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scape one

이영아 사진展   2007_0418 ▶ 2007_0424

이영아_용담, 제주_디지털 프린트_75×75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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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18_수요일_06: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3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02_734_1333 www.ganaart.com

긴장과 화해 - 여성적 내밀성의 풍경 ● 이 영아는 바다 풍경들을 프레임 안에 담는다. 그녀의 풍경 사진들은 매우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우선 프레임 안 사진 풍경들을 감싸고 있는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에서 비롯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아의 바다 풍경 사진들 속에는 보는 이에게 서정적 심상을 일깨우는 이미지 요소들이 골고루 들어 있다. 텅 빈 여백, 투명한 바다의 색조, 밤바다의 어둠을 밝히는 먼 불빛 등등이 그것이다. 또 그러한 이미지 요소들을 프레임 안에 미니멀 아트적으로 배치하는 균형 잡힌 구도감각이 있다. 개개의 이미지 표상들은 단순하면서도 절도 있는 사진 구도 안에서 서로 친화적인 관계를 발견하고 그러한 유기적인 이미지들 간의 관계가 풍경 전체에게 시적 서정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관찰하면 이 영아의 바다 사진들이 전해주는 심미적 경험이 그러한 이미지의 서정성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인 이유로부터 연유하는 것임을 눈치 챌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영아의 바다 풍경 사진들 속에는 두 개의 층위가 있다. 하나는 표상적 층위, 그러니까 절제된 구도와 그 구도 안에 자리 잡은 이미지들 간의 화해가 만들어내는 서정적 층위이다. 또 하나는 심층적 층위, 그러니까 시각적으로 확인되는 화해의 표상 밑에서 서로 화해할 수 없는 힘의 요소들이 팽팽하게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잠재적 층위가 그것이다. 화해 속의 긴장 혹은 긴장 속의 화해 - 아마도 그러한 역설적 사진 구조가 이 영아의 바다 풍경 사진들이 내포하는 심미성의 숨은 이유는 아닐까? 그렇다면 그러한 역설적 구조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또 그러한 긴장과 화해의 변증법적 관계를 통해서 이 영아의 풍경 사진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영아_꽃지, 태안_디지털 프린트_75×75cm_2007

긴장과 화해의 역설적 구조는 이 영아의 풍경 사진 안에서 세 가지 방식으로 드러난다. 우선 사진 이미지들 자체, 즉 프레임 안에서 풍경을 만들어 내는 표상 오브제들 사이에서 작동하는 힘의 관계가 있다. 이 영아의 바다 풍경 사진의 주된 이미지 테마는 텅 빈 바다와 그 바다 위에 점점이 외롭게 떨어져 있는 바위섬들이다. 바다와 바위섬은 누구나 알듯이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두 물리적 힘을 상징한다. 바다가 끝없이 움직이면서 몸을 바꾸려는 동태성의 힘을 속성으로 지닌다면 바위섬은 자리 잡은 그곳에 머무르면서 제 모양을 지켜 내려는 정태성의 힘을 속성으로 지닌다. 이 영아의 바다 풍경 사진이 서정성 안에 역동성과 긴장력을 내포하는 건 이처럼 속성상 힘의 알력을 일으키는 물리적 대상들이 사진 이미지의 테마로 선택되어 의도적으로 병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그러한 힘들이 알력관계에 그치지 않고 이 영아의 프레임 안에서 심미적 화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이 영아의 사진 프레임 안에서 바다는 사진 공간 거의 모두를 차지하는 반면 바위섬은 가능한 작은 공간으로 축소되어 있는데 그러한 공간 배분은 일견 두 힘의 관계를 우열관계로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공간의 우위를 차지하는 바다의 표상적 성격, 파도가 거의 일지 않아 바위섬의 정태성에 가깝도록 고요한 바다의 이미지는 이 영아의 사진 공간을 힘들이 충돌하는 알력의 공간이 아니라 두 힘이 서로 화해를 이루는 심미적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영아_행원, 제주_디지털 프린트_50×50cm_2006

