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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404_수요일_06:00pm
학고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02_739_4937 www.hakgojae.com
박호상은 수년간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본 풍경을 찍었다. 마치 독수리나 매의 눈이 되어 바닥을 흩어나간 것인데 원근이 부재하고 깊이감을 상실한 체 밋밋하고 납작하게 밀착되어 다가오는 이 대지의 느낌이 다소 기이하고 낯설다. 직립을 통해 수평과 수직선상에서 풍경을 원근법적으로 보는데 익숙해진 눈들이 아연 무색해지고 쓸모 없어지는 경우다. 깊이와 굴곡을 상실한 이 풍경은 망막에 입체적인 파악의 망실을 순간 안겨준다.
그가 찍은 사진은 마치 그림이나 인쇄된 이미지 혹은 건축모형이나 게시판에 그려진 건물의 조감도를 연상시킨다. 아마 15, 16층 이상 되는 건물-대부분 아파트-의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던 것 같다. 카메라를 대지에 밀착시키고 중력의 법칙을 완강하게 받으며 촬영한 결과 이 사진은 중심과 주변의 관계랄까, 사진의 초점이라고 할 것이 사라졌다.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우리가 공중에서 땅을 내려다 볼 수 있었던 것은 고층건물과 비행기 덕분일 것이고 나아가 인공위성에서 전송한 사진이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이전에 고산자 김정호가 스스로 발품을 팔아 자기 육신으로 땅을 체득해서 그려낸 지도를 보면 그는 지표에 붙어 다니면서도 공중의 시선을 동시에 체감했던 것 같다. 보통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상 박호상은 콘크리트고층빌딩과 대단지 아파트로 메워진 이 도시의 주거환경에 깍두기처럼 들어와 '낑겨'있는 작은 공원('의사공원'이라고나 할까)혹은 조그만 휴식공간을 찍었다. 비로소 보는 이들의 눈은 안도할 것이다. 무언인가 지시하고 있는 사진을 만난 것이다. 그런데 그 지시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게 이 사진의 특징이다.
아파트단지나 고층빌딩은 의무적으로 휴식공간 내지는 공원역할을 할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해야하는 것 같다. 마치 조형물 설치처럼 말이다. 원래 공원이란 근대에 태동된 개념으로서 도시인들의 휴식과 여가생활, 레저와 휴일개념 아래 공중의 보건, 휴양, 놀이라는 의도를 지녔던 것인데 우리의 경우 비싼 부동산과 땅값 아래 그 같은 공원을 삶의 공간 가까이에 쾌적하고 여유롭게 누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선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했을 때 공원조성이란 생색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박호상이 찍은 공원들은 그 생색과 면피용으로 만든 토막난 공간, 자투리 공간에 그저 흉내로 머물고 있는 의사공원, 짝퉁공원의 초상이다.
우리 삶의 모든 부면에서 검출되는 이 같은 사례는 한국식 자본주의의 상처가 노정한 결과물, 시뮬라크르다. 아파트단지마다 공원을 꾸미고 있고 놀이시설과 괴이하게 치장한 이상한 설치물들이 단장되어 있는데 녹지공간과 함께 조성된 그 장소는 조악하고 급조된 조경, 인공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작가는 그 흥미로운, 이상한 조경 장면을 기록했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공중에서 조감한 시선이 필요했다. 아파트단지설계도나 건축물의 시공에 앞서 구현되는 조감도와 모형은 한결같이 멋있고 근사한 장면으로 그려져 있으며 미래지향적인 유토피아 상을 꿈처럼 부풀려 보여준다. 그 조감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선 속에 계획되어 '디자인' 되어있다. 작가는 그 시선을 따라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연된 장소를 찍었다. 조감도와 모형에 근거해서 말이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실제 조감도와 모형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 공원들과 그 속에 내재된 기호들은 동시대 한국 도심공간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으며 날림과 급조로 이루어진 유토피아, 한국식 자본주의에 의해 운영되는 시뮬라크르의 공간과 풍경이란 문제를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유령 같은 풍경이다. 정작 공원으로서의 기능도 살리지 못하고 사람들을 그 공간으로 유인해서 공원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도 없는, 그저 다만 있다는 것, 그 이미지만으로 위안을 삼고 자족하는 공원이다. 어색하고 우스꽝스럽고 처연하고 난폭하고 거칠면서 기괴한 상상력으로 무장된 이 공원에 왜 한 사람도 없는지 알 것 같다. 햇살도 없고 기후의 변화도 없이 한결같이 흐리고 다소 어두운 날씨와 그로 인해 더욱 평면적으로 다가오는 이 사진 속 풍경은 공허하다. 인적이 부재한 이 작은 의사공원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과 그 삶에 대한 은유를 내장한 풍경인 셈이다. ■ 박영택
Vol.20070404a | 박호상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