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헤이리 북하우스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0310_토요일_04:00pm
HAS 1(헤이리 북하우스 갤러리)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36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031_949_9305 www.heyribookhouse.co.kr
최소한의 탐미도 허락하지 않는 탈각주의자 ● 6년 전 최진경이 프랑스에서 돌아와 첫번째 선보였던 작업은 '사람 사람들'이었다. 그의 손이 빚어낸 사람의 형상들은 남녀노소의 구분도, 인격도, 거추장스러운 체면도 모두 벗어버린 무형질의 유기체였다. 돌덩어리와 쇠붙이의 매끄러운 조형물에 익숙해 있던 관람객에게 그는 결코 아름다움을 선사하지 않았다. 앙상한 뼈대에 거죽만 붙어 있는 마치 미라에 옷을 입혀놓은 듯한 군상들이 그런 기대마저 없애버린 것이다. 오늘 '희로애락'으로 다시 보는 그의 작품들은 다시금 우리의 미감을 흔들리게 한다. 전작들에 비하면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선 것이다. 우선 표현이 훨씬 구체화 되었다. 그리고 인물의 키도 무척 성장했는데, 전작들보다 거의 두 배 이상 확장되어 있다.
50여 작품이 넘는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이 우선 움츠러든다. 과장과 왜곡의 이미지라고 보기엔 너무 직설적이고 적나라한 피조물은 지금까지 경험하고 사유한 형식 개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절규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화폭에 옮겨놓은 인물들에서도 '탈각'이 더 확대되어 그의 언어가 되어버린다. 결국 그는 이렇게 새로운 언어로 말하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전시는 오감 중에 특히 시각과의 교감이 절대적이다. 눈으로 보고서야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한번쯤 그의 작품들, 의도하지 않은 항변의 언어를 보고 들어보라. 치부가 드러난 욕망이 말을 걸어온다. 한 뼘 안에 들어 있는 뇌의 구조가 얼마나 덧없는지 '걸리버 여행기'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후이늠의 나라에 들어간 걸리버는 그곳을 지배하는 말들에게서 인간의 육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듣는다.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당신들은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 광기에 사로잡힌 삶으로 끌고 가지요. 당신들의 신체는 타락을 나타내는 거울이에요. 당신과 당신네 종족들을 잘 살펴봐요. 야후처럼 강하지도 민첩하지도 못해요. 두 다리로만 서서 불안하기도 하지요."그러나 이 대목은 문학의 한 표현일 뿐이다. 정작 작가는 어떠한 정치적 견해도 말한 바 없다. 오로지 침묵이 그의 언어다. 사람들이 점잖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한 꺼풀의 옷이 거추장스러워 내던져졌고 아주 가벼운 물성의 재료로 융합되어 다시 태어났다. 절대 강자도 피지배자도 없는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군상들은 그렇게 무의식의 행렬로 서 있다. 그 형이하학의 존재들로 말미암아 비로소 안도한다. 숨 가쁘게 뛰어다니고 날선 쇠붙이 위에서 걸어다니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내 일상의 육신이 저렇게 홀가분할 수 있다는 것에서 차라리 자유롭다. 그의 작업이 앞으로도 기대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자신이 자유롭기 때문에 타인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탈각의 이유요 그만이 던질 수 있는 시각언어다. 여기에 또 어떤 작업이 시도될 것인지에 대해서 기대와 예단은 무의미하다. ■ 정병규
Vol.20070310a | 최진경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