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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307_수요일_05:30pm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Tel. 02_399_1111 www.sejongpac.or.kr
작업은 복제에 관한 시각적인 또는 미술적인 결과물이다. 작업의 시작은 스너피(서울대학교 수의과에서 태어난 복제 개)와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전혀 새로운 탄생과정을 가지고 있는 스너피를 대면했을 때의 경이로움이 지금의 작업을 이끌었다. 다른 개들처럼 녀석 또한 자라고 있었으며 경쾌한 걸음걸이와 주변에 대한 호기심, 자기 영역에 대한 욕구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받고 싶어 했다. 스너피는 완전한 생명체 인가? 나는 그를 사랑하고 싶었고, 멀리서 사랑했다.
나의 그림은 스너피의 탄생에 관한 추적이다. 전혀 다른 탄생과정을 겪은 생명의 이야기. 나의 초점은 '복제'에 맞추어졌다. 복제에 관한 사유의 가까운 곳에서 컴퓨터에 의한 무한복제가 떠올랐다. 가장 먼저, 컴퓨터를 이용하여 하나의 형상을 만들기로 했다. 1. 그것은 컴퓨터 없이는 그릴 수 없는 것이어야 했고, 2. 생명의 원형에 가까운 어떤 것이길 바랐으며, 3.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었으면 했다. 4. 선묘가 동양의 고유한 표현은 아니지만 전통 서구미학을 비껴가는데 적합한 것 같아 선으로만 완성되기를 원했다. (나는 새로운 미학을 탐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3D 프로그램에서 세포를 닮은 입체를 만든 후 그것을 선으로만 그려냈다. 형상은 스너피 탄생의 첫 단계였던 세포 또는 핵, 주변의 원자 등을 암시한다. 형상이 여러번 복제되어야 하므로 비트맵 보다는 벡터를 이용했다. (벡터는 비트맵보다 용량이 현저히 작은 것이 그 특징이다.)
형상을 다시 복제한 후, 복제된 형상으로 조합을 만들어 조합된 것을 또 복제한다. 그것들을 화면에 적당히 배치한다. 출력하여 얇은 종이를 덮고는 종이 위에 비친 형상을 손으로 옮겨 그린다. 이로써 나의 작업에서는 두 번의 복제가 이루어졌다. 손으로 옮겨 그린 두 번째 복제는 결코 복제라 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손으로 긋는 것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에서의 복제와 손에 의한 복제. 이 모든 과정은 스너피가 탄생하여 완전한 생명으로 자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복제된 개는 자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일까? 각각의 형상들이 마지막에는 손으로 그려짐으로써 동일하지 않은, 고유한 것이 된다. 나의 작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복제'에 대해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재적인 고민이 아닐까? (우리는 '포스트 휴먼'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굳이 '생명' 복제가 아니어도 좋다. 미술에서의 '복제'는? 물론 복제 가능성은 1930년대부터 이야기되어 왔지만, 그것이 창작 과정으로 들어오거나 작품의 주제가 된 오늘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복제 개 스너피에서 시작한 나의 작업은 어쩌면, 전통적 수작업의 온기와 디지털 작업의 차가움 사이를 더듬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험실 및 공학기술, 그리고 복제생명의 뜨거운 피'. 이 오묘한 조합이 주는 경이를 미술로써 느끼고 싶다. ■ 김영욱
Vol.20070312d | 김영욱 수묵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