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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07_월요일_05:00pm
기획_박소영
갤러리분도 대구시 중구 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F Tel. 053_426_5615 www.bundoart.com
유봉상은 가느다란 못을 무수히 박은 표면을 높낮이가 다르게 그라인더로 갈아서 물결치는 듯한 효과를 창출하는 화면을 제작한다. 수평으로 양분된 모노크롬 화면 하단의 세밀한 못들이 창조하는 신비한 흐름은 마치 빛을 발하면서 사라져버리는 밤하늘 유성을 연상시킨다. 유봉상은 이번 갤러리 분도 전시에서 처음으로 보다 구체적인 풍경을 제시한다. 작가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 샤르트르(Chartres)의 유명한 고딕 대성당, 그리고 이 고풍스런 도시가 속한 프랑스에서 가장 비옥한 땅 보스(Beauce) 지방의 울창한 숲이 그 예이다. 이는 그가 오랜 시간 동안 풍요로운 자연으로 둘러쌓인 환경에 스스로 고립된 채 오로지 지독한 집중을 요구하는 작업에 몰두해 온 결과로 탄생한 명상과 구도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반짝이는 못들의 집합과 산란에 의한 유봉상의 풍경들은 물질과 비물질,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세계를 창조한다. ■ 박소영
이웃의 농부들이 땅을 경작하듯 유봉상은 회화를 경작한다. '밭'의 은유는 이미 그림 '畵'의어원인 '밭처럼 구획짓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림은 하늘과 땅, 위와 아래를 설정하는 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유봉상의 경우, 근원적 구분은 일획에 이뤄지지 않는다. 점점이 못을 박아 하나의 영역을 만들어 간다. 못을 박는다는 것은 다른 지점이 아니라 '바로 여기'라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못박아진 영역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각적 현실과 현상의 영역으로서 그 위의 남겨진 부분과 대조를 이룬다. 윗 부분은 모든 '있음'의 바탕에 깔려있는 '없음'이다. 이렇게 보면, 유봉상의 이원적 구성은 존재의 비항상성과 비존재의 항상성을 병치시킨 것이 된다. 풍경과 사유(思惟),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왕래하는 가운데 회화의 장(場)이 열린다. 그것은 공간과 경험, 사유의 깊이를 수평적으로 포괄하는 평면이다. ■ 김애령
Vol.20070513e | 유봉상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