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환展 / OHSOONHWAN / 吳淳煥 / painting   2007_0405 ▶ 2007_0418

오순환_호랑이를 탄 사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62cm_2007 호랑이 숲에서 나오니 그 기세가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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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05_목요일_05:00pm

맥화랑 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1510-14번지 웰컴하우스 2층 Tel. 051_744_2665

세상에 보내는 연서(戀書) ● 오순환의 그림은 더없이 따스하고 정겹다. 입가에 침이 고이듯 시정과 서정이 가슴 한 가운데로 가득 몰린다. 그림 그 자체가 홀연 황홀하고 안락하다. 은은한 미소와 작은 파동이 몸으로 스민다. 이미지를 통해 보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그림이 여전히 가능하다면 이 그림은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밀레나 박수근의 그림 마냥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견뎌내며 소박하고 착하게 사는 생의 여러 장면들이 식물처럼 자라나는 그림이다. 무욕과 탈속의 경지가 유리처럼 투명하고 백자항아리 마냥 순연한 색조로 가득 물들어 있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번잡과 소음을 지운 체 환하게 눈부신 빛 아래 증류한 일상의 편린을 연서처럼 쓰고/ 그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을 보면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입안이, 마음이 밝고 '화-안'해진다. 그림이 정서와 정신건강에 치유적 기능이 있다면 이 그림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그림을 일기처럼 쓰고 편지처럼 보내며 경구나 금언처럼 세웠다. 특히 한문으로 댓 구를 이룬 문장이 화면 모서리 쪽으로 깃들어 있어서 보면서 문자를 읽고 뜻을 이해하고 다시 그림을 보면서 그 의미를 곰곰 생각하게 한다. 문장들이 재미있게 그림과 결부되어 있다. 해서 문자와 이미지가 분리되지 않고 그 둘이 하나로 불거져 그림의 뜻과 생애를 풍성하게 했던 전통회화를 문득 추억하게 된다. 비교적 쉬운 한자로 쓰여져 있어서 읽고 소통하는데 장애가 없으니 좋고 그림에 대한 비교적 친절하고 융숭 깊은 뜻을 전달해주니 읽고 보는 맛을 더하게 되어 좋다. 그 문장과 이미지를 한 쌍으로 보고 접하다보면 마치 옛 민화나 근대초기 소설의 삽화이나 딱지본 표지그림을 보는 듯도 하다. 그런데 그가 빌려 쓴 이 문장은 다름 아닌『토정비결』에서 취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복고와 향수를 자극하는 친근감이 따르며 익숙한 말들이다. 물론 이는 그림의 내용에서도 기인한다.

오순환_삼십육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07 삼십육계에 달아나는 게 제일이다

일 년의 신수를 월별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한 이 점복서는 그 문구를 상세하게 이르지 않고 싯귀로 서술하여 살펴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하여 쓴 조선시대 대표적인 주술서이다. 그 체계적인 원리로 인하여 현재까지 변함 없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미래의 지침서이기도 하며 이후 우리네 민간의 세시풍속으로 정착하기도 했다. 한 해를 맞이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또한 가족의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보는 이 점복서는 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활기를 심어주고 힘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해왔다. 한 해의 운수를 따져보거나 그날그날의 길운을 헤아리던 책자에 실린 문장(삽화)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의 등불이자 한 가닥 순연한 희구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오늘날도 사람들은 오늘의 운세와 갖가지 점을 통해 자신의 앞날을 알고 싶어한다. 그 책자에 담긴 가장 인간적인, 민중적인 삶의 희망과 꿈을 오순환은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그것은 주술이자 부적이고 그림이자 문장이며 종교적 도상이자 믿음의 시각적 장치가 되었다. 이미지의 주술성을 새롭게 환생시키고 있다는 인상이다.

오순환_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06 꽃을 탐해 산에 올라 꽃핀 것을 보도다

이 그림은 작가가 이 세상에 보내는 그림엽서들인데 그 안에는 현재 자신의 삶과 마음의 상태와 정신적 풍경을 실었고 그 풍경을 빌어 모종의 경계를 구한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평범한 삶의 이치나 세상의 순리들을 그림이야기로 들려주는 것이다. 정신없이 질주하는 현란한 도시문명의 속도와 자본과 욕망, 이기의 회전문을 슬로우모션으로 잡아두거나 순간 멈춤 버튼을 눌러 놓은 듯 하다. 마치 도로에 설치된 방지 턱 같은 그의 그림은 보는 이들에게 명상적이고 정신적 수양의 차원에서 기능하는 이미지 같다. 그림 속 장면들은 주어진 자기 일상 속에서 욕심없이 정토를 구현하고 유토피아를 일구며 소박한 생의 즐거움과 깨끗한 안락을 구하는 사람들의 가장 본원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이기도 하다. 그것은 작가의 일상이기도 하고 그가 그림을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그림/미술의 원초적인 기능과 쓰임새를 새삼 환기시켜 준다. 단순화시킨 도상과 명료하게 떠낸 장면, 작가의 인성에서 연유하는 그만의 색과 톤으로 조율한 이 그림은 더없이 단촐하고 정서적인 이야기 그림이다.

