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1953-2007展   2007_0425 ▶ 2007_0527

한국화 1953-2007展_서울시립미술관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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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25_수요일_05:00pm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서울 중구 서소문동 37번지 Tel. 02_2124_8800 www.seoulmoa.org

『한국화1953-2007』展은 1953년부터 2007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대 한국화의 전개과정을 짚어보는 전시로 60여년을 아우르는 풍부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화의 조형성과 그 의미를 주목하고자 기획되었다. 이응노, 박래현, 박생광, 천경자 등 우리 화단의 주옥같은 작가들의 초기작에서부터 2000년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한국화를 있게 한 작품들을 한 곳에 집약시킴으로 해서 한국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 미래의 전망에 대한 화두를 제안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화 1953-2007展_서울시립미술관_2007

이 전시의 기점이 되는 시기는 바로 전쟁 후 '대한민국'이라는 현대적(혹은 근대적) 국가관이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인, 그리고 일제 강점기부터 전래되던 전통적이고도 보수적인 동양화단에 '추상'이라는 새로운 양식이 유입되면서 이후 변혁을 예기하게 되는 분기점이 되는 1950년대 초반, 즉 1953년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전시는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되었으며, 특별전 형식으로「인물화」에 대한 조명이 포함되었다.

한국화 1953-2007展_서울시립미술관_2007

1953년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60여년에 걸친 현대 한국화의 전개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한국화의 과거와 현재의 맥락을 있는 그대로 주지하자는 의미가 크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는 서양화·동양화(한국화)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벗어나 '회화'혹은'평면'으로 통합되어 묶일 수 있는 전초를 마련하기 위한 선결 작업의 의미에서 진행되었다.

한국화 1953-2007展_서울시립미술관_2007

현재의 젊은 작가들에게는 당연하고도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크고 작은 조형적·개념적 경계와 한계들이 이미 선배 작가들에 의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타파되어 왔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오늘날 더 이상 전래적 개념과 매제로 경계지을 수 없는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황 또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나 특정 장르의 개념으로서'한국화'에서 벗어나'회화'로 상정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때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동양화·서양화가 아닌'한국의 회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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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추상의 유입과 실험 ● 1950-60년, 동양화단에서 있었던 20여 년 간에 걸친 서구 모더니즘 및 앵포르멜의 유입과 그 실험 양상을 조명한다. 이 시기 추상 열풍은 동·서양화단 모두 폐쇄적인 국전의 보수성에서 탈피하여 휴전 후 유입되었던 미국과 유럽의 미술사조에 발 맞추고 새로운 현대적 미의식의 발현으로서 실행되었다. 서양화단에서 1957-8년을 기점으로 발화하는 앵포르멜 실험은 후에 '현대적 조형 운동'의 기점으로 기록되며 한국미술의 현대화에 큰 분기점을 이루게 된다. ● 한편 현대적 동시대성 획득에 대한 바램은 여전히 재래적인 산수화나 인물화가 대세를 이루던 동양화단의 경우 더욱 절실한 문제였는데, 1950년대 초반에 이르러 김기창, 이응노, 박래현, 김영기 등의 작가들에 의해 입체파, 미래파, 초현실주의와 같은 서구 모더니즘에 대한 실험이 시작된다. 이러한 동양화단의 추상화는 서양화단에서와 마찬가지로 '현대화'의 방법론으로서 시도된 것으로서, 1960년대 이후 막 대학을 졸업한 신진 작가들을 중심으로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권영우, 안상철 등 독자적으로 추상 작업을 지속했던 작가들과, 서세옥을 비롯 전영화, 민경갑, 안동숙, 정탁영, 송영방 등 묵림회를 통해 새로운 한국화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했던 이들의 작품을 통해 당시 동양화단의 추상 양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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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전통산수의 재인식과 현대적 변용 ● 1970년대에 이르면, 동·서양 화단을 뒤흔들었던 20여 년 간의 추상 열풍이 그 형식적 매너리즘의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침체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를 반증하듯 서양화단의 경우 60년대 중반 이후부터 탈 앵포르멜 기운이 널리 퍼지는데, 이 시기 동양화단에서 고조되는 전통적인 한국화에 대한 재인식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변관식, 이상범과 같은 원로 작가들이 60년대를 전후하여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게 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전통 산수화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된다. 이 섹션에서는 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전통 산수화의 흐름과 함께, 전통 산수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관점에서 90년대 이후 일련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되어 한국의 산수화가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사경 혹은 실경 산수의 맥으로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을 묶으려는 이러한 시도는 한국적 산수화에 대한 거시적인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가 박리 되지 않고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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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서구 모더니즘에서 한국적 모더니즘으로-추상의 주체적 발전 ● 추상의 실험 양상과 관련하여 동·서양화단의 공통적인 딜레마는 바로 서구 사조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자기소화 없이 형식적 기법과 방법론의 수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하여 1950-1960년대를 관통하며, 약 20여 년에 걸친 추상의 실험 이후 많은 작가들이 전통적인 동양화의 영역으로 돌아가 긴 모색 기간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작업은 이전의 재래적인 동양화의 그것과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개별적인 모색기에 들어갔던 많은 작가들이 80년대에 이르면 독자적인 양식을 확립하기 시작한다. 이는 앞 시대에 선행되었던 추상의 실험을 통해 한층 더 확대된 수묵화의 조형적·매재적·개념적 경계와 개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바로 추상의 주체적 발전단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수묵추상과 '수묵구상', 그리고 다양한 기법과 형식이 뒤섞인 형태로 진행 중에 있는 그 과정을 현재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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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채색의 맥 ● 해방 후 왜색탈피·정통성 회복이라는 명제는 특히 동양화단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로 부각되면서 일본화의 극복은 시대적 소명으로 떠오르게 된다. 정교하고도 감각적인 채색을 위주로 한 일본식 그리기 방법과 그 정서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상대적으로 '채색화'에 대한 폄하로 이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화는 채색 영역에서 천경자, 박생광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탄생시켰고 이들의 작업적 성과물은 이들을 장르를 뛰어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오태학, 민경갑, 이숙자, 김보희, 서정태, 김천영, 김근중, 정종미, 김선두 등의 작업을 통해 한국 채색의 흐름을 정리해보았다.

