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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02_수요일_06:00pm
갤러리 각 서울 종로구 관훈동 원 빌딩 4층 Tel. 02_737_9963 www.gallerygac.com
色 ● 그러니까, 재채기가 햇살처럼 쏟아지던 그해 봄. 고양이처럼 허리가 잘록한 그녀가, 입 꼬리를 살짝 올린 깃털 같은 미소로 대문밖에 서 있었습니다. 길고 검은 머리가, 길고 검은 스커트가 바람이 건드릴 때마다 냉이 꽃처럼 사락사락 소릴 냈습니다. 그 소리는 늘 나직한 그녀의 목소리보다 컸습니다. 냉큼 손목을 낚아 채 집 안으로 들여놓고 다짜고짜 밥은 먹었냐고, 그래 쓴 와인 한잔 하자고 보채곤 했는데, 그녀와 나 사이 사유를 넘나드는 일은 이렇듯 사금파리 동무처럼 쉽고도 친근해 보였습니다. 그런 밤이면 우린 컴컴한 골방에서 새떼처럼 몰려다니는 언어의 유희에 침잠하며 「뜨겁고 위험한 길」을 수도 없이 넘나들곤 했지요. 그녀의 허파 옆에 자리 잡은 「은밀한 내면」을 들추면 야릇한 우주가 마술피리처럼 흘러 나왔고, 촉수를 세우고 있던 난 거침없는 그녀의 「색 끼」에 소스라쳐 큰 소리로 웃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천정에 달린 노란색 전구는 붉게 흔들렸고, 놀란 벚꽃이 소소소 내려앉았다지요.
卽 ● "정말로 색에 빠져 몸이 축나는 줄 몰랐는데, 몸의 진까지 다 내달라고 영혼도, 정신도 내 달라고 색이 아우성치는 것 같아. 몰입이 두렵다. 그 경계를 넘어서면 다신 못 돌아올 것 같아" 두렵다고 했습니다.「색에 빠진 여자」가 아니라, 그녀를 색이 삼켜 버릴지도 모르는 경계에 서서 무섭다고 했습니다. 온몸이 아프고, 살이 올라 발버둥칠 때 천둥처럼 색이 살아나고, 새 한마리가 날아갔을 겝니다. 그녀에게 광기의 자히르는 그녀를 미치도록 만든 색입니다. 때론 장난스럽게, 때론 노골적으로 피사체가 되어 한없이 유영하는 혈관들의 팽창. 그 색의 끝에 머문 것은 희열이며「완전한 사랑」이겠지요. 간지럽고, 재채기가 나올 것 같은 그러면서 농밀한 농담이라도 건네고 싶은 그녀의 발열된 색들.
是 ●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해서, 긴 시간 천착해 온 생명과 우주의 기운들이 색으로 분열되어 다시 우주 속으로 몰입하는 마지막 경계를 봅니다. 꿈틀거리는 모티브 속 생명의 정충들을 식겁하며 대면합니다. 몽환적이고, 건드리면 터져 나올 것 같은 붉은 포지티브. 그녀의 살갗을 타고 나온, 삶의 분열 같은 색을 볼 수 있는 우리는 되레 행복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에게 다시 질문을 합니다. "「조형의 틀」을 깰 만큼 색이 가슴을 쳤더냐?"
空 ● 꽃비늘이 쏟아집니다. 다 쏟아 낸 그녀가 빈 나무처럼 몸서리치며 늦은 봄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새 한마리가 다시 날아듭니다. 산벚 내려앉는 평창동에서 ■ 손현주
Vol.20070502e | 김미란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