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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131_수요일_06:00pm
2007 갤러리 라메르 신직작가창작지원
갤러리 라메르 제4전시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02_730_5454 www.gallerylamer.com
나는 여간해서 핸들을 잡아보지 못했습니다. 이제껏 나를 실은 자동차는 너무 빨라서 내릴 수도 없었고 너무 느려서 시원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배운 건 운전이 아니라 차에 서린 두려움이 아닌가 합니다.
해마다 첫날이 되면 온가족이 먼 곳까지 온천에 갑니다. 이 행사는 의무 같은 약속이어서 새벽이면 어김없이 먼 길을 향해서 출발합니다. 그리고는 단번에 찾아가는 일없이 매번 어둠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새해 첫날 장의차를 보면 운이 좋다는 미신 때문이었는지, 고속도로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서 였는지 우리 가족은 참 먼 길을 헤맸습니다. 이제는 흩어져 각자의 길 위에 서있습니다. 점점 오래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시골 할아버지께 가는 길에는 저수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던가, 저수지를 지나가는 길에 커다란 두꺼비와 마주쳤습니다. 울퉁불퉁 진흙 색깔의 두꺼비가 그 안 어디에선가 날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까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저수지와 풍경들은 공중으로 사라졌습니다. 한때는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났던 저수지와, 어느 계절엔 풍만했던 저수지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겁에 질려있었던 기억들이 남았고, 나는 지나간 시간으로 마음의 지도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감동이 유독 잦은 때가 있었습니다. 때 없이 웃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모든 감촉들, 모든 소리들, 모든 풍경들이 그 시절의 빛이었습니다. 그런 때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뜸하게 찾아옵니다. 그 판타지 자체만으로 어여쁜 것들이 내게도 있습니다.
서울에 온지 8년 동안 다섯 번 이사를 했습니다. 나는 타고난 유랑민은 아닙니다. 그리고 또 어디로 가야 합니다.
들꽃을 키우는 일은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닙니다. 별로 크지도 않은 것들이 조그만 화분에서 제법 멋들어지게 서있습니다. 새침데기 같이 들이나 산에선 꿋꿋이 잘 살면서 화분에서는 소홀할 틈도 없이 고꾸라지곤 합니다. 올미, 해오라비사초, 거미바위솔, 노루오줌... 이름도 어려워서 도통 외어지지가 않습니다. 그것 또한 들꽃들의 매력이라 어느새 새순이라도 자라고 있으면 한참을 보아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보고 있다가도 들꽃을 들이 아닌데서 키워서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 송유정
Vol.20070131b | 송유정 개인展