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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24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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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의 도시 ● 도시 그것은 거대한 인공이다. 인공을 이루는 근간은 자본, 그리고 이 자본을 소급해 가면 거래된 인간의 노동과 만난다. 노동이 인공을 만드는 시대 그리하여 개개인의 삶이 도시의 틈과 결을 메우고 있는 시대. 이것이 오늘날 노동의 실체요 몸이다. ● 김효준과 양은주 이 두 젊은 작가의 시선은 바로 이 도시를 향하고 있다. 한 사람은 야경으로 대변되는 도시의 휘황한 옷매무시를 한 사람은 노동으로써 그 옷을 기우는 청년들의 자화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작업에서 자취방은 노동을 생산하고 배설하는 도시의 내면일 수 있으며 야경은 그 보잘 것 없는 내면을 감싸고 있는 요란하게 과장된 외피다. 안과 밖, 그들이 '도시'라는 화두로 드러내는 것은 통로 없이 서로의 진피를 맞붙이고 있는 그 불안한 한 겹이다.
김효준의 야경은 빌딩에서 새나오는 형광등과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대낮처럼 훤한 강남대로, 축제의 한 복판에서 회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놀이동산의 기구 등을 그리고 있다. 그의 야경은 때로 자리를 옮겨 늦은 시간의 PC방을 비추기도 하다가 급기야는 이 모든 인공적인 빛으로 거죽을 발라대고 있는 도시를 향해 기우듬히 서 있는 한 사람을 등장시켜 아슬아슬한 경계를 담기도 한다. 부리나케 버스에서 내려 뛰어 강남대로의 이차선 도로를 뛰어갔던 어제의 당신은 어쩌면 그의 그림 앞에서 당황할 지도 모른다. 휴일 하루를 온전히 퀴퀴한 동네 PC방에서 소비한 당신은 이해불가능의 눈빛을 보내올 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모든 야경 앞에서 당당한 당신은 그 인공의 불빛을 누구보다 익숙하게 감내하고 있는 우리들은 그의 야경이 생경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대낮보다 더한 소음과 말들을 머금고 있는, 자연스러워야 할 불빛들이 얼룩처럼 들떠 있는 그의 그림들이 어쩌면 진짜 도시의 모습은 아닐까? 쨍한 알전구의 빛으로는 턱없이 광활한 저 불야성의 대륙 말이다.
도시는 의연하다. 그것이 내뿜는 인공의 활기는 언제나 빤지르르한 광택이 흐르며 어찌 보면 그 속에는 자본주의의 과잉된 자의식이 개입하고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젠 채하는 그 장식들이 실은 문명을 영위하기 위해 한없이 초라해진 개인들의 삶을 담보로 하고 있다면? 양은주의 작업은 바로 도시 외에는 어떤 통로도 찾지 못한 이들의 내면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실업자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남자도 여자도 있다. 고작 몇 평짜리 자신의 공간에 숨죽인 듯 틀어 박혀있는 이들은 곧 문명의 광장으로 내딛어야 하는 생짜배기 도시인들이다. 그들은 방문을 열고 도시로 새나가며 또 그것의 축소판과 같은 미로의 내면을 지니고 방안에서 서성인다. 그들의 사적인 내면이야 우리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적어도 혼자의 방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들의 풍경은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리가 기껏 안식처라 부르고 있는 공간의 정체나 그 속에서조차 도시인이라는 정체성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그것. 몇 모금 남은 커피 잔이나 그 옆에 켜 놓은 모니터, 널브러진 옷가지와 쌓아놓은 책들이 발산하는 그 일상성의 공기도 결코 나만의 내밀한 것이 아니라는 것, 도시인 모두가 영위하는 무개성의 습관이요, 물질의 잔여물이라는 것 말이다.
야경의 도시, 야경의 땔감을 공급하고 있는 노동의 도시. 김효준과 양은주의 작업이 '도시'를 향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통분모는 도시로써 도시를 말하는 것. 자위의 도시가 아닌 자성의 도시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기사 식당에서 조촐한 끼니를 때우고 타박타박 지하 작업실로 발을 옮기던 그들을 안다. 말려 놓은 붓을 들어 물감을 짜고 조금씩 자신의 정념을 완성해 가는 뒷모습도 여러 차례 보았으며 세간에 목이 타고 세월에 꺾였던 뻣뻣한 목의 통증도 조금은 나누었다. 그리고 가장 분명하게 아는 것은 캔버스 앞에서 골똘하던 그들의 삶이 자신의 그림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생활에서 길어 올린 이 타작물에는 어떤 수사도 들어있지 않으며 그 정직함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는 것도. 이제 이 담백한 물 한 잔으로 알싸한 탄산수를 맛보거나 융숭한 잔치상을 음미하는 것은 당신들의 몫이다. ■ 기낙경
Vol.20070424c | the cit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