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남녀

리진 회화展   2007_0307 ▶ 2007_0327

리진_목욕I_화선지에 채색_41×43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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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307_수요일_06:00pm

갤러리 아트싸이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02_725_1020 www.artside.org

문인화의 현대적 재구성, 음식남녀 ● 옛 선비들이 시문을 짓다가 남은 먹으로 여백에 그림을 그리던 것이 문인화(文人畵)의 발단이었다고 한다. 그림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문인들이 여기(餘技)로 그리는 것이었기에 사생(寫生) 보다는 사의(寫意)를 우위에 두었다. 하지만 평소 문인화를 익숙하게 즐겨찾던 사람에게 리진(李津)은 다소 낯설지도 모른다. 더욱이 한번쯤 사군자를 배울 요량으로 정성스레 먹을 개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리진을 문인화가라고 부르는 것에 의문을 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리진_가족_화선지에 채색_29×138cm_2007
리진_담중취진_화선지에 채색_96×180cm_2007

중국에서는 70년대부터 문인화 속에 서양의 사실주의가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80년대 중반에는 "신문인화(新文人畵)" 운동이 유행하여 당시 중국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필묵운율(筆墨韻律)을 중시하는 전통회화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작품의 정조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리진은 90년대 이후 중국 수묵화계에서 영향력 있는 신문인화가로 자리 잡았다. 여느 문인화와는 달리 리진의 그림에서는 선비의 기품과 여백이 있는 작품을 보기는 힘들다. 대신에 문인들 내면의 원초적인 욕구, 음식과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음식남녀(飮食男女)'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채롭게 보여준다. 중국의 고전『예기(禮記)』에 보면 "음식과 남녀에는 인간의 커다란 욕망이 있다(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고 하였고, 맹자(孟子)도 음식과 섹스를 인간의 본성(食色性也)으로 간주하였다. 문인들이라고 본성이야 무엇이 다르겠는가. 오히려 시와 음악을 즐기는 문인들 중에서도 음주를 좋아하며 성적 유희에 탐닉했던 은자(隱者)들도 얼마나 많았던가. 사실 어떤 의미에서 리진은 중국의 비주류 문인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리진의 그림은 문인화라고 하기엔 세속적이고, 춘화(春畵)라고 하기엔 전위적 성격이 농후하다.

리진_목욕II_화선지에 채색_41×43cm_2007
리진_목욕III_화선지에 채색_41×43cm_2007

우리는 리진이 자신의 그림을 "초현실주의"라고 말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치졸하고 무성의한 듯한 제발(題跋)은 뜻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의도적으로 여백을 채우는 조형적 기능을 할 뿐이다. 오히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사물이 상징적인 경우가 많다. 가령 이따금씩 공중에 걸려있는 고깃덩어리는 '폭력'을 뜻한다고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유난히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담중취진도(淡中趣眞圖)」라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는 그가 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하고서 받았던 '한국'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리진_민이식위천_화선지에 채색_180×96cm_2007
리진_이과두_화선지에 채색_138×69cm_2007

그림 속에는 리진 자신을 모델로 하는 남자가 등장하는데, 그 표정을 보면 술과 여자를 밝히는 모습이 음흉하지만 어딘가 익살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실제로 리진은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있는데 여태껏 한 번도 면도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외모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가 가방 대신에 들고 다니는 시장바구니이다. 60~70년대 톈진 시내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었던 시장바구니를 그는 어디를 가든지 항상 들고 다닌다. 어쩐지 그 시장바구니 속에는 그만의 독특한 예술세계가 가득 담겨있을 것만 같다. ■ 권혁주

Vol.20070307e | 리진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