오순환_뱃놀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06 순한 물에 배가 가니 물결은 고요하고 평평하다

대부분 부부로 보이는 남녀와 그 식솔들이 함께 하고 있는 풍경과 자화상에 해당하는 남자의 단신이 등장한다. 그들은 한 집에 살고 있고 땅을 일구고 밭을 갈면서 한 이불에 누워 잠든다. 남녀간이 애틋한 사랑이나 맑은 연정이 모락거린다. 집 주변에는 부드럽고 야트막한 능선을 지닌 산과 작은 꽃들이 드물게 피어있고 새 몇 마리 그 꽃나무 가지에 앉아있다. 그런가하면 그림 속에는 좁고 긴 길이 자주 등장한다. 그 길을 따라 누군가가 떠나고 돌아온다. 또한 하염없이 걷거나 마구 줄행랑치기도 한다. 부부가 함께 손잡고 산에 오르는가 하면 남자 홀로 꽃을 보러 산을 타기도 하고 달빛에 취한 체 산을 내려오기도 한다. 특히 근작은 어디론가 하염없이 길을 가는 나그네, 작가 자신의 모습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자신이 현재 가고 있는 길에의 확신과 의지가 묻어나기도 하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고 하는, 그 길과 여정에 대한 확신과 사유가 놓여있다.

오순환_눈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97cm_2007 아내에 눈물이 떨어지는 곳에 그 기세가 오래가지 못한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과 눈빛이 더없이 맑고 평화로워 보인다. 무욕과 겸손이 그대로 몸을 이룬 이들이다. 실내와 실외, 산과 들 모두 흰 색조로 빛난다. 밝고 화사하고 따스한 온기가 서늘함 가운데에 깃들어 있다. 전체적으로 수직과 수평이 엄정하게 자리해있어 화면은 차분하고 엄숙하기까지 하다. 얼굴 표정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평범하고 친근한 인상이다. 아마도 작가가 품고 있는 가장 선하고 맑은 사람들의 인상이 바로 그 형상인 듯싶다. 간략하게 그려진 이 그림은 일종의 일러스트처럼 명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만큼 보는 이의 눈과 가슴에 직접적으로 스며드는 그림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쉬운 그림, 소통이 용이한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데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이 그림은 일종의 이야기그림, 형상회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최석운이나 박경인, 이수동 같은 이들이 그림에서 접하는 동화적인 장면연출의 깨끗한 형상화와 일러스트적인 표현의 간결함과 도상화, 이야기그림의 풍성한 연출, 한국 전통이미지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장치들도 눈에 띈다. 그런가하면 이 그림은 일종의 종교화로 다가온다. 종교화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명상이 잔잔하게 깃들여져있는 것이다. 삶의 긍정과 낙관, 착하고 선하게 살고자 하는 민초들의 삶이 눈처럼 소복하게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비근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불이 되고 미륵불이 되어 법당에 안치되어 있는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아마도 작가는 우리 시대의 평범하고 일반적인 대중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부처의 모습을 찾았던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결국 부처가 아니겠느냐는 메시지도 들린다.

오순환_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06 산이 비록 크고 높다한들오르면 가이 달하리라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삶에서 절정의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 지금 여기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하루를 이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살아야 한다."_벽암록 ● 작가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가난하지만 따스하고 착한 마음을 지닌 민중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본다.

오순환_탄탄대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0×130cm_2007 험한 고개를 넘고 보니 탄탄대로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그것은 이 시대의 얼굴이며 이 시대의 부처이고 참이지 않는가 한다. 그것은 또 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분명 그림의 문제일 것이다. 그림은 분명 그림으로 되어져야 한다는 믿음이다. 이것이 나의 욕심이다."(오순환) ● 비록 선하고 강한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아직 가슴은 따스함을 꿈꿔야 한다고 그의 그림은 넌지시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결국 진정한 보살이라는 의미가 서늘하게 깃들어 있는 것이다. ■ 박영택

Vol.20070407a | 오순환展 / OHSOONHWAN / 吳淳煥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