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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11_수요일_06: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02_722_9883 www.topohaus.com
이경은 작품의 모티브는 '자연'에서 출발한다. 4년 전 첫 번째 개인전에는 '산'(山)을 주제로 전시하였고, 이번 개인전에는 '꽃의 이미지'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접근함으로써 꽃의 본질을 해부하고자 노력하였다.
'꽃'은 수많은 문장가, 화가, 음악가들에 의해 그 나름의 예술적 영감의 소재로 표현되어 왔 듯이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하나의 주체임에 틀림없다. 꽃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아름답고 부드러운 여성적 감성과 새로운 생명률(生命律)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조각이란 장르에서 '꽃' 자체를 하나의 모티브로 설정한 예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꽃이 주는 부드럽고 연약한 느낌과 조각의 일반적인 재료인 돌, 스테인리스 스틸, 철, 브론즈 등에서 느껴지는 재질감과 표현기법에서 오는 한계성 등은 꽃의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경은의 작품은 이런 한계를 넘어 꽃의 이미지를 주제로 표현하고 있다. 더욱이 철이나 스테인레스 스틸이란 차갑고 날카로우며, 강한 느낌의 금속을 이용하여 표현하였다. 이것은 어찌 보면 무모하기까지 하다. 이런 무모한 시도는 아마 부드러운 꽃 이면에 감추어진 종족번식의 강인한 생명력을 금속의 단단함과 강인함 속에 숨어있는 유연성에서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번 개인전 작품의 주재료는 스테인레스 스틸과 철이다. 특히 철을 재료로 사용한 작품에서 용접의 흔적이 작품표면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용접'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개의 금속·유리·플라스틱 따위를 녹이거나 반쯤 녹인 상태에서 서로 이어 붙이는 일"로 정의된다. 다시 말하면 '접합(接合)'이다. 그러나 이경은의 작품에서는 접합의 용도에만 그치지 않고 표현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금속 표면 위에 용접봉으로 열을 가해 녹여 자연스러운 선의 흔적(비이드/bead를 형성시킴)을 넣어 '생명과 기의 흐름선'으로 표출되었다.
이경은의「꽃을 세우다」작품들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처음의 작품들은 금속을 의도한 대로 나눠 용접하여 꽃을 이미지화함으로써 비정형성을 띠게 하였다. 이 작품들은 꽃잎의 모양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외형적 이미지를 추상화하였다면 그 후에 나타나는 정형된 형태(사각형, 사각기둥)에서는 외형적 이미지보다 꽃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 '에스키스'는 정방형 사각철판 위에 마치 무의미하게 행해진 용접작업으로 나타난 비이드는 단순 선긋기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행위를 통해 철판은 용접봉에 의해 형성되는 비이드 자국과 뜨거운 열이 가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현상과 맞물려 유연한 꽃잎으로 우리 앞에 다가선다.
또한 사각기둥은 닫힘을 의미한다. 닫힌 사각기둥에 힘을 가하는 동시에 닫힌 공간은 서서히 열린 공간으로 변화를 가져온다. 강인한 사각기둥은 갈라지고 다시 휘어지며 새로운 생명의 꿈틀거림을 통해 살아있는 새로운 형상으로 탈바꿈한다. 갈라지고 휘어진 흔적을 따라 용접봉에 의한 비이드는 서로 어우러져 마치 꽃이 갇힌 공간에서 꿈틀거리며 새 생명이 움트려는 순간처럼 보인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로 설정한『꽃을 세우다』는 자연에 의해 생명을 잉태하여 결실을 맺는 수많은 식물들의 형상을 차갑고 강인한 금속을 용접하고 자르는 과정을 통해 재창출하였다. 또한 이런 과정 속에서 탄생한 일련의 그의 작품들을 통해 그는 금속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 속성을 통해 꽃이 지닌 본질을 파악하고 표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꽃을 피우고 있다.
이경은 그는 노동의 가치를 즐길 줄 아는 작자이다. 금속이란 대지 위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면서 싹을 틔우고, 꽃과 열매를 맺게하는 과정 속에서 노동의 숭고함과 자연의 순리를 예술로 승화시킬 줄 아는 그만의 가치를 지닌 작가이다. ■ 이석기
Vol.20070413b | 이경은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