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317_토요일_05:00pm
갤러리 NV기획전
갤러리 NV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6번지 3층 Tel. 02_736_8802
'미로'는 본인 작업의 일관된 주제로, 이미 삶에 대한 은유로 오랫동안 차용되어져 왔습니다. 즉, 인간은 미지의 힘으로부터 스스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생이라는 장에 들어섰으며, 그 안에서 출구를 찾아 나서려는 투쟁은 흔히 삶의 여정으로 비유되어집니다. 미로 안에서 우리는 무수하게 뻗어난 가능성의 길 중 하나를 택하며, 그 길 안에서 가치판단을 하게 되며, 그것을 진실로 믿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일지라도, 그것은 단지 우리 각자의 지식과 경험 안에서의 주관적인 진리입니다. 왜냐하면, 진리라는 것은 수많은 기준에 의해 판단되며, 각자는 그들의 방식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해나갑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 그러한 해석의 다양성, 지각의 한계, 인식의 주관성과 상대성에 관하여 관찰하고, 탐구해나갑니다.
또한 이러한 개개인의 가변적인 사고의 틀에 기댄 이해는 사물을 온전히 바라보고 알 수 없다는 생각들을 하게 했으며, 소통의 불일치, 이해의 불확실성과 불완전성 등에 대한 관심은 시각적으로 상징이나 기호와 같이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는 조형언어로 표출되었습니다. 그로인해, 본인 작업에서의 대상은 쉽게 인지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며, 이는 사물을 지각하지만, 그 사물의 본질을 알지 못함을 스스로 시인하는 행위입니다. 즉, 주관화된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는 대신, 사물 속에 깃든 낯섦을 담아내려 하며, 대상의 신비로움을 포착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감상자에게도 혼란을 일으키는데, 시각적으로 익숙지 않은 대상은 감상자로 하여금 즉각적인 이해를 막고, 소통의 단절을 경험케 합니다. 감상자는 마치 해독을 바라는 암호 앞에 놓인 듯한 인상을 받게 되며, 작가가 초래한 혼돈, 즉 소통의 '미로'를 경험하게 됩니다. 본인은 감상자에게 늘 알고 있던 기호체계가 아닌, 다른 기호 체계를 제공함으로써, 작업에서 무엇을 설명하려하는 대신, 제시한 몇 가지 기호를 통해 감상자가 모호하고 다중적인 의미의 세계를, 미로가 본래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의 세계를 상상케 하려 합니다. ■ 이영애
Vol.20070320e | 이영애 판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