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514_월요일_05:00pm
김현성_신수현_양예은_박미선_원윤선_이승희_한영애_허윤선
이화아트센터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번지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건물 2층 Tel. 02_3277_2482
Mind-scape, 자아의 공간을 그리다 ● "Self, space, scape"라는 주제로 모인 이 전시의 작품들은 9명의 작가들이 각자 개별적으로 제작한 것들이지만, 모두 자아와 존재의 문제를 주변의 공간 및 사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풀어보고자 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대부분의 젊은 작가들이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몸부림치는 미술가 자신의 실존의 문제와 그것이 밖으로 표출되는 방법상의 문제는 이들의 작업에서 자아의 공간과 심리적 풍경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을 대체로 4가지 작은 주제로 다시 분류할 수 있겠다.
실존적으로 풀어 낸 존재와 공간의 문제 ● 최우진과 양예은의 작품은 우리의 삶 속에서 공간이 지닌 근본적인 의미와 가치를 탐구한다. 이들은 공간 개념 자체에 근원적으로 접근하면서, 공간을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이고 심적으로 퍼져 있는 범위'로 정의한다. 양예은의 경우 공간을 가시화시키는 빛과 건축에 집중해 작업한다. 빛은 공간이라는 구조를 드러내는 조형요소일 뿐 아니라, 인간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의미 공간'을 만들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며, 건축은 항상 존재와 공간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우진의 경우 공간을 물리적 공간과 심리적 공간으로 나누었는데, 특히 심리적 공간, 즉 '개인 공간'으로서의 고유 영역, 안락함과 고립감을 통해 사색할 수 있는 마음속의 공간을 큐브(cube)와 물 이미지로 그려낸다. 큐브를 통해 확보된 공간은 그 안에 담겨진 물의 물리적 부피와 함께 개인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때 큐브 속의 물의 이미지는 정신세계의 표현수단 혹은 매개체가 된다.
심리적 풍경 ● 한영애, 신수현, 박미선은 자연과 주변의 사물을 내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봄으로써 재구성되고 변형되거나 낯설게 된 심리적 풍경들을 그려낸다. 한영애는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보면서 '거기에 스스로 존재한다'는 자연의 의미를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존재 원리와 상호작용에 연관시킨다. 그의 작업은 서로 만나 함께 경험되는 세 가지 풍경으로 구성되고 있다. 정신의 공간을 그려낸 mimd-scape, 생명력을 지닌 자연을 그린 land-scape, 자연 속 생명으로서의 몸을 그린 body-scape이다. 신수현의 작품은 일상에서 익숙한 사물과 풍경들을 흐리게 하고 단편화시키며 낯설게 만듦으로써 사물에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관람자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익숙한 것에 대한 갑작스러운 낯설음은 언캐니(uncanny)를 경험하게 하고, 사물들이 생명력을 가진 듯 무의식 속에서 깨어나는 체험을 하게 만든다. 사진기의 초점을 흐려 일상 사물을 찍는 것으로 시작해 회화적 방식 안에서 다시 명확하게 그려내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사물들은 이미 단편화되어 구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박미선 역시 일상에서 만나는 나무, 길, 하늘, 빛 등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자연을 바라볼 때 느끼는 추억의 이미지, 몽상, 보이는 것 너머의 자연의 생명력 등이 인간을 사고의 심층으로 이끌어 존재의 근원에 다다르게 하는 창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박미선의 자연에 대한 경험과 표현은 객관적인 시각과 주관적인 감성이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결국 그의 풍경은 기억에 따라 재구성되고 변형된 내면적인 풍경으로 향하게 된다.
자아를 그리기 ● 원윤선과 허윤선은 자아의 성찰에 집중하고 있다. 원윤선의 자화상은 과거의 거장들이 그랬듯이 자기애(自己愛)를 나타내거나 자아를 들여다보는 내면적 성찰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자화상은 해체된 이미지로 나타난다. 현대 인간의 불안한 자아정체성은 존재의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가변적인 점과 선을 통한 디지털 이미지로 변형된다. 허윤선도 작업 과정을 통해 자아의 성찰과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의도를 나타낸다. 외부 대상과 구별되는 나를 구성하고 있는 총체적인 모든 것으로서의 자아는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 이미지로 조형화, 상징화된다. 작가는 파편화된 머리카락 이미지가 단순히 재현의 흔적이 아니라 작가의 자아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길 원한다.
개인 존재와 시뮬라크르의 세계 ● 이승희와 김현성의 작품은 현대사회에 만연하는 허구의 이미지와 시뮬라크르(simulacre) 자체를 이용해 그 안에서 개인과 자아가 반응하는 방식을 다루고 있다. 이승희는 광고 및 매스미디어에 의해 생산된 이미지들과 그것을 소유하고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 속에 숨겨진 의미를 고발한다. 혼합 매체를 이용하고 차용의 전략을 의도적으로 드러내 삶과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럼으로써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미지들에 포착된 현대의 존재론적 사유의 의미를 모색하고 있다. 김현성도 가상공간이 현실감을 가지고 존재하는 세계, 실제 현실과 혼돈되는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나타낸다. 그가 사용한 그리드(grid)는 바로 시뮬라크르로서의 그리드이다. 그는 현실과 가상현실 속의 인간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편으로서 시뮬라크르의 효과를 주목한다. ● 당면한 문제들에 순수하게 반응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드러낸 이들의 작품들에서 세련됨을 찾기는 아직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로 들어선 9명의 이번 전시 작품들은 이들의 앞으로의 작업을 위한 돌파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 전혜숙
Vol.20070514f | Self, space, scap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