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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31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월요일 휴관
더 뉴게이트 이스트 서울 종로구 명륜동4가 66-3번지 Te. 02_747_6603 www.forumnewgate.co.kr
추억으로부터 날아온 그림 ● 이영수는 전통수묵화를 배웠으나 만화가로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작업방식과 늘 신선한 감각을 추구해야 하는 만화/일러스트레이션 작업방식은 서로 상반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작가는 이를 적절히 접목하여 독창적인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꼬마영수네 집」전에서 보여주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수묵을 이용한 전통화법의 결합은 이미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
담묵의 무겁지 않은 점을 몇 차례 중첩함으로써 화면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면 속에는 꼬마아이가 등장한다. '영수'라는 어린 아이와 인물주변의 특정한 설정은 우리 기억의 한 장면을 환기하게끔 한다. 우선 작가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과 어릴 적 국어교과서나 동화책에서 많이 본 듯한 이름의 친근함으로 인해 주인공은 그저 누군가가 아닌 우리가 아는 '누군가'로 전환된다. 인물은 점으로 끊임없이 덧칠해져 있어 있으나 뚜렷한 형상을 나타내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가장 중요한 주체로서 등장한다. 만화적인 형상성을 지닌 인물은 이제 더욱 선명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단순화된 형태로 처리되고 화면은 더욱 감각적으로 보인다. 점묘법의 아른거리는 화면은 과거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는 일종의 장치로서 보는 이의 추억을 되살리게끔 한다. 구체적인 정황을 알 수 있는 화면이나 거의 흑백으로 처리한 점은 과거로 향한 회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는 흔하디흔한 '영수'라는 이름의 꼬마 아이 만큼이나 멀리 있는 이상향이 아닌 한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어린 시절 자연과 벗 삼아 지냈던 한적한 동네가 어느 날 갑자기 도시로 탈바꿈해린 것은 작가에게 어린 시절 소중한 기억 뿐만 아니라 그 시절 작가가 품고 있던 꿈마저 앗아간 중요한 사건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우리가 잊어버린 혹은 놓치기 쉬운 아주 사소한 일상에 주목한다. 작가는 숨 가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귀 기울여 듣고, 또 바라본다면 순수한 마음을 되찾고 잃어버린 꿈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영수는 일상의 소박한 상황을 유난스럽지 않게 표현함으로써 서정적인 풍경과 동심 어린 추억의 세계를 구현해 낸다. 그런데 작가가 그려낸 추억의 장면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동세가 내포되어 있고 보는 이에 따라 그 파장은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의 기억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는 것이며 우리의 현재 상태에 의해 기억은 다른 방식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가는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 나간다. 작가의 붓질은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표현하는 기본적인 조형요소이자 동시에 2차원의 작은 화면을 완성하는 본질적인 동인이다. 그는 이러한 손의 움직임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기고 있다. 작가는 무의식적인 붓질의 놀림, 의도하지 않은 물감의 흐름 등과 같은 탈일(脫逸)의 현상까지도 작품의 부분으로 수용하고, 작품화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빼곡히 들어찬 점들 사이로 흘러내린 물감은 아이스크림이 되고, 그냥 비워둔 공간은 하늘이 되고, 그저 무심히 칠한 둥근 원은 달이 된다. 점의 무한한 반복에서 벗어나 선,면을 자연스럽게 인정함으로써 작가는 2차원의 화폭과 활발하게 교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있다. 미점(米點)으로만 이루어진 작업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를 선별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한다면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이미 확고하게 성립된 언어로 시(詩)를 쓰는 듯 나름 정선된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의 변화는 앞서 언급한 표현방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가는 종이에 수묵으로만 작업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크릴 물감을 이용하여 표면에 질감을 표현하고 색채를 가미한다. 아크릴물감을 이용한 채색방법은 먹이 한지에 스며드는 평면적인 효과와는 달리 재료가 종이 혹은 캔버스 위에 덧입혀져 독특한 표면효과를 만들어내면서 더욱 표현적이고 회화적인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예전과는 달리 특정한 부분에 색채를 두드러지게 처리함으로써 그림은 더욱 생기 있게 보이게 된다. 장소를 나타내는 하늘, 해, 냇가의 물 그리고 날아다니는 잠자리, 무당벌레, 물고기 등이 선명한 색채로 표현되어 소재의 주목성을 강조하고 동시에 그림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변화는 그의 화면이 단순한 과거로 향한 추억의 여행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상상의 세계로서 발돋움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플래시 영상작품인「기억」(3분 30초)은 기존의 평면작품들을 연결하여 만든 또 다른 작품이다. 각각의 화면 속에는 모든 것이 정지된 가운데 어디선가 하나의 움직임이 있다.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개미, 조금씩 물결치는 물의 장면 등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그 자체로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각각의 장면으로 서사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 장면 속에 내재된 움직임을 나타내었다는 점은 작가가 그만큼 살아있는 자연의 모습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바라본 자연의 모습은 움직이는 것이며, 아주 작은 생명체조차도 소리와 움직임을 지니며 우리는 그것을 통해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평면 작업에서는 작은 점 하나가 작품을 이루는 근본 요소이자 작가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요소로서 역할을 하였다면 영상 작품에서는 작은 움직임 하나로써 작품의 주제와 의미를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다.
작품의 변화는 작가 스스로 자신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할 때 가능하다. 이영수는 끊임없는 자기변화를 통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순수한 감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래된 유리원판을 다시 프린트해서 보듯 '꼬마영수'를 통해 우리의 잃어버린 추억을 되새기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류지연
Vol.20070314c | 이영수 회화,애니메이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