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인 회화展   2007_0321 ▶ 2007_0327

박경인_두사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1×73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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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321_수요일_06: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02_722_9883 www.topohaus.com

행복의 영매 ● 부산에서 양평으로 이사와 작은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박경인의 근작은 무척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와 유니크 한 형상, 이야기 그림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그림이다. 십 수년 전에 선보인 개인전 작업에서 접했던 독특한 상상력과 빠른 손맛, 신화적이고 무속적인 감성으로 녹여낸 일상의 에피소드들, 예기치 않은 상상력의 약동으로 매만져진 그림들의 맛은 여전하다. 좀 달라졌다면 무척 밝고 환해졌다. 아울러 자전적인 요소가 솔직하고 유연하게 전개되면서 그림이 무척 편안해졌다. 흥미로운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림 하나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어떤 사연, 내용을 자연스레 떠올려주고 상상을 부추기는 한편 말을 건네는 그림이다. 그림을 보여주는 혀가 작가의 그림이 되고 있다. 달콤하고 진뜩한, 끈끈하고 내밀한, 그러면서도 황홀하고 조금은 서늘하고 불길한 정서를 간직한 혀들이 수시로 날름거리면서 풍부한 이야기그림을 선보인다. 작가의 손과 붓이 그렇게 마술적인 혀가 된 것이다.

박경인_몽상가의 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5×80cm_2006
박경인_몽상가의 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03
박경인_몽상가의 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7

그는 일상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 경험, 꿈, 몽상 등을 두레박질로 길어 올려 이를 그림으로 그린다. 반복해서 이야기를 꾸미고 모종의 상황을 만든다. 박경인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단 그녀는 화가이기에 이야기를 그림으로 들려/보여준다. 그 그림은 자신만의 상징들로 가득하다. 몇 몇 단어와 같은 상징들이 그림 속에 단골로 등장한다. 손바닥, 작은 나무, 해와 달, 배, 기둥, 공원, 개와 꽃이 그것들이다. 이 단어들이 모여 이야기를 꾸미면 그 안에 자신과 가족들이 주인공으로 자리한다. 작가에게 일상이란 남편과 딸, 자신 이렇게 세 사람만의 삶의 윤곽 안에 고여 있는 물 같은 것이다. 그 고립되고 평화로운, 작고 안락한 물가에서 작가는 작은 소망을 싹처럼 키우고 가족의 행복과 소박한 소망을 기원한다. 그래서인지 그림은 부적을 닮았다. 그림의 표면에는 현재 삶에 대한 긍정과 따스함, 연민 같은 것이 모락거린다. 누구나 소망하는 인간적인 행복의 추구 그리고, 가족의 소박한 삶을 헤아리는 맑고 긍정적인 시선 아래 그림들은 마냥 따스하다. 환하게 쏟아지는 태양 빛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노랑, 붉은 땅과 파랑색으로 칠해진 물, 형형색색으로 치장된 무수한 꽃들이 어우러진 그림은 무슨 천국이나 도화경, 유토피아를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박경인_뱃놀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0

캔버스에 아크릴로 칠해진 대담하고 분방한 붓질, 친근한 형상들, 묘한 여운이 감도는 구성으로 그려낸 그림들은 몇 가지 패턴으로 국한되어있다. 자신의 자화상에 속하는 그림들과 가족이 등장하는 장면, 공원과 뱃놀이 풍경, 자연계의 동식물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경 등이 그렇다. 그림들은 대부분 밤 풍경으로 이루어졌다. 밤의 세계는 낮과는 다른 상상과 꿈이 부풀어오르는 시간대다. 밤에는 묘하고 신비스러운 힘이 스며들어있다. 특히 달이 빛나는 밤은 사람들을 들뜨게 한다. 밤이 시간대에 작가의 상상력은 빛을 발한다. 나아가 화려한 색채는 환각적인 힘을 더욱 극대화한다. 또한 그것은 매우 마술적이기도 하다.

박경인_야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4×54cm_2006

사람이 등장하고 나무와 풀, 꽃과 개와 벌레들 그리고 해와 달이 항상 나타나는 이 장면은 자연계 속에서 유기적 삶의 관계망을 꿈꾸는 인간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마치 전통회화의 인물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공원과 뱃놀이 같은 그림이 더욱 그렇다. 자연스레 장욱진이나 김상유의 그림, 혹은 김종학의 민화풍 꽃그림이나 설악산 그림도 떠오른다. 아마도 양평이란 곳으로 삶의 거처를 옮기면서 자연을 접하는 태도와 인식의 변화에 따라 부풀어 오른 사유의 흔적 같다. 자연과의 내밀한 교접과 우주의 신비스러운 힘에 감응하는 기운들이 그림 안에서 피어오른다.

박경인_청년시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6×91cm_2006

근작의 주제는 대부분 가족이 중심이 되고 있다. 남편과 자신, 딸 그리고 개와 나무, 꽃과 달, 해 등이 화면 안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가족의 일상, 평화, 행복이 주된 메시지다. 그는 그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니까 작가에게 그림은 구원 같다. 그림 속에는 이 가족이 살고 싶고 하고 싶고 꿈꾸고 원하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림을 통해 그것들을 희구하고 해원한다. 따라서 그림은 기복적이고 주술적이다. 가족의 평안과 행복, 안녕을 그림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가장 인간적인 소망과 희망들이 누벼져있다. 이미지의 주술성은 이렇게 살아난다. 이미지의 물신주의말이다. 이미지들은 그렇게 꿈과 소망의 뜻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민화의 모든 도상들은 가장 인간적인 욕망의 구현을 소망하고자 했던 소박한 상징물이다. 그것들과 함께 평생을 안락하게 보내고자 했던 조상들의 생의 열망이 촘촘히 깃들어있다. 유토피아, 파라다이스가 그 안에 온전히 서식하고 있다. 그것이 민화다. 박경인의 근작 역시 그런 민화적 속성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이미지, 미술은 인간적인 소망과 기원, 이미지를 통한 보이지 않는 모종의 힘에의 열망 등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미술이 본질적으로 소통에의 욕망이자 수단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그림은 방법론에서도 민화적인 구성과 색채를 연상시킨다. 평면적인 화면구성, 원색의 색채, 민화적 도상의 차용 등이 이를 증거한다. 나아가 그림 전체에 스며있는 무속적 영감이 두드러진다. 영매의 힘 같은 것이 이 작가에게는 스며들어있나 보다. ■ 박영택

Vol.20070321d | 박경인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