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0개의 기억

송준호 조각展   2007_0510 ▶ 2007_0626

송준호_들어올리기_테라코타 위 채색_110×60×15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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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10_목요일_05:00pm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카페 판코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산56-1번지 Tel. 02_880_5552 fanco.snu.ac.kr

따사로운 햇살과 푸르름이 가득한 5월을 맞이하여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Fanco Cafe에서는 Fanco Gallery 네 번째 기획으로『3240개의 기억-송준호 개인』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일상의 기억들로 구성된 송준호의 작업 속에는 9년간 학교에서 보낸 3240일의 날들 만큼이나 다양한 기억들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시간과 개념적인 차이가 보여지는 작업의 변화과정속에서 기억의 공간들을 시각적 모티브로 형상화시킨 송준호의 작업을 통하여 일상속에서의 참신한 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펼쳐놓은 상상공간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홍은정

송준호_어차피 떠날거잖아_스투코, 천_100×150×30cm_2005
송준호_병 속의 나_유리병, 테라코타, 라텍스_50×50×180cm_2005
송준호_소유함으로써 잃어버리는 것들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

학교에 적을 둔게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시간으로 따진다면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시간 중 1/3을 이곳 미술대학에서 보냈습니다. 그리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제게는 중요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물론 그 기간 중 군대도 다녀왔고, 휴일이면 틈틈이 쉬기도 했지만,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미술대학 실기실은 항상 나와 함께 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9년간의 기억들을 정리하는 의미입니다. 이제 학교를 졸업하면서 제가 학교에서 느끼고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어리숙하게나마 정리해 보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많은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많이 외로웠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외로웠을 때 나를 위로해 준 것은 내 옆의 친구가 아닌 내가 조물조물 만들어낸 조금한 녀석들이었는지 모릅니다. 나를 혼자 내버려두지 말라는 듯이 쳐다보는 고양이는 '어차피 떠날테니, 다가오지마'라고 소리치고, 아름다웠던 기억들은 채집된 요정들처럼 박제가 되었습니다. 나를 닮은 녀석은 병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갇혀있습니다.

송준호_4개의 나무_나무에 유리_450×250×1560cm_2006
송준호_여울져가다_구리선, 체인_가변설치_2007

작업의 시작은 이러하였습니다. 마치 일기처럼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표현하는. 그 후 이러한 외로움을 사물에 투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버려진 물건이나 고장난, 혹은 부셔진 물건들을 고치기 시작하였습니다. 5년 동안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방치되어온 벤치에 '들어올리기'라는 녀석을 만들어 괴어놓았습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버려진 4개의 나무를 가지고 서로 이어 붙여서 조각상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허하거나 외로운 감정을 사물을 통하여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기둥을 체인으로 만듦으로써 바람에도 흔들리는 모습을 통하여 제가 느끼는 감정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업의 변화과정을 한 공간에서 보여준다고 하는 것이 조금은 무모하고 계획성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의 밑바닥에는 학교라는 공간과 9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 시간의 기억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입니다. ■ 송준호

Vol.20070512d | 송준호 조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