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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호 회화·판화·설치展   2007_0425 ▶ 2007_0509

나광호_채움_PET에 스텐실, 아크릴릭_162×10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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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25_수요일_05:00pm

2007 갤러리 NV 공모선정展

갤러리 NV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6번지 3층 Tel. 02_736_8802

"사유"와 "채움"을 통한 세계와의 소통 ● 無의 상태에서 하나의 작품이 태어날 때, 그 탄생의 이면에는 여러 양상의 필연과 우연이 복합되어 잠재한다. 어쩌면 우연조차도 한 작가에게는 오래 전부터 그의 안에 형성되어 가려져 있던 당위성의 출몰이라고 보아야 마땅할 지도 모른다. 현대의 작가들은 그 나름의 진정성과 당위성을 지닌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무수한 재료에 대한 실험과 시도와 연출을 감행한다.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무모한 열정으로, 때로는 행복한 희혈로, 혹은 암담한 절망으로, 간혹 패턴 화 된 타성으로 작업에 임하기도 한다.

나광호_채움_PET에 스텐실, 아크릴채색_162×100cm_2006
나광호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3cm_2007

나 광호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시도하고 탐색하는 작가이다. 누구보다도 긴 시간을 실기실에서 화폭과 마주하고 있던 학창시절의 그의 모습에서 이미 그 싹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대체로 주변의 인물과 사물들_그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스스로 그 이미지들의 의미를 충분히 획득하고 있었던_을 진솔하게 묘사한 그림들이었다. 그리고 그 후 그는 끊임없이 많은 재료들과 다양한 기법의 실험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표출시키고 있음을 지켜볼 수 있었다. 시각 예술이란 시각 매체를 통해 표현되어지고 전달되어지는 것임을 생각할 때, 한 작가의 재료와 기법을 통한 시도와 숙련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광호_채움_PET에 실크스크린, 스텐실, 아크릴채색_100×60cm_2006
나광호_채움_캔버스에 혼합재료_72.7×116.7cm_2007

그는 회화, 판화, 설치, 영상, 드로잉, 서예 등 다양한 장르와 분야를 한데 어우르려는 시도를 해보며, 그 각각의 요소들이 작품의 컨셉과 형식을 결정하는 조건들로서의 긴밀한 연결구조로 드러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유의 행위"라는 테마의 작품에 대해 그는 "예술은 관조와 사유의 행위, 생각과 물질적인 행위를 반복하고 전복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물성을 통해 사고하게 되고 사고를 통해 물질은 진행 과정이 된다." 고 말하고 있다. 탄탄한 묘사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인물과 풍경위에, 그 형상들을 조금씩 부정하듯이 그어댄 드로잉의 흔적이나, 석판화에 나타난 얼룩진 색 면에 덧칠해진 드로잉에서 그 사유의 제스추어들은 이미 단서를 들어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거친 텍스추어와 부드러운 분무효과, body painting과 활자화 된 글자들의 차용과도 같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 화면에 도입하는 과감한 기법들의 시도를 통해 그는 사유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나광호_채움_종이에 혼합재료_196×132.3cm_2005

"사유의 행위" 라는 주제의 작품들이 오브제의 물성을 통한 사유의 결과로서의 작품들 이었다면 "채움"이라는 주제의 작품들은 그 내용과 형식을 더욱 분류하고 세분화시켜 구체적인 형상의 이미지와 로고, 이를 지워내고 덮어가는 부정의 드로잉의 형상들을 한데 모아 그 사유의 집중력과 밀도를 더해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유의 행위"에서 보여주던 어두운 색조들이 사라지고, 밝은 바탕 위에 모호한 형상과 기호들이 부유하듯 자리 잡게 된다. 그 형상과 기호들은 다양한 형식과 삶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세계내 존재들의 상징적인 기호들로 읽혀질 수도 있고, 화면의 완성을 위해 모여든 불완전한 요소들의 집적으로 의미지어 질 수도 있으며, 그것은 결국 작가가 바라보고 소통하는 이 세상에 대한 사유의 제스추어의 흔적으로 자리매김 되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도는 빛을 투과시키는 투명한 필름 위에 그려진 형상들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어지고 있다. 결코 공존할 수 없는 3개의 화면이 빛을 통해 새로운 "하나"를 만들어내며, 그림자라는 추정 가능하지만 작업 과정에서는 결코 드러낼 수 없는 결과물까지도 전시 공간의 빛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는 재료의 실험을 넘어서서 빛이라는 전시 공간의 요소와, 작품을 만지고 그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객들의 반응까지도 상호 소통이 요소로 끌어들이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광호_사유의 행위_판넬에 혼합재료_130.3×162cm_2004
나광호_사유의 행위_종이에 혼합재료_34.4×54cm_2004

그리기와 지우기, 긍정과 부정, 불완전한 요소들의 차용을 통한 완성의 시도를 통해 이 세상을 취하고 통합시키며 소통하려는 그의 열정을 지켜보며 새삼 "채움"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비움"은 "채움" 이후에 오게 될 것이다. 충분히 비울 수 있으려면 그만큼 채운 후라야 가능할 것이다. 충분히 채우기도 전에 어설프게 비우려는 시도를 하기 보다는, 이 세상을 마주하며 욕심껏 취하고 관조하며 그 취한 것들이 그의 내부로 녹아들어가 혈흔처럼 스며나오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의 "사유"와 "채움"의 아름다운 에너지를 이 세상과 타인들과의 소통에 더욱 의미 있는 물꼬를 트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 이창분

Vol.20070426d | 나광호 회화·판화·설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