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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316_금요일_05:00pm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20_5789 suncontemporary.com
화가가 수많은 붓질을 통해 캔버스에 이미지를 창조해 내듯, 우혜민은 1인치 단위로 자른 수많은 색의 지퍼를 조합하여 공간을 재구성한다. 우혜민은 지퍼라는 산업시대의 생산물을 자신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컴퓨터의 출현과 함께 범람하고 있는 디지털 이미지 속에서 전통적인 판화의 개념을 상기시키고 있다. ● 기계복제 시대의 대량 이미지와 차용 속에서, 도안 후 판에 새기고 인쇄하는 단계를 거쳐야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판화의 엄청난 수작업의 과정을 작가는 지퍼라는 재료를 사용, 단위(unit)을 만든 후 조합하여 이미지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판화의 기본 속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퍼라는 재료를 넘어서 다른 매체를 사용할 때에도 작가의 작업 방식은 동일하다. 나아가 판화의 기술적, 개념적의 확장을 위해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와 수공예적 작업을 공존시키는 이중적 모호함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퍼라는 산업시대의 생산물과 수공예적인 작업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작품의 반복적인 지퍼조각과 파편들에서 컴퓨터 픽셀(pixel)을 연상하는 이유일 것이다.
조합된 지퍼 조각의 이미지는 주로 만화영화나 동화 속에서 차용된 캐릭터들로 관람객에게 언캐니(uncanny)한 공간을 제시하며, 관람객에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즉, 어릴 적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TV 속 이미지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뒤섞여 버리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 각자는 각기 다른 회상과 향수의 공간을 창조하도록 초대되어진 것이다. 또한 영상매체와 인쇄매체 등을 통해 너무나 익숙해진 가상의 이미지들과 현실의 풍경을 임의로 차용하면서 작가는 마주보고 있는 거대한 캐릭터에 대한 재해석과 그것들과 현실 세계가 갖는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갤러리의 1층에는 지퍼로 제작된 양심이, 팅커벨, 토끼, 파랑새와 유리 아크릴로 제작된 모빌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하층으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형형색색의 지퍼기둥이 불을 밝히며 관람객을 인도한다. 올리브와 뽀빠이, 고양이, 어딘가 명화에서 본 듯한 여자아이의 캐릭터와 스테인드 글라스와 같이 반짝이는 장미, 거울, 신발, 램프, 뷰러와 같은 소품들이 제시된다. 작가는 각 층에 제시된 캐릭터들과 소품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제시하지 않으며, 관람객에게 공간의 연출자가 될 것을 일임한다. 즉, 전시장에 들어온 관람객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어울리는 소품을 가지고 스스로의 추억과 취향에 맞게 수 많은 이야기를 재창조할 수 있는 원더랜드(Wonderland)에 초대받은 것이다.
이번 전시는 뒤섞여 버린 기억력 때문에 스토리 마저 희미해진 이미지들 속에서 "집단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친밀하면서도 낯선", 달래기의 공간 만들기를 시도한다. 또한 어릴 적 TV등의 매체를 통해 수동적인 관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읽었던 만화영화와 동화, 명화 속 캐릭터들을 현실에서 제시하며 관람객에게 능동적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해석할 것을 유도한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어릴 적의 노스탈지아(nostalgia)를 일깨우며 자신만의 원더랜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 류희정
About my work ● 재료와 조합방식 때문에 표출된 이미지의 표면은 마치 생선의 비늘, 동물의 가죽, 벗겨진 허물, 우리의 의복처럼 어떤 것의 껍데기와 비슷한 느낌을 주게 되는데, 이 이미지는 "내 감성과 생각의 껍데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감정과 생각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지만, 이미지라는 껍데기 안에 함축시킴으로써, 시각적인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이처럼 이미지의 생성과정, 그 방법적 표출과정 등을 통해서,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작업방식, 재료 그리고 소재간의 관계 속에서 표현하려고 하였고, 이를 통해 나는 궁극적으로 간접성, 복제 가능성, peintregraveur로서의 craftsmanship 등 판화의 기본 특성을 모체로 한 설치 작업으로 현시대 판화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 우혜민
Vol.20070324d | 우혜민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