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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321_수요일_06:00pm
학고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02_739_4937 www.hakgojae.com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몇 가지 변화를 거쳐 진행되었다. ● 첫 번째 단계의 가장 중심이 된 주제는 '낯선 풍경 속에서 건져낸 낯익은 현실'로서, 패러디 기법을 활용하여 고전작품들을 패러디하는 작업으로 시작 하였다. 그림 속의 배경에 시대를 초월하는 요소들을 첨가하여 현실에 있을 법한 풍경을 제시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동양화를 서양의 재료인 유화로 표현해보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여 작업을 시작했지만, 사실적인 묘사를 위한 캔버스 위의 유화 물감의 질감으로 인해 종이 위에 먹이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전통 한국수묵화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매체의 전이과정에서 현실 주제로 이동한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앞서 시작했던 작품들의 연장선으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림 속의 인물을 연출시킨 확장된 패러디 작업이다. 서로 다른 이미지들이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해학미를 나타내고 싶었다. 이를 통해 '낯선 풍경 속에서 건져낸 낯익은 현실'을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들면서 나는 청전 이상범의 작품에서 화려하지 않은 담백함과 간결함을 보았다. 그의 작품 중 걸작으로 뽑히는 1960년대의 작품들을 주로 차용하게 되었는데, 이 시기 그의 작품은 그가 자신만의 특유한 필치를 인식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던 소위 '청전양식'이 꽃피는 시기의 작품들이다.
현재 진행 중인 나의 작업은 청전의 산수화에서 농경문화의 이미지가 디지털 시대의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노마드 이미지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다양한 색면 분할과 색분해를 통해 마치 하나의 픽셀과 같은 단위를 기본으로 구성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컴퓨터의 모니터에서 볼 수 있는 일정한 정사각형의 픽셀이 아니라 여러 모양의 자유로운 형태의 요소들이다.
각각의 요소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것들은 지도에 나타난 작은 섬처럼 분산이 되어 보이면서도 또 여러 섬들이 모여 하나의 대륙을 형성하듯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큰 단위의 유기적인 결합체가 된다. 따라서 바탕그림으로 참고한 청전의 작품은 내 작품에서 분해되고 재결합되면서 그 원본성이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 땅에는 아직까지도 청전의 풍경들은 드문드문 남아있으되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통해 보이는 그 풍경들은 하나의 '가상공간'에만 남아서 떠돌고 있다. ■ 문호
Vol.20070323a | 문호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