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403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꽃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번지 B1 Tel. 02_6414_8840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는데 나는 작품을 닮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밋밋하고 단순한 생활 속에서도 내 마음에 파고드는 세상 풍경이나 삐죽 튀어나온 들풀의 실루엣처럼 사소하지만 나만을 위해 등장한 인연이 있어 그것들을 그림 속에 담게 된다. 그것들이 내 눈에 띄기까지 내 속에도 그것들을 맞이할 어떤 준비가 있었음을 생각하면 시간이 그냥 지나가는 것만은 아닌가보다.
그림이라는 이 알 수 없는 존재와 더불어 순간순간 의문과 해결의 삶을 되풀이하는데, 작품이라는 형상의 옷을 입고 서 있는 또 다른 나는 늘 현실의 내 모습이 아닌 동경 속의 모습으로 서 있다. 그림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개인적인 것이어서 때로는 이 테두리를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그런 노력은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어색하여 금방 다시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적나라하게 보여 지는 것이 왠지 두려워 평범한 주변의 것들 속에서 내 이야기를 잘 숨겨두고 누군가 그 속을 걸어 들어오면 그제야 함께 공감의 기쁨을 느낀다. 나 혼자의 만족을 넘어선 더한 기쁨이 이런 것이겠지... 라며 가슴 속 흥겨운 박동소리를 즐기는 것이다.
어느 해엔 향수병이란 주제의 그림을 그렸었다. 아파트 창에 서서 넓은 들과 굴뚝들, 그 너머로 고향을 바라본다. 나의 가족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살고 있어 가까운 곳에 고향이 있지만 막상 그리움의 실체는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그 허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으려 붓질을 하면서 지난 시절 스스로는 풀 수 없었던 의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랬었겠구나...' 과거의 깊은 곳에 내박쳐져 있었던 사소한 한 장면이 많은 해답을 가지고 내게 다가왔다. 그것은 나 스스로가 터득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풀린 것이어서 서글프기까지 했었다.
굴뚝의 연기를 크게 피워 올렸다가 없앴다가 다시 길게 꼬리를 만들어 주면서 내 삶 속 한 가지 의문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림자 드리워진 의자를 숲 속에, 벽에, 공중에... 이리저리 옮기면서 편안한 자리를 찾고 나도 함께 그 의자에 앉아 편히 쉬어본다.
어떤 작가는 자신을 닮은 작품을 만든다는 데 나는 작품을 닮고 싶다. ■ 이일순
Vol.20070410b | 이일순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