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51025a | 정재철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0516_수요일_06: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02_2055_1192 www.kepco.co.kr/plaza
(전략) 실크로드 프로젝트, 요셉 보이스의 용어를 따라 '사회적 조각'(social sculpture)로 분류될 수 있을 이 프로젝트는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들을 드러낸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작가가 이 과정 전체를 하나의 '교육적 과정'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만난 이들과 조우하는 과정에서 작가와 현지인들의 제안된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와 수용, 협력과 즐김이 조심스럽게, 그리고 유연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시되고 있다. 여기서 교육적 과정이란, 이 프로젝트 전체를 통해 대상으로서의 현지인들 뿐 아니라 작가 스스로 끊임없이 감화 혹은 변용(affect)의 과정에 놓여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감화 혹은 변용이란 조우와 접촉을 통해 상호 모두 상대에 의해 변화를 겪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정재철이 다루어 온 조각적 개념의 확장이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공간이나 대상으로서의 '바깥'이 아닌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조우 및 교환의 형식으로까지 확장된 점이다. 이 경우 '바깥'은 조각의 모던 혹은 후기-모던이 가리키는 대상의 형식이나 용법에서 더 나아가 후기-후기-모더니즘(post-post-modernism)의 범주라고나 할 수 있을 용법의 바깥 혹은 사회적 형식의 바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가능성을 열게 된다. 대상과의 조우, 최소한의 개입, 배치에 의한 서사와 같은 기본적 요소들 역시 그 대상을 사물이나 그것의 용법에서 그것을 교환하고 해석하는 방식, 상호 간의 교육적 감화, 변용, 주체와 중심의 이동, 무엇보다도 그것을 조각적 현상 속에서 다루는 관점으로 확장하게 된다.
정재철의 지난 10여 년에 걸친 '이동'의 과정은 한 조각가가 자신의 실천적 영역과 방법을 얼마만한 규모로 해석하고 연장해 나갈 수 있는가라는 탁월한 사례를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실천 속에서 발견한 한계와 이슈들, 그리고 그것을 초극하고자 하는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일관되게 다루었는가 하는 점이다.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그러한 이동의 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 그가 다루었던 조각의 문제가 그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형식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매번 조금씩 더 멀리, 더 희박한 장소로 나아가는 포물선의 형태를 떠올린다. 그것은 매번 다시 처음의 조건들로 다시 돌아온다. 대상을 다루는 윤리적, 조형적, 심미적 조건들이 그것이다. 초기에 작가가 자신의 조각적 실천의 기본으로 정한 이래로 이 조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더 생소한 대상들에로 적용되고 제기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각적 형식 그 자체가 아니라 작가가 조각을 통해 애초에 스스로에게 부과한 실천적 삶의 원칙들인 것이다. 그것은 조각으로부터 비롯되어 그것을 통해 작가를 교육하고 형성한 어떤 것이다. 정재철을 통해 획득하는 예술적, 조각적 결과들이란 그러한 원칙들의 구체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복되는 포물선은 매번 제 자리를 돌아오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멀리 떠나는 형태 혹은 그 방법론을 가리킨다.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명령은 동일한 장소에 정주하여 동일한 점을 찍으라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궤적을 그리며 떠나라는 것이다. 떠나는 것에도 위계가 존재한다. 정재철이 다음에 어떻게 어디로 떠날지 주목하게 된다. ■ 유진상
Vol.20070516e | 정재철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