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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21_월요일_05:00pm
주최_한글라스 파란네모 갤러리 후원_이호글라스_동원 G&I_태양목공샤시
한글라스 파란네모 갤러리 서울 강남구 신사동 592번지 윤성빌딩 1층 Tel. 02_512_5225 www.myhanglas.co.kr
『유한(有限)한 무한(無限)함』-The infinite in the finite내면을 향한 시간여행 ● 오순미는 2006년에 제작한 『상을 반복하다』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도 거울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다만 벽면 전체를 거울로 뒤덮었던 2006년의 작품과는 달리 주어진 공간에 맞추어 작품의 배치 방법과 형태를 달리했을 뿐이다. 이번 개인전이 열리는 공간은 외부의 빛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없고 조명도 일률적이지 않은데다가 색유리 구조물과 이동식 벽 등으로 작품 설치가 쉽지 않은 곳이었지만, 작가는 주어진 공간에서 가상과 실제 세계를 동시에 체험하게 하려는 자신의 작업 의도를 성공적으로 실현해 내고 있었다.
작가는 우선 갤러리 한쪽 벽과, 입구에서 이어지는 열린 공간에 6개의 거울 육면체를 쌓아올려서 만든 기둥 5개를 서로 마주보게 설치하고, 바닥에는 그 두 기둥을 이어주는 거울 길을 만들었다. 작품의 기본 윤곽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구조는 역시 주어진 공간의 조건에 따라 입구 쪽으로 향해 갈수록 그 폭이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 그리고 두 기둥 사이에 놓인 거울 길 위로, 폭에 비례해서 조금씩 작게 만들어진 거울 시계 6개가 눈높이로 나란히 줄지어 매달려 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공간에서 조명으로 빛나는 거울 기둥들은 심오한 법칙이 담긴 듯한 수 표식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정신없이 서로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거울 구조물은 일정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설치되어 있어 실제 세계와 거울에 반사된 허구의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나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거울 기둥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신을 벗고 거울 길 위에 올라서서 그 위로 반사된 천장 구조를 내려다보기도 하면서 혼자만의 거울 놀이와 그로 인한 상상의 세계 속에 빠져들었다. 거울 길 위에 선 나는 투명한 유리판 아래로 펼쳐진 지하공간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에 행여 유리가 깨질세라 조심조심 차가운 거울 위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거울 위로 남은 체온의 잔영이 그것이 실재가 아닌 거울에 반사된 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지만 그래도 자신감 있게 발걸음을 떼기는 힘들었다.
거울 길 산책을 마친 나는 작품이 설치된 공간 양 끝에서 작품 전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작가 오순미의 또 다른 트릭을 눈치 채게 된다. 앞서 설명한대로 작가는 두 거울 기둥이 놓인 간격이 좁아지는 것에 따라서 그 사이에 놓인 시계도 조금씩 작게 만들어 설치하였다. 그 결과 그리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소실점을 향하면서 사물이 조금씩 작게 보이는 원근감이 한층 실감나게 표현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된 원근감은 반대 방향에 서면서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뒤로 갈수록 조금씩 커지는 시계들이 오히려 서로 비슷한 크기로 다가오면서, 멀리 있는 사물일수록 작게 보인다는 우리의 고정관념에 일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비밀을 하나 발견했다는 생각에 중앙에 줄지어 매달린 거울 시계들을 요리조리 살펴보던 나는 심상치 않은 시계바늘의 움직임에 눈길을 돌렸다. 양면이 모두 거울로 이루어진 시계의 한쪽 면에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초침이, 다른 한 면에는 거의 움직임을 인지할 수 없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는 시침과 분침이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불완전한 시계의 모습은 그 사이를 오가는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반대편 거울 시계에서 반사된 시계바늘과 합쳐지면서 초침, 분침, 시침이 함께 합쳐진 완전한 시계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편 거울에서 반사된 시계 바늘들은 실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즉 앞으로 가는 시계와 거꾸로 가는 시계가 하나의 상으로 겹쳐져 함께 돌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시계 바늘의 이상스러운 움직임 앞에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새로운 차원에 놓인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거울 시계의 움직이는 초침 위로 비친 내 모습을 응시하면서 어느새 나 스스로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다.
『상을 반복하다』의 프랙탈 구조가 카오스의 세계를 표방했다면 오순미의 새로운 작품 『유한(有限)한 무한(無限)함』은 고요한 내면으로의 시간여행을 형상화 한 듯한 느낌을 준다. 거울에 비친 겉모습에 몰두하기 보다는 거울에 새겨진 수 표식의 법칙을 풀고 싶은 강한 욕구에 휩싸이게 되고, 톡톡 소리를 내며 돌고 있는 시계 바늘 앞에서 시간과 공간이 이루어낸 좌표의 한 지점에 서 있는 나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가냘픈 체구로 힘겹게 작업에 매달리는 작가를 보며 안타까운 생각에 왜 이렇게 힘든 작업을 하느냐는 우문을 던지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거울 작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바라보게 되요. 그래서 거울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몇 마디 안 되는 이 짧은 대답이 그 어떤 말보다도 정확하게 그의 작품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 정수경
Vol.20070521a | 오순미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