다음으로 프레임과 색조 사이에서 발견되는 긴장과 화해의 구조가 있다. 이 영아는 6/ 6 포맷의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 바다 풍경을 담는다. 정사각형 포맷은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사진 공간을 디자인적으로 구성하는데 매우 유효한 포맷이다. 사진 오브제들을 기하학적 공간 구성의 원칙을 따라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그를 통해 분산되기 쉬운 보는 이의 시선을 사진 공간의 중심으로 집중시키고자 하는, 말하자면 작가의 구성적 의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포맷이다. 이 영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굳이 서정적인 바다 풍경을 직사각형 프레임 안에 담고자 했을 때 사진 공간을 단단한 디자인 공간으로 격자화 하려는 그녀의 구성주의적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구성주의적 의도가 단순히 바다 풍경에게 디자인적 아름다움을 부여하고자 하는데 있는 건 아니다. 그 사실은 무엇보다 그녀의 단단한 직사각형 프레임과 그 프레임 공간 안에 담겨 있는 중간 톤의 색조들이 불러일으키는 긴장 관계로부터 확인된다. 이 영아의 사진 공간이 구성적이고 집중적인 힘을 보여준다면 블랙과 화이트, 특히 몽환적인 블루의 포만한 색조들은 분산적이고 용해적인 힘을 드러낸다. 그 두 힘은 서로 팽팽하게 맞서면서 프레임 안 풍경에게 긴장성을 부여하지만 그 긴장성은 두 힘의 직접적인 알력 관계만을 강조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영아의 바다 사진 속에는 특유의 시선이 있는데 그 시선은 건너편 해안의 불빛들이 또한 그렇게 응시되듯 긴 거리를 두고 풍경을 바라보는 먼 시선이다. 이 먼 시선은 풍경 전체를 일종의 서정적 분위기로 껴안고 그 분위기 안에서 두 힘들은 긴장과 알력을 벗어나 모종의 친화성을 지니는 화해의 관계로 변모한다.

이영아_신명, 울산_디지털 프린트_50×50cm_2005

이 영아의 사진 안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되는 긴장과 화해의 구조는 공간적 차원이 아니라 시간적 차원에서 확인된다. 이 영아의 프레임 안에 담긴 바다 풍경들은 모두가 시간의 중간 지대, 즉 새벽 즈음의 여명과 초저녁 즈음의 박명을 선택해서 포착한 풍경들이다. 밤이 낮으로 깨어나는 여명의 시간과 낮이 밤으로 잠드는 초저녁 박명의 시간은 양가적 상징성을 내포한다. 우선 이 시간의 경계 영역에서는 낮과 밤으로 상징되는 두 힘들, 예컨대 생성적이고 진취적인 낮의 힘과 꿈과 몽상의 낭만성으로 은유되는 밤의 힘이 양립적으로 대치하는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간의 경계 영역은, 여명과 박명이라는 단어가 새벽녘과 황혼녘을 다 같이 지시하듯이, 밤과 낮을 모두 포함하는 그래서 밤과 낮이 구분될 수 없도록 서로 중화되는 시간의 문지방 영역이기도 하다. 이 시간의 중립 지대 안에서 낮과 밤으로 상징되는 두 힘들 역시 긴장으로 맞서는 대신 서로의 안으로 용해되어 어느 한 쪽으로 기움이 없는 낮과 밤의 화해 상태를 만들어 낸다. 바다와 바위섬, 프레임과 색조의 관계를 통해서 시각화 되는 사진의 공간성이 그렇듯 여명과 박명을 촬영 시간으로 포착하는 이 영아의 바다 풍경은 긴장 속의 화해 혹은 화해 속의 긴장이라는 역설적 테마를 사진의 시간성을 통해서도 구체화 하고 있다.

이영아_파도, 태안_디지털 프린트_50×50cm_2005

얼굴은 풍경이다, 라고 괴테는 말한 적이 있다. 얼굴이 풍경이라면 마찬가지로 풍경 또한 얼굴일 것이다. 누군가가 풍경을 찍었을 때 그 풍경은 객관적 풍경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 사람의 내면 풍경이기도 하다. 이 영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긴장과 화해의 역설적 구조를 껴안은 바다 사진을 통해서 그녀는 자신의 내면 풍경을 감추면서 드러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풍경이 이 영아 혼자만의 내면 풍경은 아닐 것이다. 알력을 화해로 바꾸고 화해 속에서 긴장을 유지하는 역설의 풍경 - 그 풍경은 어쩌면 여성만이 안에 간직하고 있는 어떤 내밀성의 풍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김진영

Vol.20070421e | 이영아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