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퍼탈의 추억 Memories of Wuppertal

故백남준 타계 1주기 추모展   2007_0323 ▶ 2007_0506 / 월요일 휴관

만프레드 레베_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_흑백사진_24×30cm_196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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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_2007_0323_금요일_04:00pm

부대행사 재불작가 김순기 강연회 일시_2007_0323_금요일_02:00~04:00pm(강연회 후 개막식 개최) 장소_국립현대미술관 소강당 ○ 백남준과의 공동 퍼포먼스 후 제작된 설치작품 「백남준 안녕 Ⅱ」(1984) 발췌분(6분30초) 동시 상영

만프레드 레베 초청 강연회_만프레드 레베가 바라본 백남준 일시_2007_0324_토요일_02:00pm~04:00pm 장소_국립현대미술관 소강당

전시설명_매주 화~일 오후1시,3시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산58-4번지 Tel. 02_2188_6000 www.moca.go.kr

국립현대미술관(관장 金潤洙)은 오는 3월 23일부터 5월 6일까지 백남준 타계 후 1주기 추모전『부퍼탈의 추억』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보인, 독일의 작은 도시 부퍼탈에서의 백남준 활동을 담은 기록 사진들과 그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 만프레드 레베(독일, 1936년생)는 1950년대 중반부터 플럭서스 운동의 주변에서 일어난 해프닝, 신체미술, 퍼포먼스 등을 관객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담아 온 사진작가로, 백남준의 첫 전시『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1963년)을 담은 사진 연작과『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음악의 네오다다』,『페스툼 플룩소룸』등 백남준의 퍼포먼스 사진들을 선보인다. 레베는 청년 백남준이 창조했던 여러 가지 예술작업들을 기록하였고, 이 사진들은 오늘날 백남준의 초기 활동들의 유일한 기록물로서 그 가치를 더욱 크게 발하고 있다. 또한 백남준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로젠크란츠 컬렉션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등 총 120여점이 선보여, 그간 접하기 힘들었던 故 백남준의 초기 작품세계의 흔적을 더듬어 봄으로써 백남준의 예술적 성과와 미술사적 의의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그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 2전시실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일반인 1,000원. 전시개관일 오후 1시와 3시에는 전시 설명회가 열린다. 초청 강연회도 마련되어 있다. 김순기 교수(프랑스 디종 대학, 1946년생) 강연회가 3월 23일 오후 2시, 만프레드 레베 강연회가 3월 24일 오후 2시 국립현대미술관 소강당에서 열린다. 백남준 작품 세계의 현장에 있던 두 작가의 눈에 비친 청년 백남준에 대한 추억과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 이번 전시 기간 중에는 故 백남준 선생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의 회고 영상 「백남준과 함께 한 나의 삶」이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www.moca.go.kr에서 얻을 수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만프레드 레베_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_흑백사진_24×30cm_196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만프레드 레베_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_흑백사진_24×30cm_196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만프레드 레베_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_흑백사진_24×30cm_196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963년 3월 11일, 세계 미술사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독일의 작은 도시 부퍼탈에서 일어났다. 바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첫 번째 개인전이자 비디오 아트의 출발을 알린 『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이라는 전시가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렸던 것이다. 인류가 가꾸어 온 예술의 흐름에서 당당하게 새로운 계보의 출범을 알리며 역사를 새로이 쓴 이 사건의 진동을 감지한 사람은, 그러나 작가의 친구들과 조력자들 몇몇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전시에 등장하였던 혁신적인 작품들 대부분이 사라졌으며, 살아남은 몇몇 흔적들 외에 본 사건에 대한 기억은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추억 말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아서 단토는 「레다와 백조」라는 예이츠의 시를 인용하면서, 과연 미래의 역사에서 어떤 일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일이 될지를 당대의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지적한다. 제우스가 백조로 변신하여 레다를 겁탈했을 때, 당시의 시점에서 이 사건은 단지 제우스가 저지른 수많은 분탕질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제우스와 레다의 사이에서 태어난 헬레나에 의해 트로이 전쟁이 발발되었음을 되돌아보면, 백조가 레다를 겁탈한 사건은 엄청난 시간적 무게감을 갖게 된다.

