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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25_수요일_06:00pm
그라우 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36번지 오원빌딩 3층 Tel. 02_720_1117 www.graugallery.co.kr
나는 세계가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종말론적 태도를 갖고 있다. 그것은 크리스챤이라는 종교인으로서의 나의 태도이기도 하지만, 지구에 대한 엔트로피적 해석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엔트로피 증가가 진행 중인 어느 한 시점에 태어났기 때문에 세계의 끝이 언제인지 정확히 의식하지 못할뿐 지구는 나의 의식여부와는 무관하게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회화 작업들의 출발점이 된 C마트 시리즈는 위의 큰 맥락을 유지하면서 시작되었다.「어떤 마트에서」연작에서는 대량이라는 타이틀의 유통과정을 위해 필요한 공간구성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미관에 대해 관심을 최소화한 공간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되어, 시각적으로 불쾌함을 주는 건물의 구조에 대해 개인의 감정 폭로로서 생경하고 불편한, 불안한 경험을 회화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해 보았다.
「좋아할 수만은 없는」연작과「좋아하지만」연작도 C마트에 대한 작업이지만 이전 작업의 소재였던 공간에서 그곳을 채우는 물건에 대한 작업이다. 마트 공간 안에서 반복적으로 채워지며 사라지는 대상인 물건들은 세상의 끝을 모른 채 계속 채워지고 비워지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간은 그 집적된 물건들에 대해 소비자로서 또는 그것을 향유하는 인간으로서 양가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집적된 모습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소비의 충동을 느끼지만 이러한 것은 그 공간 안에서만 느낄 뿐이다. C마트라는 공간을 빠져 나와 집이라는 공간에 도착하면 이전의 기쁨은 불안함이라는 감정으로 바뀌어간다. 아름다운 포장물로 싸여진 개개의 물건들은 이제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없으며, 사용되기 위한 물건들은 얼마 후 혹은 하루 밤도 존재하지 못한 채 소비되어 그 존재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재에 대한 나의 감정은 소비자로서 사용할 수 없음 즉,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은 역시나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사라질 것에 대한 존재의 불안함으로 이어진다. ■ 이이정은
Vol.20070428e | 이이정은展 / YIYIJEONGEUN / 異李貞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