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할만한 전제들

Service Depot; Sharable Premises   2007_0330 ▶ 2007_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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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330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_안소영_이민정_이영빈_이효주_허정희

기획_정용도

후원_인사동 가람화랑_스페이스 매스

스페이스 매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616-19번지 Tel. 02_553_4504 www.mass.or.kr

이번 전시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획 없이 젊은 작가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일까, 즉 그들 관심의 스펙트럼 안에 무엇이 존재하고 있을까에 대한 밖으로부터의 접근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모두는 아름다움과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점인 미술에서의 내적인 조건들에 대해서 이미 그들이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교육을 통해 획득한 지식을 기반으로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들이 작가로서 필요로 하는 것들은 어떻게 예술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이었고,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들이 이런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안소영_Virtual reality_혼합재료 설치_15×49×41cm_2006

5명의 전시 참여작가는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양태들을 그야말로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다양하다는 것은 매체 사용의 다양성이나 양식적인 다양성 혹은 장르상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미술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양상들이 이들 작품을 통해 혼재되어 드러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자기 자신과 타자의 관계 형식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지만, 그런 관계들을 언제나 인간 삶의 기반에 존재하고 있는 어떤 질서로 설명하는 태도(이민정, 이영빈), 삶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개인적인 삶의 질적인 형성과정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움(허정희)이나 혹은 그에 대한 규정적인 반작용(이효주), 가상의 상황을 상정하고 그 같은 세계를 향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오브제와 이미지로 동시에 제시하는 매니아적인 태도(안소영) 등이 있다. 이들에게서 보이는 양식상의 혼재와 그리고 의미론의 혼재는 한국미술계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근거로 하는 모더니즘적인 요소들과 삶의 구체적인 일상성을 예술로 도입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요소들이 혼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작가들의 조합이 한국미술계에서 역사적으로 진행되어왔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양상들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양태들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현실로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을 찾아야만 한다. 그 단서는 바로 관객이다.

이민정_바람의 사이_아크릴, 가변설치_240×3cm_2007
이민정_Similarity_스테인리스 스틸_지름 30cm_2005

관객들 역시 삶의 현실과는 다른 자신들의 상상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 같은 상상력은 실제적으로 현실과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기충족적인 상태에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것을 희망, 꿈, 바램 같은 것들이라고 말하고, 프로이트의 언어를 빌리면 일종의 백일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이 유보된 상황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유보 상황은 우리가 끊임없이 삶의 존재론적인 특수성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철학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상황을 넘어서는 사유의 차원들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 그러나 작가들은 시각매체를 이용해 그들만의 예술적인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같은 노력은 삶과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해석을 수반해야만 한다. 여기서 우리는 왜 구태여 예술작품을 통해 그런 것들을 해석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현대미술 상황에서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영빈_두사람_에폭시_50×40×40cm_2007
이영빈_사람들_혼합재료_180×250cm_2007

현대미술의 상황에서 아름다움과 예술작품은 더 이상 동등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즉 훌륭한 작품과 아름다움은 더 이상 동의어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전통매체적인 특성을 지닌 오브제가 뛰어난 작품이 될 수도 있지만, 사회적인 중요성을 지닌 이슈와 관련된 개념적인 작품이 더욱 뛰어난 작품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이 이제는 아름다움의 형식을 창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보다는 작품을 통해 일반 관객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어떤 상황에 관한 진리성을 드러나게 해주는 일이 현대미술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미술은 더 이상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최고의 질문이자 문제 상황으로 제시하는 미학적 차원을 포괄하는 철학적 상황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효주_for mad cow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2.7cm_2007
이효주_nev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97cm_2007

예술작품에 대한 전통적인 문제의식을 거꾸로 질문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즉 예전처럼 작가들이 예술적 형식을 지닌 작품을 단순히 관객에게 제시하고, 관객이 그런 형식들을 감상하고 해석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비록 직접적인 물리적 실천을 통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 스스로 그들의 다양한 정신적·정서적 상황들을 작품에 대입하고, 그 같은 투사를 통해 작품의 존재성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의 가능성을 추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시 목적은 다양한 방식으로의 무한히 가능한 해석이라는 개방된 상황을 작품 일반의 새로운 아우라(aura / 어떤 예술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대미술이 우리 모두에게 요청하는 것이기도 하다.

허정희_Dr.K Report-1_혼합재료_240×5.4×3.8cm_2007
허정희_Dr.K Report-2_종이에 파스텔_50×35cm_2007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 매스의 김미연관장님이 흔쾌히 장소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인사동 가람화랑 송향선관장님의 리플렛 제작 지원으로 좀 더 효율적인 전시를 할 수 있었다. 이 두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그리고 아무런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 없었는데도 흔쾌히 전시에 참여해준 작가들에게 가슴 깊이 감사 드린다. ■ 정용도

Vol.20070406b | 공유할만한 전제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