백남준_24시간_포스터와 스케치 콜라주, 종이에 분필_55.5×70.5cm_1965/1987 로젠크란츠부부 소장

백남준의 첫 번째 개인전은 1960년대 초반 당시에는 서구 사회를 풍미하던 전위예술가들의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의 표현에 의하면 "극동 소국의 무명청년"이었던 이 작가에 의해 비디오 아트의 장구한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전 세계인이 알고 있는 오늘날, 되돌아보면 이 작은 전시는 레다와 백조의 만남 못지않게 중요한 인류사의 일대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이 전시는 끝나고 난 뒤 그 총체적인 모습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만 상태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물질적 흔적은 기능을 상실한 피아노나 텔레비전 등 몇 점에 그치고 있어서, 그 기억을 오래 남기는데 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전시장을 누볐던 작가의 친구들 중에는 만프레드 레베라는 충실한 기록자가 있었고, 레베의 카메라를 통해『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의 여러 측면들이 사진이라는 형태로 남게 되었다. 레베는 이 전시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청년 백남준이 창조했던 여러 가지 예술작업들을 기록하였고, 이 사진들은 오늘날 그 사건들의 유일한 기록물로서 그 가치를 더욱 크게 발하고 있다. 퍼포먼스 작품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그리고『음악의 네오다다』와 『페스툼 플룩소룸』공연에서 행했던 백남준의 작업들을 담은 레베의 사진들은 이번『부퍼탈의 추억』전의 전주곡을 이루면서 관람객들을 백남준이라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 앞으로 이끈다.

백남준_파르나스 63_신문기사·판지·사진 콜라주, 종이에 색분필_56×70cm_1987 로젠크란츠부부 소장

이어서 우리는『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전시의 면면들에 관해, 사진들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백남준이 가진 "내 추억의 소프트웨어"를 나누고, 그 기억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특히 그 전시에 등장하였던 작품들 중 「쿠바 TV」는 다행스럽게도 오늘날까지 남아있어, 아쉬우나마 당시의 분위기를 비교적 직접적인 흔적을 통해 느껴보고자 하는 이들의 갈증을 달래주고 있다. 현재 「쿠바 TV」는 백남준의 주요 후원자들 중 하나였던 독일인 디터와 지 로젠크란츠 부부의 소장품이 되어있다. 로젠크란츠 부부의 소장품들 중 일부는 이와 같이 부퍼탈에서 활동하던 당시의 흔적을 담고 있다. 또 어떤 작품들은 시간이 흘러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가 부퍼탈의 추억을 되새기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고, 엥겔스·피나 바우쉬·폴팅스 등 부퍼탈이라는 작은 도시의 이름을 세계에 드높인 유명인들과 자신을 나란히 올려놓음으로써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인간존재로서 작가 스스로의 자부심을 뿌듯하게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나의 귀중한 추억거리"라 불렀던 이 흔적들을 통해 작가가 약관의 나이에 위대한 업적들을 일구었던 시간과 공간들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젊은 백남준이 열렬하게 탐구하던 초기 작품들, 그 플럭서스의 정신을 고스란히 승계하고 있는 비디오 작품들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백남준의 많은 원작들이 사라져 버린 관계로, 비록 90년대 이후에 비로소 재제작된 작품들이지만, 그 참여와 상호작용의 미학을 이해하는 데에는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백남준_부퍼탈-카드(7번)_크레용, 판화에 노란색과 빨간색 잉크_24.5×33.5cm_1987 로젠크란츠부부 소장

이번 전시의 종지부분은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회고하는 영상물로 이루어진다.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김순기는 70년대 말에 존 케이지의 소개로 백남준을 처음으로 만난 이후 줄곧 교류를 지속했다. 김순기가 보여주는 작품 「백남준 안녕」은 1982년 뉴욕 소호의 작가 스튜디오에서 가진 백남준과의 대담으로, 이 예술가의 작품세계에 깔린 철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줄 귀중한 자료이다. 1979년 결혼한 후 200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백남준 평생의 반려자로서, 그리고 예술적 동반자로서 그의 곁을 항상 지켰던 구보타 시게코의 작품 「백남준과 함께 한 나의 삶」은 젊은 예술가였던 시절의 패기어린 모습부터, 병마와 싸우다 홀연히 세상을 등지기까지 백남준이 쌓아온 세월의 인상 깊은 대목들을 아련한 기억으로부터 끄집어내고 있다.

백남준_쿠바_텔레비전 세트 '쿠바'_46.5×58.5×36cm_1963 로젠크란츠부부 소장

1963년, 플럭서스라는 백조와 텔레비전이라는 레다가 만났고, 그 결과 비디오 아트라는 헬레나가 태어났다. 비디오 아트는 전쟁과도 같이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면서 새로운 매체를 통해 미술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그 결과 미술에서 새로운 지형을 열어젖혔다. 백남준이라는 예술가가 벌인 작은 일화는 이제 역사가 되었고, 이 역사는 다시 신화가 되었다. 그 신화가 탄생하던 순간을 되돌아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신화는 다시 우리들의 추억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일종의 소나타 형식으로 연주되는『부퍼탈의 추억』전에서 우리는 시각, 청각, 행동과 참여로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감상하게 된다. 젊은 백남준이 발산한 빛은 4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들의 마음 속에 저마다의 변주곡으로 울려 퍼질 것이다. ■ 김경운

Vol.20070325e | 부퍼탈의 추억_故백남준 타계 1주기 추모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