도식에 들어섰다. 자아의 일상이 작가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방식이 지속하는 한 이 도식은 끊임없이 탐구될 것이다. 드로잉적인 선이 회화의 본질인 색의 형태에서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화면의 크기와 평면성의 극복이 어떠한 문맥에서 가능한지, 색의 팽창과 대상의 이미지가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섬세하고 예리한 분석력이 그녀의 작품세계를 동반하는 한 고되고 힘든 싸움의 여정은 그다지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의 고민과 싸움의 노정을 전시에서 확인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김승호

Vol.20070523c | 이상미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