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 園 My Secret Garden : The Dwarfed Trees   권순평 사진展   2007_0425 ▶ 2007_0508

권순평_秘 園 My Secret Garden : The Dwarfed Trees_디지털 프린트_120×10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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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25_수요일_05:00pm

화이트월 갤러리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1-5번지 Tel. 02_548-7520 www.whitewall.co.kr

존재론적 유영(遊泳)의 정원 ● 생명, 혹은 존재에 대한 통찰은 역설적으로 죽음이나 상실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 깨달음은 누구에게나 견딜 만큼 쓴 약이 되며, 그래서 관대함 혹은 적응적 수용은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과제이자 선물이다. 분재는 자연의 축소판으로, 놀랄 만큼 짧은 시간동안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 온도나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순식간에 피고 지는 지극히 짧은 생명주기를 지녔기 때문인데, 그 덕에 이 작은 식물이 보여주는 외형적 변모에서 장대한 시간에의 경외를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분재를 유심히 관찰한 적이 없다 해도 분재를 소재로 한 권순평의 사진에서 그러한 신비감을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권순평_秘 園 My Secret Garden : The Dwarfed Trees_디지털 프린트_120×100cm_2006
권순평_秘 園 My Secret Garden : The Dwarfed Trees_디지털 프린트_120×100cm_2006

권순평의 분재는 생물과 무생물, 그리고 소유와 존재의 경계를 상징한다. 철사로 치감아 만든 인공적인 모양새의 나무들은 이상적 자연의 재현을 목표로 꾸며진 것이지만, 생명과 자연에 대한 소유는 인간이 온전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일 뿐임을 환기시킨다. 묶였던 철사로부터 풀려나 자유를 얻고 생명의 근원인 뿌리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진 속 나무들은 놀랍게도 흙을 벗어남으로써 곧 죽음을 맞게 될 극적인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극과 극의 상반되는 가치가 서로 통하는 것처럼 작가 권순평이 찾아낸 그 순간은 생과 사, 실체와 허상, 이상과 현실의 교차점이다.

권순평_秘 園 My Secret Garden : The Dwarfed Trees_디지털 프린트_120×100cm_2006
권순평_秘 園 My Secret Garden : The Dwarfed Trees_디지털 프린트_120×100cm_2006

분재로 꾸며진 그의 비밀의 정원은 원근감이나 그림자와 같은 현실의 잔재가 소멸되어 그곳을 노니는 사람에게 무중력의 공간을 유영(遊泳)하는 것과 같은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배경으로 실제 크기를 짐작할 만한 단서들을 최소화함으로써 사진의 운명인 선 원근법을 무력하게 만든 결과이다. 분재된 나무들과 함께 등장하는 박제된 곤충은 독립된 개체로서 익숙한 상대적 크기감각을 전도시키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화면 전체를 고르게 비추는 확산된 빛은 공간을 압축시켜서 현실을 벗어나는 듯 한 탈공간성을 도출하였다. 탁월한 스타일리스트인 사진가 권순평의 섬세한 시각은 이번 작업의 전체적인 톤에서도 발견된다. 컬러는 현실의 호흡이 사라지면서 남겨진 창백함처럼 유채색과 무채색 사이에서 정교하게 매만져진 상태로 고정되었으며, 흑백 사진에서 선택된 회색조는 세밀한 전경과 단조로운 배경 간의 미묘한 대비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존재에 대한 사유(思惟)의 정원을 꾸며 놓은 것이다.

권순평_秘 園 My Secret Garden : The Dwarfed Trees_잉크젯 프린트_120×100cm_2006
권순평_秘 園 My Secret Garden : The Dwarfed Trees_잉크젯 프린트_120×100cm_2006

이번에 선보이는「비원」시리즈 중에는 실물 공간에 분재를 배치함으로써 현실과 이상화된 자연의 상징이 부딪히도록 하는 작품과 특유의 세련된 감각으로 민화의 형식을 재해석하는 작품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권순평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가적 관심사, 즉 모방된 인공물과 실체적 진실의 대립에 대한 탐구의 결과이다. 이러한 측면은 미니어쳐로 제작된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이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장면을 담았던 그의 이전 작업「Photogenic Episode」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분재를 이용한 일련의 작업에서 그의 시각적 사유가 들려줄 다양한 변주를 기대해 본다. ■ 신수진

Vol.20070426e | 권순평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