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걸

이인청 회화展   2007_0516 ▶ 2007_0522

이인청_1978년 8월 휴가 남이섬비키니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3×13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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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16_수요일_05:00pm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www.ganaartgallery.com

이인청의 이번 전시는 2006년『달려! 달려! 달려!』전에 이은 5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그동안「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일하는 사람들」등의 전시를 통해 사회 풍자적인 내용의 설치작업을 주로 보여주었다. 적당한 두께의 M.D.F를 각각의 인물의 형태로 자른 후 그 앞, 뒷면에 채색을 하고 연출된 상황에 따라 그룹을 이루며 세워지는 설치 방식에서 작가는 조각과 회화의 장점을 고루 섞은 독특한 작업형태와 공간편집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가 다루는 주제들은 직장인들의 애환이나 소시민의 일상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것들이지만 형식면에서는 캐리커처나 코미디 오락프로의 한 꼭지같이 다소 과장되지만 가볍고 유머러스한 모습들이었다. 그것은 작가의 성격과도 일치되는데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낙천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06년의 전시『달려! 달려! 달려!』에서는 약간 다른 형태의 작업 전개를 보여주었다. 오려낸 나무판을 채색, 설치한 것으로 형식적인 면에서 대동소이하나 그 전의 작업들이 여러 상황에 처한 개인에게 각각의 성격을 부여하고 상호간의 대응으로 그룹 지어진 것이었다면 이 전시에서는 50명의 늑대인간들을 출현시킨 것으로 현대인의 맹목적인 질주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이었다.

이인청_1970년 5월 상도동-남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3×130cm_2007
이인청_2004년 4월13일 베네치아모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112cm_2007
이인청_2003년 8월31일 그라나다-흰옷 입은 부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112cm_2007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더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우선 그동안 보여주었던 나무판 설치를 형식면에서 더욱 발전시킨「화가의 책」시리즈와 평면성이 강조된 캔버스 작업을 들 수 있겠다. 이전의 작업이 결과를 예상하고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여 관람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꾀하였다면 이번 작업들에서는 어떠한 비판적 태도나 대상에 대한 일방적인 해석을 부여하지 않은 채 그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전에 작가는 자신이 의도한 특정한 상황을 적절하게 만들어줄 모델을 찾아내어 응용하였는데 이러한 방식은 대상의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게 변형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같은 연작에서는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들이라는 주어진 대상에서 느꼈던 인상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전시될 작업들을 살펴보면 크게「가족」,「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화가의 책」등 3가지의 주제로 전개된다.「화가의 책」은 그 전에 보여주었던 설치와 비슷한 작업이다. 책으로 설정된 큰 나무 박스 안에 특정한 인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그 인물들이 그려진 나무판을 오려낸 후 채색하여 공간 안에 배치한다. 그러한 인물이나 그룹에 대한 기억에 따라 각기 5개의 책과 제목이 만들어졌는데 나들이, 즐거운 화가, 1942년생, 삼남매, 친구들 이 그것이다. 바퀴가 달린 다섯 권의 대형 책을 책꽂이의 책처럼 가지런히 위치한 다음 관람객이 직접 제목을 보고 책을 뽑으면(끌어당기면) 내용이 드러나게 되는 형식이다. 그 내부는 마치 누군가의 방이나 무대의 한 부분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작가의 사진첩이나 서랍을 열어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가족」시리즈는 작가의 유년기 가족사진을 통하여 재탄생 되었다. 이것은 작가가 직접 피사체를 고르고 연구한 것이 아니고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다른 3자가 소재를 제공한 것, 즉 작가 본인과 가족들의 사진을 이용한 것인데 이러한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들은 현재 입장에서 관찰되어 새롭게 만들어진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작가가 여행지에서 스쳐지나간 사람들, 즉 관광객이나 현지인들을 보면서 느낀 심상을 묘사한 작업이다. 이 작업들은 내용면으로는 그간에 해왔던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평범한 모습들이지만 그래서 간과하기 쉬운 순간순간들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작가는 여행지의 화려한 풍광이나 유적지보다 그곳에서 쓸쓸하게 상념에 잠긴 사람들, 지쳐있거나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흥미롭게 관찰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모든 군더더기를 대담하게 생략하고 선과 색 면만으로 함축적이고 간략하게 묘사한다. 그런 이유로 인물의 배경이나 상황, 삼차원적인 덩어리감과 사실적인 색조 같은 디테일은 사라져 버리지만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인물의 심상은 더욱 강렬하게 표현되는 것이다.

이인청_2004년 4월10일 폼페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112cm_2007
이인청_2004년 4월25일 파리-빨간 모자 사나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112cm_2007
이인청_2004년 4월10일 나폴리-스쿠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112cm_2007

이인청이 이번 전시에서 보여줄 기억에 대한 작업들은 현대예술에서 내세우는 기발한 매체나 형식과 경쟁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얕고 넓은 우물을 파는 것보다 좁지만 깊은 우물을 파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의 꾸준한 노력에 감사하며 이인청의 연구대상이 될 인물이 과연 누가 될 지 궁금해진다. ■ 여동헌

Vol.20070516b | 이인청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