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Face

김진의 회화展   2007_0419 ▶ 2007_0429

김진의_no face_실크에 먹_98×68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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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19_목요일_06:00pm

갤러리 위드 화이트 서울 강남구 역삼동 618-4번지 moon art Tel. 02_508_8828 www.withwhite.net

실크 수묵 포르노그라피 No Face & 빨간 구두 ● 실크 위에 정성껏 아교를 입히고 신중하게 몇 번이고 수묵 채색을 올리고 또 올린다. 마침내 드러나는 풍만한 나신들. 오호, 그렇다고 화려한 글래머 누드를 떠올리지 말지어다. 실크 위에 벗은 몸이 드러나니 기대 할만 하겠지만, 풍만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다이어트 광풍도 부족해 아예 정신 질환으로까지 도달한 요즘 세상에 넘실대는 살을 자랑하는 여체가 드러난다. 일견 당혹스럽고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빨간 구두까지 신었으니 말이다. 살 넘치는 여체 그리고 빨간 구두. 지나치게 도발적인가 아니면 어이없고 우스꽝스러운가.

김진의_빨간 구두_실크에 먹_45×67cm_2007

화가 김진의가 화폭에 담아낸 나신은 자칫 대면하기 불편할 수 있는 에곤 쉴러의 병적인 성기 집착도 아니고 남녀간의 절묘한 눈빛 대화 속에 도포와 치맛자락 속을 상상케 하는 신윤복의 기막힌 성기 은폐도 아니다. 화가 김진의는 보란 듯 다 드러냈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적나라하지도 않다. 김진의의 작품은 그냥 그렇게 아무도 개의치 않는 듯 인간 군상이 벗고 있다. 마네킹의 얼굴처럼 얼굴 없는 얼굴을 가진 인간들에게서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고 섹스는 나누는 커플의 얼굴마저도 마찬가지 이다. 익명의 벌거벗은 개인들은 섹스를 나누는 상대와도 전혀 무관한 듯 자기들만의 섬에 놓여 소통의 괴리 속에서 아련하고 쓸쓸한 아우라를 자아낸다.

김진의_담_실크에 먹_42×32cm_2007

이러한 소통의 단절을 이루는 배경이 되는 각 개인의 방 또는 아파트와 같은 거주 공간은 수용자의 관음증을 자극한다. 일반적인 포르노그라피 자체가 갖고있는 관음 효과와는 구별된다. 김진의의 작품에 나타난 관음 효과에서 독특한 것은 대상에 몰입하는 관음이 아니라 작품을 보는 수용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즉 작품을 보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실크 위의 나신은 하루 종일 타이트한 속옷으로 살을 감추고 비로소 나만의 공간에서 빨간 구두를 신고 나르서시스의 도취에 빠져 있을 수 있는 바로 당신일 수 있다. ● 어떤가. 무척 불편할 것 같지 않은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이런 군상의 몸짓은 수용자에게 곧바로 투영되어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그것이 불편하기 보다는 정반대로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느낌이다.

김진의_담_실크에 먹_32×42cm_2007

이런 감상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 김진의 만의 독특한 표현술이 돋보인다. 언뜻 보기에 마치 벽에 그린 훌륭한 포르노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며 우리에게 일상의 무엇처럼 쉽게 다가온다. 그러한 낙서의 근저에는 작가적 창의력과 여러 요소와 감상이 절묘하게 경계를 넘나들며 또한 지나치지 않게 잘 조화를 이루어 낸 중용의 미덕을 지킨 탁월한 표현력이 숨어 있다. ● 김진의의 작품을 놓고 괜한 문자 좀 써서 말한다면, 데카당스와 딜레탕트가 은근하고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고 미묘한 키치적인 느낌도 담겼다. 그러나 그런 요소들이 밖으로 명백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여기에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감성까지 담아냈다. 무던함, 유쾌함, 아련함이 관음증적 상상력과 함께 공존하며 동시에 수용자 자신에게 투영되며 반향을 일으킨다. 김진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런 복합적인 유희의 세계는 자칫 유치할 수 있고 서툴게 보일 수도 있는 위험한 경계를 넘어서지 않고 매우 적절하게 혼합되어 있어 오히려 그 힘을 몇 배 발한다.

김진의_담_실크에 먹_32×42cm_2007

김진의 스타일로 태어난 포르노그라피 앞에서 당신에게 떠오르게 될 복합적인 심상은 마침내 가벼운 미소로 마무리되며 흐뭇한 기분이 오감을 감돈다. 실크와 아교반수 그리고 수묵 채색이 만들어 내는 은은한 빛처럼,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사그러들지도 않는다. 이렇듯 김진의 스타일의 포르노그라피는 온갖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감상할수록 편안하고 은근한 빛을 발하며 현대 사회의 단절된 시공을 넘나드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 양소유

Vol.20070422e | 김진의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