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기억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화展   2007_0511 ▶ 2007_0715 / 월요일 휴관

게오르그 바젤리츠_연단 위의 레닌(A.M.게라시모프)_캔버스에 유채_250×200cm_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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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10_목요일_04:00pm

관람료_3000원

국립현대미술관 제7전시실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산58-1번지 Tel. 02_2188_6000 www.moca.go.kr

잊을 수 없는 기억 :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 ● 본 전시는 독일의 대표 작가이자 현대미술에 있어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의 최근작,「러시안 페인팅Russian Paintings」을 선보인다. 작가 바젤리츠는 1970년대 부상한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작가로 거론되며 힘 있는 붓터치, 뚜렷한 색채, 두터운 물감 층으로 이루어진 강렬한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그의 작품은 형태의 자유로운 왜곡으로 인한 과격함과 함께 거친 표면의 역동감과 물감의 물리적 존재를 체감케 하며 불안정한 심리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바젤리츠는 거꾸로 걸린 그림의 작가로 유명하다. 작가는 1969년부터 작품을 거꾸로 걸기 시작했는데 이후 대부분의 작품에서 이와 같은 형식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거꾸로 된 이미지는 더 잘 보일 뿐이며 곧바로 보는 이의 눈을 향하게 된다"고 말한다. 수직으로 기울어지거나 거꾸로 걸린 작품들은「러시안 페인팅」시리즈에도 나타나는 것인데, 이와 같은 형식은 관람객을 당황시키면서도 동시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작품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한다.

게오르그 바젤리츠_아카데미 회원 I. P. 파블로프의 초상(M.네스쩨로프)_캔버스에 유채_250×200cm_1999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제작된「러시안 페인팅」시리즈는 새로운 화면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시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짙은 색채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물감의 표면을 그대로 드러내던 이전의 화면은「러시안 페인팅」에서 훨씬 가벼운 모습으로 변모되었다.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화면은 투명하게 표현되어 마치 수채화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 특히 작가의 이전 작품과 달리,「러시안 페인팅」은 모델이 되는 원작이나 사진에 기초해 제작되었다. 모델이 되는 이미지는 모두 과거 러시아에 대한 것으로 대개 사회주의 리얼리즘(Socialist Realism) 계열의 작품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원작의 이미지에 기반을 두면서도 또 다른 결과물을 보여준다. 작가는 화면의 전반적인 구성을 취하되 그 세부 표현에 있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독립된 하나의 회화작품을 구성한다. 또한 원작의 작가 명을 기재하는 등 자신의 기억을 통해 이전의 작가와 작품, 시대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_카자흐 여인(토카레프)_캔버스에 유채_200×162cm_1998

「러시안 페인팅」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회화의 '변주'라 할 만하다. 그러나 정치적, 사회적 쓰임을 가지고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던 원작의 목적은「러시안 페인팅」과 거리가 멀다. 작가는 사회주의 사회가 구축해 놓았던 이미지-메시지의 관계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억 속의 이미지를 어떻게 다시 보여줄 것인가에 몰두한다. 과거 러시아의 미술이 지향했던 뚜렷한 의미전달과 정치의식의 고양은 거친 붓질, 캔버스 위에 남은 작가의 발자국, 페인트 통의 흔적 등으로 변모된다. ● 이러한 맥락에서「러시안 페인팅」은 보는 이에게 더욱 흥미로운 작업으로 다가오게 된다. 작품은 특정 이미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시각과 미술의 오랜 관심사인 재현과 해석, 더 나아가 기억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각적 이미지란 온통 정치적 체제와 맞물려 있는 것이었다고 회고하며, 동독에서 보고자란 러시아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시각적 기억을 더듬어 나간다. 곧 일흔을 맞는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초창기의 그림들, 즉 기억 속의 이미지를「러시안 페인팅」을 통해 마주하게 된 것이다.

게오르그 바젤리츠_최전선에서 온 편지(라크니오노프)_캔버스에 유채_202×162cm_1998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사람, 일상, 삶」은 구동독과 러시아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또한 레닌, 스탈린 등 정치적 인물이 그려진 작품을 볼 수 있는 「역사의 초상」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이미지가 작가에 의해 어떻게 회화라는 형식으로 다시 그려지는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미지의 변주」에서는 원작에서 시작된 하나의 이미지가 또다시 어떻게 다른 작품으로 탐구되고 변주되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작가는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원작이 갖고 있던 과도한 주제의식을 흐릿하게 만든다. 그리고 과거의 이미지들은 화가의 흔적과 손놀림이 살아있는 '회화'로 거듭난다.

게오르그 바젤리츠_연인들_캔버스에 유채_지름 200cm_2002

이와 같이 바젤리츠는「러시안 페인팅」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기억 속의 이미지를 다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 기억 속의 이미지는 과거, 또한 사회주의 러시아라는 특정 맥락과 닿아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러시안 페인팅」은 작가의 자전적 요소를 담은 작품이면서도 기억에 대한, 역사에 대한, 그리고 미술에 대한 회고이자 증언, 탐구라고 할 수 있다. ● 도처에 널려있던 당시의 이미지들은 작가에게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은 모두 '몰락하고, 이미 사라져 버린 무언가'에 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러시안 페인팅」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노스탤지어의 정서를 떠올린다. 변주만이 가능한, 사라지고 나서야 차용 가능한 이 이미지들. 바젤리츠의「러시안 페인팅」은 어느새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린 한 시대의 열망과 그 열망이 배태한 이미지, 또한 그 몰락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과 역사, 예술의 접점에서 한 작가의 '시절'은 '시대'와 만난다. ■ 김남인

전시 설명회 매주 화~일 오후 1시, 3시 큐레이터와의 대화 2007_05_11_금요일_02:00pm~04:00pm 장소_국립현대미술관 제7전시실 주제_러시안 페인팅에 대하여

게오르그 바젤리츠 「작가와의 대화」 변경에 관한 공지 ● 오는 5월 11일(금)에 예정되었던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와의 대화'가 바젤리츠의 건강 악화로 인해 순연되었습니다.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한국방문을 앞두고 스위스에서 전시를 하는 도중, 과로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어 부득이하게 국립현대미술관 「게오르그 바젤리츠」전 개막식에 맞춘 방한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작가의 한국 국민들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대신 전하며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마련하고자 합니다. 작가와의 대화는 순연되며, 5월 11일(금) 2시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러시안 페인팅에 대하여'가 제7전시실에서 진행되오니 많은 분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 국립현대미술관

Vol.20070511a |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