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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관 기념 초대일시_2007_0316_06:00pm
참여작가_강태훈_김경화_김광현_김다인_김병권_김성철_김수은_김찬수_김한나_문진욱_박미경 박은생_박자현_박재현_박지성_방정아_백성준_변득수_서상호_송성진_신무경_심점환_심준섭 안재국_윤필남_이광기_이선경_이수형_이우수_이은호_이인미_이진이_이진희_이창헌_이혜란 장숭인_정도윤_정윤선_정혜련_최문영_ 홍성규_호흡(김경화, 장숭인, 최문영)
관람시간 / 01:00pm~07:00pm
대안공간 반디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69-44번지 Tel. 051_756_3313 www.spacebandee.com
정착하길 원하고 안정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습성을 비웃어보자. 몸에 들러붙은 때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내버려두자. 왜냐하면 때는 또 다시 들러붙기 마련이니까. 반디가 목욕탕으로 이전한 것 또한 마찬가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때를 벗겨내는 동시에 다시 때가 들러붙을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반디는 다른 공간으로 이전함으로서 전회(turning point)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회는 반디가 지금까지 구성해왔던 모든 시간과 단절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미술의 장을 확장하려는 의지에서 시작되었던 대안공간 '섬'의 다양한 기획과 전시들이 없었다면, 혹은 대안공간 '반디'로 개관하고 네트워크를 생산하기 위한 무수한 노력들이 없었다면, 반디의 재개관은 어떤 의미도 발산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반디라는 공간이 구성될 수 있도록 함께 움직였던 지역미술인들의 능동적인 힘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 반디의 이전과 재개관전은 반디가 지금까지 구성해왔던 시간과 함께,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이러한 전회가 '순간'의 희열로 끝나지 않을 것을 명심한다면, 반디는 지역미술과 함께 세계를 사유하는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목욕탕 프로젝트 - 때를 벗기다』전은 반디가 목욕탕 건물로 이전하고, 처음으로 시작하는 전시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41명의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작가들을 범주화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20대부터 40대까지 평면,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이 '때를 벗기다'라는 주제를 마음껏 상상했기 때문에. 목욕탕에 있는 오브제를 이용한 작업, 훌훌 털고 싶은 과거에 대한 반성, 정치적 목소리, 가벼운 위트 등으로 가득차 있으며, 풍부하게 전시공간을 구성해 놓는다.
작가들의 상상력과 반디의 목욕탕 프로젝트가 부딪히는 순간, 이전의 동네 목욕탕은 독특한 전시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사실상 이전의 동네 목욕탕은 일상의 미시적 영역들이 쉽게 부딪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굳이 이성적으로 규정할 필요도 없고, 기록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공간, 그렇기 때문에 동네 목욕탕은 단지 기억으로만 현존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반디가 목욕탕을 전시공간으로 배치했을 때,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이 새로운 방식으로 조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때를 벗기는' 행위가 단순히 '정화'의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가능하다면 좀 더 넓은 의미의 반성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때를 벗기는 동안 드러나는 것은 뽀얀 속살이 아니라 마찰 때문에 붉게 변한 피부이다. 이 낯선 흔적들은 중심의 미술담론이 매끈하게 봉합하여 억압되었던, 다양한 징후들을 출현시킨다. 그것은 미술제도를 권력화하는 시스템들이 변화하길 바라는 아우성이거나, '작가'라는 절대적 주체를 버리고 타인의 얼굴을 들여다보길 바라는 요청이거나, 대안적 미술담론을 생산하기 위한 몸부림이 스스로의 논리 안에 귀착되어버리는 것에 대한 반발로서 드러나는 이질적인 욕망들이다. 또한 중앙을 빗대고서만 지역을 반성할 수 있는 모순적인 상황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으로서 『목욕탕 프로젝트 - 때를 벗기다』를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작가들마다 이번 전시를 대하는 입장과 표현의 문제는 다를 것이며,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목욕탕과 전시공간이 만난 독특한 공간에서 전시를 본다는 것이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모든 때를 벗겨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여기에서 다시 시작하는 반디의 '목욕탕프로젝트'는 물리적 공간이동뿐만 아니라 지역의 미술담론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접속할 준비를 해야만 한다. 때가 들러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모든 전회는 부패(腐敗)에서 시작된다. ■ 신양희
Vol.20070324e | 목욕탕 프로젝트 - 때를 벗기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