한국화 1953-2007展_서울시립미술관_2007

V. 특별전-인물화 ● 과거의 인물화가 특정한 기능과 목적을 지닌 목적화에서 순수한 표현과 감상의 대상으로 제시된 것은 국전을 통해서였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다수의 작가들이 60-70년대 국전에 인물화를 출품하고 입상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위치를 다지게 되었으나, 대부분 수상 이후 인물화에서 탈피하여 다른 장르로 화목(畵目)을 바꾸면서 인물화 영역 내에서는 지속적인 발전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 ● 이후 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1980년대에 이르러 인물화는 일종의 시대적 산물로서, 삶의 현장에 대한 인상을 인물을 통해 기록하는 양상을 띠게 되며, 90년대에 이르러서는 몇몇 작가들을 통해 현대적 조형 형식으로서 인물화가 등장하게 된다. 인물화가 오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장르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인물이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한 표현 대상임을 상기한다면, 앞으로 인물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보다 적극적인 재해석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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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한국화의 시야를 넘어 ●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화의 재래적 관념과 기법, 매재, 방법론을 극복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양상들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한국화가 반세기 동안 고심해왔었던 전통의 현대적 계승, 먹의 체험, 수묵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같은 기존의 무거운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적 정서나 일상성에 바탕을 둔 개성 넘치는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결국 이들의 관심사는 사적 내러티브, 즉 개인인 작가를 둘러싼 동시대의 제(諸)현상을 회화적 측면에서 어떻게 반영하고 고민해 나갈 것인가로 천착되고 있다. ● 2000년대 들어 이러한 다양한 회화적 접근은 새로운 세대에 의해 더욱 확산되고 개별 진화되어, 사실상 이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장르의 경계를 운운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불과 50년 전에 단지 몇몇 작가들에 의해 시도되었던 추상의 실험이 그러했듯이, 이러한 '탈 한국화적'인 작품들이야말로 새로운 전환을 향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화가 아니라 '한국의 회화'로서 이들 세대들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서울시립미술관

Vol.20070506a | 한국화 1953-2007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