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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17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www.brainfactory.org
대상을 통해 드러나는 심리적 동질감과 그 전개 ● 뭔가 애잔한 것이 있었다. 피사체의 강한 피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상선택과 스테이지 안에 대상을 셋팅하여 촬영하는 사진기술은 거칠고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 작년 곽윤주의 포트폴리오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상이다. 피부의 봉합 수술 자국을 그대로 드러낸 여인의 모습(Lost in Desire,2004)이나 신체적인 결함을 타고 난 난쟁이 서커스 단원들(일곱 난쟁이 시리즈,2005)을 담은 전신초상작업들은 대상의 외적 조건에 대한 콤플렉스를 전제로 선택되어진 피사체들이다. 포트폴리오 막바지에 등장하는 한복을 입은 소녀들의 진한 무대화장과 얼굴 근육이 위로 당겨져 올라간 듯한 쌈박하고 청초롱한 인상도 범상치 않았다.
곽윤주는 인물사진을 찍는다. 그녀가 선택하는 인물은 바로 제2의 곽윤주이다. 대상에 내재하는 그 무엇이 곽윤주에게는 충분히 공감되고 수긍이 되어, 감싸 안을 수밖에 없는 그녀만의 무엇이다. 곽윤주의 콤플렉스와 자존감, 세상을 사는 방법과 그렇게 살수밖에 없었던 지난 세월들이 그의 작업을 통해 선택되어지는 대상에 이입되어 내가 대상이 되고, 대상이 내가 되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것은 본인의 피부에 특수영화 분장기술을 이용한 끔찍한 상처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그때는 내안의 상처들을 보여주는 방법이 거칠었었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의 신체적 조건을 이용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 서커스 단원이 된 러시안 난장이들을 만났을 때, 이상하게도 나와 같은 동족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대상에 반영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소멸하는 이유, 살아가는 당위성을 되물어본다. 결코 나 혼자가 아니라는 자위도 해본다.
그녀가 선택하는 작업 대상을 통해 우리는 순차적으로 곽윤주가 겪어온 그간의 심리적 여정을 예측해본다. 그녀가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가기 위해 선택한 다음 대상은 무용소녀들이다. 3년 전 우연히 예원학교의 한국무용전공자들을 처음 접하고는 그 모습에 매혹되어 촬영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신체훈련을 통한 곧은 몸가짐이 그대로 드러나는 어린 무용수들의 평상의 모습은 프레임 하단부에 살짝 보이는 한복의 깃을 단서로, 그녀가 흠모하는 어린 무용수들의 초상이 대형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었다. 시절의 복잡함을 모르고, 맹목적으로 예술의 열정을 불태우는 어린 무용소녀들을 통해 곽윤주는 본인의 자화상을 그려나간다. 남들보다 신체적 조건이 더 뛰어나 어린 나이에 무용을 시작하게 된 소녀들에게서 곽윤주가 느끼는 동질감은 잡념이 배재된, 경지를 향한 맹목적 추구와 그들 특유의 소녀적 천진난만함, 가녀리며 앳된 외모와 본질적인 자아도취일 것이다. 뛰어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어린 무용인들은 본인의 신체 일부분에 대해 끊임없는 불만을 가지고 그것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여느 소녀들과 같으며 바로 이러한 점도 곽윤주가 느끼는 동질감의 일부분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작업 중 군무와 독무사진들이 경직되어 보이는 이유는 '소녀들이 추는 무용동작' 보다는 바로 '무용동작을 하는 소녀'들에 중점을 두려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초상들은 소녀들의 메이크업을 지우고 그들의 원초적인 모습과 풍겨 나오는 상쾌한 분위기를 담는 부분에 집중하였다. 항상 거울을 보며 자신들의 모습과 자세를 가다듬는 무용 소녀들, 몸이 재고 공기처럼 가벼워지기 위해 고통스러운 신체 수련도 마다하지 않고 매진하는 그들이 추구하는 한국무용의 실체는 무릎에서 '된장맛'을 삭히며 땅의 기운을 끌어올려 하늘로 뿜어내는 우리 고유의 정서 '한(恨)'이다. 정면으로 대결하여 해결하는 것이 아닌 혼자 삭히며 풀어내는 것이 한국 무용에서 말하는 우리 고유의 정서라면, "다른 무용이 아닌 한국무용이 좋다"는 곽윤주는 이러한 한국무용의 깊이와 정서가 맘에 들어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소녀들을 선택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출품작은 브레인 팩토리의 공간에 프린트되어 설치된 천자락들이다. 2미터 남짓한 좁고 길다란 천자락들은 마치 한국무용의 살풀이춤에서 무용수들이 쓰는 그것과 흡사하다. '한'을 풀고자 추는 여인네의 살풀이춤의 내용은 실상 무겁고 슬프지만, 이번 전시에 보여진 자락들은 그것의 움직임을 창출하는 주체는 생략되고, 자락만 보임으로써 가볍고 발랄하게 재 탄생되었다. 그것들은 모아지고 흩어지고 공중으로 뿌려지는 등 춤에서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멸했을 움직임들이 한데 모여 벽 위에 시각적인 군무를 그려내었다. 사진작업의 특성상 프레임 안의 구도에 갇히는 한계를 넘고자 시작한 프린트 설치작업은 물적 한계와 상황에 묵묵히 도전하는 살풀이춤의 본질과 일맥상통한다. 속으로 뭉쳐있는 것을 자락을 통해 그 기운을 밖으로 분출하고자하는 몸동작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매끄럽고 탄력 있는 자락들의 집합을 통해 중력에 저항하며 경쾌하고 자유분방하게 공중으로 흩날린다.
이제 메이크업을 벗은 평범한 모습의 무용수들이 대상으로 등장한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진행되었던 스토리들의 퍼즐은 다 맞춰진 듯하다. 상처받은 여인에서 치유되고 회복된 깜찍하고 평범한 소녀로, 이제 본인의 콤플렉스를 역이용하여 한판 뒤집는, 속 시원한 다음 작업의 빅 스텝을 기대해본다. ■ 오숙진
Vol.20070520c | 곽윤주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