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ual +visual

송영화 개인展   2007_0425 ▶ 2007_0501

송영화_casual +visual_산청토_40×30×6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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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25_수요일_05:00pm

관훈갤러리 신관1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www.kwanhoongallery.com

송영화의 세 번째 개인전은 '거세된 몸의 어떤 형상'이다. 몸의 어떤 형상이라 함은 몸이 아니라는 뜻이다. 몸의 형상만을 따온 흙 작업은, 그렇다고 몸 표피의 외연으로서 의상을 재현한 것도 아니다.

송영화_casual +visual_산청토_40×30×60cm_2007
송영화_casual +visual_산청토_40×30×60cm_2007

몸이라면 정체성(Identity), 혹은 그 정체성의 견결한 산물인 민족주의나 인종주의적 해석이 가능할 터이지만, 정확히 보면 가운데는 텅 비어 있고, 살갗이라고 하기엔 헤픈데픈 헝겊을 기운 듯 하여 몸의 재현도 아니다. 어떤 것은 가슴이 봉긋하지만 또 어떤 것은 사내인지 계집인지도 모를 정도로만 가슴이 밋밋하고, 골격은 제거되어 있다. 몸의 형상이기엔 확실히 의심스런 점이 이만저만 아니다. 부드러운 가슴에 뭉툭한 허리선, 각 진 어깨에 봉긋한 가슴은 일반적인 토르소를 소조(塑造)한 것이라고 하기엔 혼돈스런 형상이다. 그렇다고 의상이라고 보기에도 의심스럽다. 존존하게 피륙이 발라 붙어있어야 할 것이지만 군데군데 헤지고 미어져 이것은 숫제 의상이라기보다 그냥 흙의 묶음이다. 고만고만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회색빛의, 어떤 것은 목이 움푹 파이고, 또 어떤 것은 목과 어깨 부분에 흙이 한 겹 덧대있다. 어딘가 귀꿈스런 데가 많다. ● 회백색의,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몸도 아니고 의상도 아니다. 몸이 아닌 바에 통상 개인적 정체성의 단면으로 해석되는 몸(body)에 대한 거부이자, 의상이 아닌 바에 문화적 정체성으로 여겨지는 의상(costume)에 대한 거부이며, 회백색인 바에 정치적 정체성으로도 보이는 붉거나 흰 색채의 고정 관념(ideology)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송영화의 이러한 형상은 모든 것이면서도 아무 것도 아닌, 흙의 단편의 묶음이자 다발일 뿐이 된다.

송영화_casual +visual_산청토_40×30×60cm_2007
송영화_casual +visual_산청토_40×30×60cm_2007

송영화의 이번 개인전에 'casual+visual'은 이러한 보편적 정체성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신체 혹은 의상의 어떤 실체만을 보여준다. 보편적 정체성이 구성되는 맥락, 즉 보편적 정체성의 보편성을 보여준다. 얼굴은 거세되고 의상은 감춰지고 몸은 어떠한 사회적 맥락과도 박리된 이러한 시각성은 정치적, 문화적 맥락을 탈각시킴으로써 가장 '우연하면서도 일반적인(casual)' 형상으로 반전된다.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중성적인 형상, 우주의 모든 명암과 색채를 수용하는 회백색은 보편적 구별 짓기를 없앤다. 구별 짓기가 고도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상징이 함유된 보편적인 인식론이라는 점에서, 이는 보편적이다. 우리나라의 한복, 일본의 기모노, 중국의 치파우, 인도의 차도르나 터번 등이 개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말이 보편적이듯 여타 정치적, 문화적 맥락의 상징 속에서 구별 짓기는 보편성을 띌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타자를 구성하고 자신을 타자화한다.

송영화_casual +visual_산청토_40×30×60cm_2007
송영화_casual +visual_산청토_40×30×60cm_2007

송영화는 이러한 모든 시선을 제거한다. 정체성과 구별 짓기, 하물며 타자에 대한 시선의 거둠을 통해, 재차 정체성의 원론을 묻고 있는 것이다. 타자의 구체성이 구별 짓기에 기반함을 되묻는 것이다. ● casual은 평상복이라는 의미로 명사화된 영어지만, '우연적인', '형식적인 것이 아닌', '무심결의', '무관심한 대로', '표면의', '대강대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대강대강, 무관심하게 보아 온 표면적인 시각성 속에는, 매우 보편적인 구별 짓기의 방식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의 시각성은 우연적이라기보다는 너무도 정치(精緻)하게 정치적임을 송영화는 건조하게 보여준다. ■ 정형탁

Vol.20070425a | 송영화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