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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18_금요일_05:00pm
신한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신한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www.shinhanmuseum.co.kr
일상의 기념은 익명의 나, 다수 속의 나 또는 우리들의 존재를 드러내어 특별해 보이진 않지만 소소한 결을 간직하고 있는 일상의 삶을 공공화하고 기념하는 전시이다. 이 전시는 거대 권력의 억압이나 폭력적인 기억을 강요하는 역사, 그리고 상업사회의 거품으로 인해 표본화된 삶을 강요하는 현실로부터 자유롭기를 희망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기진 못해도, 나의 삶 자체가 다른 사람의 일상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해도, 다투며, 경계하며, 사랑하며, 나른해하며, 권태로워하는 우리들 개개인의 삶도 소중하며 값진 하루하루이기에 오늘의 한 부분을 남부럽지 않게 기념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지긋지긋한 일상은 또다른 누군가에게 꿈같은 일 일수도 있다. 청와대 인근 통의동 주민에게는 매일 경호대의 호위를 받고 행차하는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의 일상이 부러울 수 있고, 매일 일거수 일투족이 낮낮이 공개되는 TV 스타들에게는 대중교통과 씨름하며 출근하는 평범한 그 누군가의 일상이 부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 보다 더 가치 있고 더 소중한 일상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기념되는 삶은 그리 많지 않다. 사회적으로 공공화된 삶을 사는 이들의 삶이나, 거룩한 업적을 남긴 이들의 이전 삶들이 기념화 될 뿐이다. 이것이 공공화된 기념의 개념인 것이고 이런 보편화된 개념들로부터 우리들 소시민들의 삶은 더욱 낮아지고 작아진다.
그러므로 나는 일상의 의미를 수긍하면서도 기념에서는 소외된 우리의 모습을 일상의 기념이라는 주제 하에 전시 공간에 모아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무의미와 역설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듯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경축되는 공간이자, 사회가 만든 기념의 틀에서 자유로운 나만의 삶의 방식이 주목 받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 고인숙
Vol.20070518e | 고인숙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